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진보 기독청년들의 문제제기, ‘2009 교회의 날’

동성애, 여성 억압적 교회, 민주적 교회 운영 등 다뤄

2009 교회의 날 행사가 동성애, 교회 시스템의 민주적 개혁과 같은 논쟁적인 화두를 남기며 19일 폐회됐다. 대회의 주축을 이룬 20~30대 청년들은 한국교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거침 없이 테이블에 풀어놓았다.

대회의 피크였던 마지막 날 참석자가 300명이 안 될 정도로 소규모였지만, 김종원 공동위원장은 “1~3회로 이어지면서 ‘교회의 날’ 만의 색깔이 확실해지고 있다”고 평했다. 개혁적인 색깔을 말하는 것이다.

진보적 성향의 젊은 기독 청년들이 3일 간의 행사를 통해 외치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향린교회, 청파교회, 기독여민회,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30개 교회 및 기독단체들이 참여한 이번 행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 3가지를 정리해본다.

▲'2009 교회의 날' 행사에서 기독교 성소수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God made the queer’(?), 동성애

대회는 15일 개회예배, 17일 세미나, 19일 공개포럼으로 진행됐다. 19일 가장 성황을 이룬 포럼은 기독 성소수자와의 만남. 패널로는 국내 최초로 커밍아웃한 정치인인 최현숙씨(진보신당), 차별없는세상을위한기독인연대 크리스씨,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홀릭씨(활동명)가 참여했다. 모두 기독교인이자 성소수자다.

‘동성애’는 대회 첫 날부터 전면에 다뤄졌다. 방인성 자문위원은 “교회에서 일반적으로 다룰 수 없는 문제들을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교회의 날 행사를 통해 다룰 수 있기를 바란다”며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문제를 제기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패널들은 한국교회가 성소수자를 무조건 단죄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입을 모았다. 홀릭씨는 “성적 정체성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성소수자들을 위로하는 축도를 하시길래 힘을 받았는데, 바로 다음 주에 ‘레즈비언은 회개해야 한다’고 설교하시더라. 상처를 받았고 많이 울었다”며 “목사님의 한 마디가 한 영혼에게 씻기 힘든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현숙씨는 “소위 성서를 해석하는 사람들, 즉 권력자들에 의해 인간의 여러가지 행동이 죄악시되고 있다. 동성애도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죄로 교회에서 치부되고 있다”며 “동성애자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져달라”고 전했다.

패널들의 발표 후에는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동성애자를 일컫는 여러 단어의 쓰임을 설명해달라’, ‘지인이 커밍아웃을 했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을 던졌다.

▲'한국교회 내 여성을 폄하하는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이지수 기자

여성억압은 이제 그만, ‘모계사회’로부터 한국교회는 배우라!

기독여민회는 ‘기독교, 모계사회의 생명으로 거듭나라!’는 주제로 '종교개혁마당'을 열고, 한국교회 내 여성을 폄하하는 제도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기독여민회는 올 여름 중국 윈난성 루그호의 모소족 마을을 탐방했다. 이 마을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모계사회로서 사회의 중심에 여성 가장이 있다. 김숙경 여민회 총무는 “모계사회에서는 여성 가장이 권위의 중심에 있으나 그들은 결코 권력을 독점하지 않는다. 아니, 권력이라는 개념 자체가 그들에게는 없다”며 여성리더십이 창출해내는 ‘평등’과 ‘평화’와 같은 가치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김 총무는 “모계사회와 정반대로, 오늘날 한국교회는 남성적인 분위기와 구조가 만연하다. 그들 중 많은 이들은 환상과 속임수로 현혹하는 지도력(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내세우며 많은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고 말하고, “소통과 나눔에 기반한 여성적인 지도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교회는 여성의 ‘보살핌 노동’ 없이는 운영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교회에서 여성이 역할은 폄하되고 있으며”, “여성이 당회에 참여해서 교회 운영권을 갖는 것은 물론 발언권도 변변히 갖지 못하는 게 한국교회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소설가 이경자, 안지성 새터교회 목사 등이 발언에 힘을 보탰다.

교회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는 목사들

평신도가 아닌 ‘목사’들이 “교회에도 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외쳤다. ‘교회의 민주적 운영’이라는 제목의 포럼에서 한문덕 목사(향린교회), 안해용 목사(너머서교회), 최현락 목사(역삼청년교회)는 김호권 권사(예인교회), 김석환 집사(새민족교회) 등 평신도 패널들과 나란히 앉아 ‘교회 민주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목회자에게 지나치게 집중된 권력을 평신도들에게도 분산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그 방안으로 ▲목회자 임기제 ▲운영위원회의 민주적 운영 ▲투명한 재정 운영 등을 들었다.

너머서교회 안해용 목사는 “성도들 안에 아직도 목회자 중심적인 의식이 남아있는데, 이를 타파해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민주적인 교회가 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향린교회 김정인 집사는 교인총회 아래 ‘교회운영위원회’를 두어 평신도들의 교회운영 참여에 활로를 내야 한다며, “교회운영위원회는 신도들의 민주적 선출과 자발성을 기초로 하며, 누가 누구 위나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고, 강제하지 않는다. 이것은 현행 교회제도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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