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 여성 목회자의 끊임 없는 도전, ‘그녀는 왜?’

    ▲한국염 목사 ⓒ이지수 기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염 목사는 국내 여성목회의 선구자로 통한다. 올해로 환갑을 맞았지만 여전히 ‘현역’인 그는 28일 이화여대 신대원이 주최한 공개강좌에서 여성목회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도전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개혁할 것이 너무 많고, 여성들이 개혁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목사는 기장 여신도회전국연합회, NCCK 여성위원회,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현재 기장 양성평등위원회, 청암교회(기장) 등에서 사역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여권 신장을 위해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성에 대한 ‘연대감’이라고 밝혔다. 성경 속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연대에 주목하며, “처녀의 몸으로 임신한 마리아를 엘리사벳은 정죄하지 않고 오히려 ‘당신과 당신의 태 중 아이가 복되다’며 찬양한다. 그걸 보면서 여성의 연대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억압 받는 여성이 많은데, 그들의 해방을 위해서는 우리 여성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대감’은 현실을 개혁하는 힘, 그 자체였다. 서울의 3대 빈민지역 중 하나였던 창신동에 탁아방을 세운 것은 그곳 빈민 여성들에게 연민을 느껴서다. 1년 뒤 집을 비우고 교회로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그들이 마음을 열지 않아 ‘그들과 똑 같은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한 목사는 “마리아가 세상을 변혁시킨 것처럼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는 한 모퉁이를 담당한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해서 신나게 일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정부 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가 된 공부방에 밥집을 겸하게 된 것은 길가에 방치된 여자아이들을 보면서였다. 엄마는 없고 아빠는 아직 안 들어왔다는 아이들을 데려와 먹였는데, 그게 아이들이 이틀 동안 먹은 첫 끼니였다고.

한날은 외국인노동자 10명이 공장에서 도망쳐 교회로 왔다. 이들은 1년간 월급 한 푼 못 받고 여자들은 성추행에 질려 있는 상태였다. 한 목사는 “그들의 얘기를 들으며 오늘날 이 땅에서 가장 고통 받는 민중은 외노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더구나 여성 외노들은 대부분의 외노 쉼터가 남성 위주로 운영되는 바람에 더욱 소외됐다고. 그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시작이 되었다.

    ▲강의를 경청하고 있는 이화여대 신대원 학생들 ⓒ이지수 기자

한국염 목사는 강연에 모인 20대~40대 여성들에게 “한국사회가 여러분의 손길을 얼마나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 세상으로 나가 세상을 바꿔라”고 전했다. 또 ‘대형교회’ 지향성을 버리고, 작은 교회로 가서 작은 자들을 돌봐주는 일에 눈을 돌리라고도 말했다.

또 한 목사는 개혁을 위해 여성들이 ‘연대’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교회에 소위 신학 했다는 여성들이 많은데 왜 이렇게 변화가 더딘가. 목사들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으나, 개혁에 소극적인 여성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여성으로서 더 민감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가부장적인 한국교회를 변화시키자”고 당부했다.


이화여대 신대원 공개강좌는 10월 5일 이문숙 전 교회여성연합회 총무의 '수평적 사랑의 공동체를 향하여', 10월 12일 정해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장의 '교회여성의 일찾기 - Confrontation'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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