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장 이경숙 교수 ⓒ베리타스 DB |
강사는 본격적인 구약 강해에 앞서 구약과 신약에 대한 편견을 버릴 것을 주문했다. 구약은 ‘예언’이고, 신약은 ‘성취’또는 구약은 ‘율법’이고, 신약은 ‘복음’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성경을 깊이 이해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오히려 이경숙 원장은 “구약에는 예언만이 아닌 성취도 있고, 율법만이 아닌 복음도 있다”고 했다. 그는 “믿음의 열조 아브라함만 봐도 그렇다”며 “아브라함은 특별히 의로운 일을 한 것이 없지만, 하나님은 그를 선택했고 은혜를 주셨다”고 했다. 구약을 단순히 ‘예언’과 ‘율법’으로 한정 지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이경숙 원장은 이어 평신도들에게 “구약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대부분의 평신도들은 창세기를 가리켰고, 그 중에서도 창조와 타락 사건을 들었다. 또 “구약에서 가장 불쾌한 내용이 무엇이냐”고 연이어 질문했고, 이에 참석한 여성 교우들은 “여자를 불경하다고 취급하거나 남자보다 열등한 조력자로 이해하는 것이 불쾌하다”고 밝혔다.
창세기 1, 2장은 기독교의 근간을 이루는 창조 설화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두 장은 같은 창조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지 않을 뿐더러 내용면에선 상이하기까지 하다. 특히 창세기 2장에선 1장과 달리 남자와 여자가 따로 구분돼 남자는 흙으로, 여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창조되는 장면이 있다. 또 3장 타락 설화에서는 여자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이 세상에 죄가 개입해 들어오게 하는 존재로 낙인찍히는 장면이 있다.
이경숙 원장은 “창조·타락 설화를 문자 그대로 해석할 경우 자칫 여성을 억압하고, 핍박하는 데 조직적으로 쓰여질 수 있다”며 “지난 수천년 간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장은 무엇보다 타락 설화에서 문자가 아닌, 영적인 성경 해석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시대적 배경을 살펴 본 이경숙 원장은 “솔로몬 시대 신학자들은 그 시대의 지혜를 구했다”며 “고대근동사의 기록을 보면 대게 여성들은 호기심 많은 존재로서 죄악을 불러 들이는 자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당시 시대적 상황이 지금의 ‘타락 설화’를 만들어 내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구약학자들은 창세기가 씌여진 시점을 솔로몬 시대로 보고 있다.
이경숙 원장은 이어 “솔로몬 시대는 인간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며 “창세기 2장 중 흙이 생령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표현 등은 인간이 하나님의 영이 없으면 아무 생명력 없는 존재임을 강하게 나타낸 것”이라고 했다. 성경이 기록되는 시점의 시대적 상황이 표현의 강, 약에도 영향을 끼침을 반증해 주는 주장이었다.
끝으로 이경숙 원장은 “창조·타락 설화가 올바르지 못한 해석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는 단서가 되어왔다”며 “설화에 대한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이해하고, 기술하는 자들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경숙 원장의 구약성서강해는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경동교회 사회 선교실에서 열리며 내달 초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