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로 4일째를 맞고 있는 예장 통합 총회 본회의에서 산하 사회봉사부가 '경제와 생태정의를 위한 총회 선언문(안)'을 발표했다.
사회봉사부 부장 김동엽 목사는 2008년 가을부터 시작된 전 지구적인 금융위기를 통해 경제 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고, 그리스도인들의 경제생활에 대한 윤리적 지침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분석하며, 10년 전 IMF 경제 위기 속에 발표된 '총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신앙각서' 이후 변화된 상황 속에서 총회 차원의 새로운 선언문이 필요하게 되었음을 밝혔다.
아래는 경제와 생태정의를 위한 총회 선언문(안).
부름의 소리
2008년 가을 미국 금융가를 중심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 지구적인 경제위기로 이어졌다. 작년의 금융위기가 갑작스럽게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수 십 년간 지속되어 경제시스템의 문제가 시스템 자체의 모순으로부터 쌓여 터져 나온 현상이다. 이번 국제적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제위기를 통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전 지구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어졌다.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빈익빈 부익부의 전 지구적인 경제양극화 현상이 심화되어 부유층의 소득은 오히려 늘어나고 저소득층은 빈민으로 전락되는 현상을 낳고 있다.
이러한 경제 구조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성경과 신앙의 원칙과도 위배되고 나아가서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심각한 도전과 위협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생태와 경제문제에 대해서 성서적이며, 신앙적인 응답을 해야 하며, 특히 하나님의 창조세계를 위탁받는 청지기(창1:28, 2:15)로서 우리는 어려운 상황 속에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응답할 책임이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대하여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지난 2005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제7차 총회에서 아가페 과정(AGAPE Process, Alternative globalization addressing people and earth-민중과 땅에 대한 대안적 세계화 과정)을 채택하여 전 세계적인 경제구조에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기를 촉구했다. 세계개혁교회연맹(WARC)도 2004년 가나의 아크라에서 열린 24차 총회에서 '아크라 신앙고백 - 경제와 지구의 정의를 위한 계약'(Covenanting for Justice in the Economy and the Earth)을 채택하여 세계 속에서 경제와 생태 정의를 촉구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신앙과 실천을 고백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경제구조와 현상을 바라보며 걱정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세력은 많지 않다. 우리 사회 전반을 살펴봐도 성장과 개발을 중시하는 경제시스템만을 당연한 귀결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정부와 기업, 사회단체 등도 생태와 정의를 중시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지금 여기에서 생태계와 경제구조 속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으며, 특별히 우리 사회의 가난한 이들의 음성을 듣고 경제와 생태 구조 속에 하나님의 공의를 실현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총회는 지난 1998년 IMF 금융위기 상황에서 제83회 총회를 통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교회의 신앙각서'를 채택하고 경제위기 속에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이 가져야 할 신앙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0여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국제적인 금융위기 속에 총회 사회봉사부는 2008년 제 93회 총회 이후 몇 차례의 경제위기에 대응하는 사회포럼과 토론회를 통해 탐욕이 기반이 된 경제 구조는 더 이상 지속가능한 시스템이 될 수 없으며, 생태적인 위기가 증폭됨을 지적하고 하나님의 말씀에 기반한 경제구조가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늘 대한예수교장로회 제94회 총회로 모여 전 지구적인 경제구조를 통해 고통 받는 이웃과 생태계를 진심으로 염려하며 새로운 지속가능한 생태적인 경제로 향한 길을 하나님의 말씀 속에서 찾아 우리의 신앙으로 고백하고자 한다. 예수께서는 우리에게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한다고 하셨으며(눅16:13), 우리는 하나님께서 모든 창조세계의 주권을 가지고 계심을 믿는다(시24:1).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한 섬김과 나눔은 그리스도를 향한 봉사가 될 것이고(마25:35-36), 우리가 스스로 고통 받는 사람의 진정한 이웃이 되어주어야 한다(눅10:36-37). 그러므로 오늘 이곳에서 요청하시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진심으로 응답하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올바른 신앙적 실천이 될 것이다.
오늘의 세계
지금 우리는 전 세계 1% 부자들의 총 연간 수입이 57% 가난한 자들의 총 연간 수입과 맞먹고 있고, 매일 2만 4천명의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전 세계 60억 인구 중 7명당 1명인 8억 4천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고 있다. 가난한 나라의 외채는 끊임없이 늘어나 원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성과 어린이들이 빈곤층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하루에 1달러 이하의 생계비로 살아가야 하는 절대빈곤 속에 있는 세계인구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도 2000년대 들어와서 빈부격차가 심해지는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1990년대 초반 75%에 육박하는 중산층 비율이 2007년에는 57%로 줄었고 그만큼 빈곤층의 비율이 늘어났다.
전 사회적으로 경제효율 지상주의가 파급되어 능력이 없으면 도태되는 무한경쟁, 승자독식의 추세가 확산되면서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욱 절망스러운 상황이 되어버렸다. 양극화 현상은 교육문제에 더욱 심각하게 작동하여 저소득층은 교육 기회 자체가 봉쇄되는 어려움에 처해있다. 사회복지와 안전망 구축에 필요한 예산과 지원은 감소하고 있어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이 극대화되고 있다. 농어촌 사회는 점차 붕괴되고 있고, 부동산과 토지는 투기의 대상이 된지 이미 오래이며, 주식과 펀드 등 투자처를 찾아 개인들의 자산이 집중 투자되고 있는 형편이다.
경제위기로 인하여 먼저 저소득층이 고통을 당하고 있으며, 불안과 자살, 폭력과 범죄 등 사회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무한소비와 무한경쟁의 사회문화는 광고와 드라마, 영화 등 매스 미디어의 위력을 통해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대중을 부추기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이 모방을 통해 욕망을 실현하도록 끊임없이 설득당하는 소비자로 전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이유로 출산을 거부하는 저출산의 문제, 심각하게 고령화되고 있는 노인문제, 다인종, 다문화에 열려지지 않고 있는 우리 사회의 보수성에 대한 문제 등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는 크다.
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무한 경제성장 정책과 다국적 기업의 이윤추구 극대화 지향은 생태계와 환경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생태계위기는 기후변화, 생물종의 고갈, 벌목, 토지의 부식, 물의 오염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공동체는 파괴되고, 살림살이는 불가능하게 되었으며, 해안지역과 태평양 섬들은 침수될 위협을 받고 있다. 고농도의 방사능 방출이 건강과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생명의 구조와 문화적 지식이 경제적 이윤추구를 위해 특허화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7,80년대 눈부신 성장을 이루어내었으나 성장제일주의, 대형교회중심주의 등의 부정적인 측면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교회의 위기는 신학의 위기이며, 영성의 위기이다. 성공제일주의와 무한경쟁의 세태가 교회 안에서도 통용되는 지금의 상황은 지극히 비성서적이다. 교회는 세상의 불의한 현상을 향해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며 하나님의 나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교회 안의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목회자의 도덕성 실추, 지나친 배타성, 부적절한 교회의 정치참여, 교권주의, 사회봉사와 참여의 부족 등이 그것이다. 10년 전 IMF 사태의 위기를 경험하면서도 여전히 물질만능주의적인 삶이 지속되고 있는 한국사회 속에서 교회가 해야 할 일이 크다.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탐욕과 욕망의 문제를 성령의 임재하심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참회
그러므로 우리는 창조주이신 하나님 앞에서 참회하오니,
우리는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되어 섬김과 나눔의 정신으로 세상의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 헌신하지 못했습니다(마5:13-16).
우리는 그리스도의 증인으로 세상의 흐름을 극복하는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행1:8).
우리는 낮은 자의 위치를 잊어버리고, 높고 강한 자의 위치를 유지해왔습니다(롬12:16).
우리는 약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부르짖음을 듣지 못했습니다(출22:21-27).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며 배려하는데 부족했습니다(레19:9-10).
우리는 제물을 하나님처럼 섬기는 잘못을 저질렀습니다(마6:24).
우리는 이 땅의 하나님나라의 실현을 위해 정의롭게도, 공의롭게도 살지 못했습니다(암5:24).
우리는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생명들이 풍성한 삶을 살도록 돕지 못하고 있습니다(마16:26).
우리는 착한 행실을 세상에 나타내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책임을 감당치 못했습니다(마5:16).
우리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세계를 잘 보전하고 지키는 청지기의 삶을 살지 못했습니다(창9:7).
우리는 지금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죄를 고백하며 참회합니다(왕하22:19).
하나님의 부르심
하나님께서는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좋았다고 말씀하신다. 지금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생명경시와 죽임의 현실을 넘어 생명 경외와 살림의 문화로 부르신다. 이에 우리는 아래와 같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해야 한다.
경제
-하나님 나라의 대안 경제 체제를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관에 기준한 삶의 양식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하나님은 승자독식, 무한경쟁의 경제에서 상생의 경제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님은 소비와 축적의 경제에서 이웃됨과 하나님의 풍성한 생명을 향한 경제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님은 이기와 탐욕의 경계를 넘어 자족과 절제의 경제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님은 차별과 배제의 경제를 넘어 참여와 포옹의 경제로 우리를 부르신다.
생태
-하나님은 인간중심의 생태 관점에서 창조주 중심의 생태관점으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님은 파괴와 정복의 생태현실에서 돌봄과 상생의 청지기 사명으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님은 낭비의 왜곡된 생태 소비문화에서 미래세대를 염려하는 생태보전으로 우리를 부르신다.
영성
-하나님은 물신 중심의 영성에서 하나님 중심의 영성으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님은 개인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기적인 사유화된 영성에서 공동체적 영성으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님은 향락, 소비문화 중심의 영성에서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창조의 영성으로 회복되도록 우리를 부르신다.
교회의 사명
-하나님은 사회적 약자가 소외되는 현실에서 섬김과 나눔의 교회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님은 경제제일주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구현하는 교회로 우리를 부르신다.
-하나님은 생명 죽임의 현실에서 생명살림의 교회로 우리를 부르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