ⓒ 김진한 기자 |
24일 밤 서울 경동교회(담임 박종화 목사) 본당은 영혼을 울리는 소리에 갈급한 관객들로 붐볐다. 얼마전 창단 연주로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은 신생 공연단체 ‘VOCE DI ANIMA’의 두번째 연주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 이날 연주회엔 특히 여해 故강원용 목사의 조카딸인 작곡가 강은수가 작곡한 곡이 무대에 올라 소프라노, 베이스, 알토로 이어지는 합창단에 의해 불려졌고, 관객들은 그들의 음성 속에서 여해에 대한 향수를 느꼈다.
앞서 지휘자 권주용씨(씨애틀한인음악협회 상임지휘자)는 짧은 인사와 함께 바하의 칸타타곡 ‘그리스도는 죽음의 포로가 되어도’를 시작했다. 이 서곡에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무대에 선 지휘자의 손짓과 몸짓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때론 톡톡튀며 생기 발랄하고 때론 웅장하고, 근엄한 그들의 선율 속에 관객들은 넋을 잃었다.
이 바하의 칸타타곡은 조용하면서도 때론 거친 파도같이 밀려와 관객들을 그 선율에 젖어들게 했다. 지휘자의 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던 관객들은 지휘자의 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감격에 겨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어 합창단의 공연이 있었다. 작곡가는 강은수. 알토, 소프라노, 베이스 등으로 이어진 합창단의 음율이 그녀의 작곡이란 뼈대에 살을 붙이자 그녀는 더이상 고 강 목사의 조카로만 남아있지 않았다. 어느새 생동감있는 음악으로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당당한 뮤지션이 된 것이다.
그러나 여해와의 짧은 만남이 아쉬워서였을까. ‘짧은 만남 긴 이별 영원한 동행’(조병학 시) ‘떠남’(이수혁 시) ‘마음은 두고가는 길’(이수혁 시) 등의 곡에서 만남의 설렘 그리고 이별의 아쉬움을 담은 그녀의 작곡엔 먼저 간 여해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났다. 고요한 가운데 잔잔히 울리는 합창은 고인을 추모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마음은 두고가는 길’이란 합창이 울려퍼질 때는 관객들 중 몇몇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다음은 ‘마음은 두고가는 길’ 작사 전문.
가야 하는 길 가지 말라고
말이라도 못하는가
하기야 가는 마음이
남아있는 마음보다 덜 서러우랴
등을 보이는 모습이
보는 모습보다 더 서글픈 것
두고 가는 마음 오죽 허전하랴
가야만 하는 가슴 아픈 것
가지 말라는 말
하지 말 일을
가야 하는 길
가지 말라는 말 없다하여
섭섭해 하지 말으리
잡아도 가야만 하는 길
돌아간 길
끝에 가서 있게 될 모습 서럽더라도
마음은 두고 가는 길
웃으면 될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