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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상]신인문학이 오늘의 한국신학에 주는 의미와 문화적 실천신학의 제기<2>

 [노영상]신인문학이 오늘의 한국신학에 주는 의미와 문화적 실천신학의 제기 <1>에 이어...


여섯째로, 문화적 실천신학의 방법론은 해석학(hermeneutics)의 문제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실천철학과 실천신학은 해석학과 공동의 기반을 갖는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존재와 행함을 하나로 하며, 테오리아(이론)과 프락시스(실천)을, 테오리아(사변적 앎)와 포이에시스(생산적 앎)를 그리고 에피스테메(인식)와 테그네(기술), 그리고 주관과 객관, 전체와 부분을 하나로 하는 것이다. 특히 주체와 객체 및 주관성과 객관성 및 마음과 몸에 대한 정의와 상호침투성에 대한 문제는 정신분석(psychoanalysis) 및 해체주의(deconstructionism)와 함께 해석학(hermeneutics)에서의 논의를 별개로 하고는, 파악되기 어려울 것이다. 필자가 제기한 문화적 실천신학의 깊은 이면에는 해석학적 논리가 게재되어 있다. 그것은 문화의 개념에서도 그렇고 실천의 개념에서도 그렇다. 그러므로 문화적 실천신학의 깊이 있는 전개를 위해서는 해석학적 탐구가 요청된다.
  문화인문학은 제 학문의 통합된 전망을 통해 문화적 시야가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문화인문학에선 문화 자체를 여러 학문들의 시야를 모아 형성되는 역동적인 것으로 보기 때문에, 문화를 고정된 한 실재로 이해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문화에 대한 통합적 조망을 위해선 선재적인 문화적 시야가 필요하다. 문화를 보는 전체적인 전망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문화와 제반 학문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해석학적 순환(hermeneutic circle)과 맞물리게 된다. 슐라이에르마허(Friedrich Schleiermacher, 1768-1834)가 제기한, 해석학 이해의 단초가 되는 해석학적 순환을 설명하면 이렇다. 전체를 모르고서는 부분을 이해할 수 없다고 아스트(Friedrich Ast, 1778-1841)는 말한 바 있으며, 그 내용을 슐라이에르마허는 받아들이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어려운 철학책을 읽을 때, 그 책의 전체적 주제를 모르고서 읽게 되면 내용을 도무지 알 수 없지만, 전체적 주제에 대해 사전지식이 있을 경우엔 그 책의 부분 부분을 이해하기가 용이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게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선 사전에 그 전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엔 모순이 있다. 부분을 모르고서 어떻게 전체를 알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전체를 알기 위해서는 부분으로부터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해석학적 순환관계가 놓이게 된다. 부분을 알기 위해 먼저 전체를 알아야 하고, 전체를 알기 위해 먼저 부분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슐라이에르마허는 부분을 통해 전체를 알 수 있으려면, 일종의 직관적이고 신비적인 요소가 가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부분에서 직관을 통해 전체로 비약하는 운동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신비로 화자와 청자 사이의 공유되는 의미공동체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인간의 이해의 지평은 궁극적으로 깊이의 차원에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언어공동체 속에 있으면서, 그러한 선이해를 물려받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주관은 우리가 관찰하는 대상으로서의 객관과 교호관계에 있다. 객관이 우리의 주관에 영향을 주며, 그 주관은 다시 객관적인 것으로 대상화하는, 순환이 있게 마련이다.
  일곱째, 문화적 실천신학은 과학기술의 문제를 문화와 신학의 주요한 논의영역으로 끌어들인다. 서구 문화연구는 오늘의 과학기술도 일종의 문화적으로 해석된 것이며, 과학적 사실도 일종의 사회적 산물로 간주한다. 문화적 실천신학은 오늘의 과학과 기술적 체계가 우리의 정신생활과 사회체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 과학기술 중 매체기술 및 문화콘텐츠기술과 매체문화는 우리의 정신적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므로, 그에 대한 이해와 활용에 착념할 필요가 있다. 20세기 들어 뉴미디어의 등장은 우리의 인간의 삶과 사회체계에 상당한 변화를 야기하였다. 이에 자연과학과 함께 인문과학 및 사회과학 사이의 상호영향력을 감지하며, 오늘의 신학적 논의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종교와 과학의 관계 및 문화콘텐츠로서의 표현 등에 대한 연구는 그것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만 관심 사항이 되어서는 안 되며, 신학을 하는 모든 이들이 주시해야 되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 오늘의 시대는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 없이 인간을 이해하기 힘든 시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신학은 인문학과 마찬가지로 일면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사변적이며 현학적인 그리고 현실과 괴리가 있는 신학적 작업에서 벗어나, 보다 실천적이고 실용적인 신학을 모색하는 것이 요청된다. 기실 역사에 오래 남은 신학들은 모두 그 시대와 그 시대의 문화에 충실한 신학들이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당시 반교회적인 신학들과의 치열한 논쟁 가운데에서 자신의 신학을 전개하였으며, 존 칼빈도 당대의 사람들에게 개신교를 변호하기 위해 『기독교강요』를 저술하였다. 역사적으로 지속적인 영향력을 갖는 학문들은 대부분 현실 문제와의 씨름에서 나온 것들이다. 실제 인간과 역사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망에서, 그들은 자신들의 학문에 정진하였던 것이다. 가장 맥락적인 신학이 영원한 보편성을 갖는다. 이에 우리도 우리의 한국신학을 우리의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다시 조율할 필요가 있다.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발에 밟히듯이, 우리의 신학이 그런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닌지 성찰해보는 여유를 갖는 것도 소중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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