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민중교회 목회자가 말하는 '청소년 사역' 이야기

“그들 세계에 뛰어들면, 사역의 미래는 밝다”

죽재서남동기념사업회(이사장 서광선)는 청소년 사역으로 유명한 ‘들꽃피는마을’의 대표 김현수 목사를 초청해 28일 정기월례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서광선 교수(이화여대 명예), 권진관 교수(성공회대), 김은규 교수(성공회대) 등 민중신학 연구자들이 참석했다.

    ▲죽재서남동기념사업회 정기월례세미나에서 '들꽃피는마을'의 김현수 대표가 청소년사역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이지수 기자

‘들꽃피는마을’은 일종의 돌봄기관이다. 민중교회가 사회의 변두리로 내몰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듯, '들꽃피는마을'도 사회에서 소외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교사들이 제 집에서 제 자식처럼 청소년들을 기른다. ‘잔디네’, ‘코스모스’, ‘백합’ 같은 이름으로 이들 대안가정을 부르는데, 총 13가정이 있다.

김현수 목사는 한국신학대학(현 한신대)을 졸업하고 1986년 안산노동교회를 창립하며 민중목회에 뛰어들었다. 청소년 목회를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8년 뒤인 1994년, 길가로 떠도는 청소년들이 교회에 '스며든' 것을 보면서부터다. 교회를 아예 아지트 삼아 잠 자고 어지럽히자 교회 문을 잠그기도 했지만, 어느 날 아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접하게 되면서 김 목사 부부는 청소년 사역에 발목을 잡히고 만다. 그 해 10월부터 아이들과 함께 살았고, ‘예수가정’이라는 이름으로 그룹홈을 시작하여 지금의 공동체 ‘들꽃피는마을’에 이르렀다.

가출, 담배는 기본이고 본드흡입도 서슴지 않았던 그들을 보며 김 목사는 막막했다. 약물 전문가를 좇아 다니며 해결책을 강구하기도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대책 없이 아이들의 바다에 끌려 들어갔다”고 말했다.

10명 남짓한 아이들은 거대한 가출 청소년 세계의 일각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과 2년 동안 동고동락하다보니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사는 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대책이 있다”는 생각이 든 것도 그 때부터였다.

그는 “가슴 속에서 소리가 났다”고 당시의 심정을 표현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되니 너무 기뻐 소리 치고 싶을 정도였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따뜻한 가정, 그리고 가르침을 줄 교사들이었다”고 말했다.

사람들과 신념을 나누기 시작했고 “함께 하겠다”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동네 분위기 망친다’며 멱살 잡는 사람들이 더 많았지만 한편으로는 김치며 쌀이며 갖고 오는 사람도 있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맡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나 1가정이 13가정으로 늘어났다.

청소년 사역을 시작한 지 올해로 16년. 그에 비해 13가정은 초라한 성적표일 수 있다. 그러나 들꽃피는마을을 거쳐간 청소년들이 가정의 온기 속에서 따뜻한 심성을 가진 존재로 성장해가는 것을 보며, 김현수 목사는 청소년 사역의 ‘제 2기’를 마련하려고 한다. 과거와 현재에 청소년 사역을 하던 그의 미래 또한 청소년에 가 있었다.

2가지 목표가 있다. 청소년들의 세계에 좀 더 깊숙이 뛰어드는 것과, 아시아로 사역 반경을 넓히는 것이다.

그는 “청소년 사역의 핵심은 ‘그들의 세계로 투신’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바다를 잃는 것은 이 사역의 모든 것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교사들, 아이들과 함께 거리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정부가 시행하는 청소년 정책은 돈 들여 시설 짓고 자신들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들더러 ‘오라’고 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아시아 나라들에 지부를 세우며 청소년을 사역을 위한 ‘아시아 네트웤’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청소년문제는 사회경제적인 여러 요소가 복합되어 생겨난 인류사적인 문제"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의 지평에서 이 사역이 전개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16세기 칼뱅은 충분히 진화론적 사유를 하고 있었다"

이오갑 강서대 명예교수(조직신학)가 「신학논단」 제117집(2024 가을호)에 '칼뱅의 창조론과 진화론'이란 제목의 연구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 의미 밝혀

정태기 영성치유집단을 중심으로 집단리더가 구조화된 집단상담 프로그램에서 무엇을 경험하는지를 통해 영성치유집단이 가진 독특한 구조와 치유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김학철 교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 부정하는 이유는..."

연새대 김학철 교수(신학과)가 상당수 기독교 신앙인들이 진화론을 부정하고 소위 '창조과학'을 따르는 이유로 "(진화론이)자기 신앙의 이념 혹은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아우구스티누스 사상의 모호성을 극복하는 원효의 체상용의 삼위일체론

아우구스티누스 사상과 원효의 체상용의 불교철학 사상을 비교 연구한 글이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손호현 교수(연세대 신과대학)는 얼마 전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해 창조 신앙 무력화돼"

창조 신앙을 고백하는 한국교회가 개인 구원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신앙이 사사화 되면서 연대 책임을 물어오는 기후 위기라는 시대적 현실 앞에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마가복음 묵상(2): 기독교를 능력 종교로 만들려는 번영복음

"기독교는 도덕 종교, 윤리 종교도 아니지만 능력 종교도 아님을 추론해 볼 수 있습니다. 성령 충만한 자의 실존적 현실이 때때로 젖과 꿀이 흐르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특별기고] 니체의 시각에서 본 "유대인 문제"에 관하여

""무신론자", "반기독자"(Antichrist)로 알려진 니체는 "유대인 문제"에 관해 놀라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유대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인? 무종교인들의 증가는 기성 종교에 또 다른 도전"

최근에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무종교인의 성격을 규명하는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정재영 박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종교와 사회」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신의 섭리 숨어있는 『반지의 제왕』, 현대의 종교적 현실과 닮아"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의 섭리와 『반지의 제왕』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숭실대 권연경 교수(성서학)는 「신학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