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베리타스 |
약 20여 년 전에 한국기독청년회연맹(YMCA, 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이 제주도에서 세미나를 열고 YMCA 운동이 Christian 운동이 돼야 하는데 기독교와는 상관 없는 운동이 되어버렸다고 토론한 적이 있다. 농촌운동이나 어떤 계몽운동을 함에 있어서 기독교의 복음전달의 역할이 빠져버려서 YMCA의 ‘C’ 자의 의미가 무색해진 것을 지적하고 앞으로의 사업의 지향(志向)이 어떠해야 할 것인가를 토론했다.
우리나라 개화기에 기독교가 세운 기관들, 즉 기독교학교와 기독교병원과 기독교청년운동과 그 밖의 기독교 기관들은 계몽운동과 더불어 ‘기독교 복음 전달’을 목적으로 삼았고, 해방 전에는 이러한 역할을 잘 감당하였다. 즉 그 기관들이 기독교 기관답게 운영되었다. 기독교학교들은 성경을 필수적으로 보다. 기독교병원들도 의료봉사 등을 통해 복음정신을 실천함으로 모범적이었다. YMCA와 YWCA는 계몽운동과 함께 전도운동이 되었었다.
그런데 해방 후, 특히 근래에 와서는 많은 기독교 기관들의 크리스천 특색이 희박해져서 그 운영이 비기독교 기관들과 다를 바 없게 되었다. 한국의 역사적인 큰 기독교 병원들에서 의사들과 일반직원들의 노조가 임금인상 문제로 경영진과 싸울 때 파업을 서슴지 않으며 환자들의 아픔과 가족들의 안타까움을 개의치 않아 비기독교 병원과 다를 바 없다.
기독교 신자들과 목사들이 세운 고아원과 자선단체들도 많았는데 비기독교 단체들과 같은 비리를 저질러서 사회의 지탄을 받은 일도 많았다. YMCA도 호텔 사업과 여러가지 운동 및 체력을 위한 일들을 주요 사업으로 삼아 운영비를 마련하고, 학원처럼 각종 학습반을 운영하면서 복음전달의 역할을 소홀히 하였다.
해방 후 정부가 세운 관공립학교들 밖에 사립대학과 사립중고등학교가 우후죽순처럼 많이 설립되어 한국이 교육대국이 되었다. 그리하여 개화기와 해방 이전의 기독교 교육기관들이 옛날 한때 빛났던 업적만을 가지고 자랑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수많은 비기독교 대학들과 중고등학교들과의 경쟁선상에 있는데, 비기독교 학교들이 저지른 비리를 기독교 학교들도 저질러 기독교 학교답지 못한 때가 많았다.
특별히 한국의 교단 신학교들이 대학으로 승격되고 종합대학으로 발전된 경우가 많아졌다. 신학교가 여러가지 인문학과 자연과학까지 수용하여 소위 종합대학으로 나아가는 목적은 신학과 타 학문 사이의 교류와 대화를 통하여 상호 이해를 넓히고, 불신자 학생들을 전도하며, 신학교 운영의 재정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학교마다 그 노력에 따라 성취도가 다르겠지만) 많은 경우 종합대학화된 신학교들은 30년도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서 대학시설이나 교육수준이 여타 일반대학교들보다 많이 열등하여 제 3류 대학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교직원 노조의 경우 처우를 개선해달라는 스트라이크를 수시로 벌였고, 학생들 또한 학교운영에 항거하는 스트라이크를 벌이며 학장 또는 총장실을 점거하거나 폐쇄시켜 이에 학장 또는 총장이 상당기간 동안 밖에서 유리하는 경우도 있었다. 또 폭력으로 총장실 기물을 파손하기도 하였다. 대학 축제 때는 학생들이 교내에서 탁주와 소주를 마시고 취하여 행패를 부려 기독교 학교답지 못하였다. 또 신학부 학생들의 입학 시 학력 수준이 타학부 학생들보다 낮아 신학과의 위상(位相)이 문제되었다. 교단신학교가 종합대학으로 커진 대학의 경우 학장 또는 총장의 자격이 목사 또는 신학과 교수라야 한다는 대학 정관도 문제를 가지고 있다. 아무튼 이상의 여러가지 불미스러운 일로 인하여 크리스천 기관이라고 부르기가 부끄럽게 되었다.
반면에 교단 신학대학으로 종합대학이 되지 않고 남아있는 신학대학은 그 시설과 질이 크게 향상해 있다.
미국 대학들의 성장 역사를 보면 개척지에 먼저 교회가 섰고 이후 신학교가 설립되어 목사를 양성하였다. 이 신학교들이 일반대학 college로 성장하여 커갔고, 교회 또는 교단들이 colloege들을 재정적으로 운영하기 힘들어졌을 때 신학교를 떼어내 독립시켜 운영하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프린스톤신학교이다. 이 대학의 일반학부가 점점 커지고 막대한 운영비가 들어가게 되자 신학교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밀리고, 그 신학교를 세웠던 교단은 그 대학의 운영권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의 교단 신학대학교들도 이미 설립교단들이 그 대학교의 재정을 보장할 수 없는 실정이며, 대학이 점차 커져가는 과정에서 신학과는 더욱 소외되어 갈 것이다. 그리고 크리스천 대학으로서의 특징이 점차 사라질 것이다.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