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고 강원용 목사 설교] 감사절 메시지

2000년 11월 21일 경동설교

레위기 23장 39절, 42~43절

밭에서 난 곡식을 다 거두고 난 다음, 너희는 일곱째 달 보름날부터 이레 동안 주께 절기를 지켜야 한다. 첫날은 안식하는 날이다. 여드렛날도 안식하는 날이다. 이레동안 너희는 초막에서 지내야 한다. 이렇게 하여야 너희의 자손이, 내가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 땅에서 인도하여 낼 때에, 그들을 초막에서 살게 한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주 너희의 하나님이다.

데살로니가 전서 5장 16~18절

항상 기뻐하십시오. 끊임없이 기도하십시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나님의 뜻입니다.

 

우리 나라 교회의 추수감사절은 해마다 11월 4째주일입니다. 그런데 경동교회는 한국교회로서는 처음으로 25년전에 추석을 추수감사절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이것은 특히 경동교회가 오랫동안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왜 우리가 추수감사절을 11월 4째주일로 지켰는가를 생각해보면 그것은 미국사람들이 특히 퓨리턴들이 영국에 살기 싫어서 미국으로 건너가서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 첫 곡식이 나온 것을 가지고 11월 4째주일에 추수한 것을 감사드린 것이 미국의 추수감사절이고 우리는 그 절기를 따라 지킨 것입니다. 물론 저도 목사가 된 이후에도 수십 년을 그대로 지켜왔습니다만 그러나 제게 70년대를 지나오면서 굉장한 의문이 생긴 것은 왜 우리가 미국사람들의 추수감사절을 지켜야만 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에 제가 그것을 거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세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그 하나는 미국식 추수감사절의 성경적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11월 4째주일이 감사절이라고 하는 것이 신구약 성경에 근거가 없습니다.

둘째는 이것은 순전히 미국 청교도들의 전통입니다. 그것은 왜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지키느냐는 것입니다. 그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사람들의 추수감사절이 미국에 건너온 후에 첫 농사를 지은 곡식을 가지고 하나님께 감사했는데 그 곡식이 나올 때까지는 뭘 먹었느냐는 겁니다. 그때까지 그 사람들이 먹은 것은 원래 미국 본토에 살던 인디언들이 농사를 지은 것을 가지고 먹고 산 것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하나님께 감사하는 동시에 인디언들에게 감사를 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늘 카우보이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이 청교도의 후손들은 하나님께 감사 할 줄은 알면서 자기들을 일년동안 먹여 살려온 이 인디언들을 모조리 학살하고 땅을 빼앗았던 것입니다. 왜 우리가 그 사람들의 그 전통을 지켜야 되느냐는 것이 제가 그것을 거부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추수감사절을 지키자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의 추수감사절을 보니까 이 8월 보름날 추석이 대단히 좋은 날이다 하는 것을 알았습니다. 첫째 이것은 성경에 확실한 근거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오늘 읽은 레위기서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들의 명절로서 7월이 지난 후에 그 다음달에 보름달이 뜨는 날을 초막절이라고 지킨 것입니다. 이것이 감사절입니다. 그때부터 만 여드레 동안 추수감사에 대한 대축제가 벌어집니다. 바로 구약시대에 있던 백성들이 지키던 그 초막절이 우리의 추석에 해당이 됩니다. 확실히 이것은 성경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이 아니라 우리들의 추수감사절은 성경에 초막절과 비슷한데 첫째는 하나님께 햇곡식을 가지고 감사를 드린 것이 그러하고 둘째는 한 가족뿐이 아니라 남녀종, 떠돌이 모두 한데 모아 가지고 함께 먹은 것, 그리고 세 번째는 대축제가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의 추석은 신라시대부터 내려온 것이고 맨 처음에는 가배라 불렀다가 후에 가위로 된 것입니다. 이 가배라고 하는 것은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게 퍼졌지만 공통적인 것은 새로난 햇곡식을 가지고 송편을 빗고 대추와 여러 음식을 가지고 조상님께 제사를 드리고 그리고는 온 가족들을 모아서 한껏 나누어 먹고 대축제를 벌이는 날입니다. 강강수월래라고 하는 것은 바로 전형적인 축제에서 나오는 춤인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 성경에 나오는 것과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의 조상들께 감사하는 전통에 대한 것입니다. 우리들의 좁은 신앙으로 판단해서 조상의 음덕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해서 그것을 우상숭배다하는 그런 고루한 생각을 가지고서는 하나님 앞에 못 갑니다. 하나님은 그렇게 편협한 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때의 우리 선조들은 하나님이라는 말도 듣지 못하던 시대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가 하나님을 바로 아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조상을 향해 제사를 지내던 것을 하나님을 향해 드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추수감사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25년전 추석을 추수감사절로 우리가 용감하게 지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의 교회의 생활해온 것을 회고하면 늘 나와 함께 이 교회를 섬겨온 장로님들, 집사님들 그리고 신도님들에게 감사를 드리는 것은 도대체 교회에서 추수감사절을 추석으로 바꾸고 예배시간에 탈춤을 추고, 저녁시간에는 책상을 다 들어내고 멍석을 깔고, 거기에서 탈춤패가 나와서 탈춤을 추는데 여러분이 알다시피 탈춤에는 쌍소리가 많이 나옵니다. 그런데 교회니까 그런 쌍소리는 조금 고쳐서 점잖은 말로 했으면 좋겠는데 쌍소리를 그대로 하면서 춤을 췄으니 말이지요. 그 점잖은 교인이야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지요. 그런데 저의 교회에선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뒤에서 말 안하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러한 훌륭한 교회가 우리교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제 신문에 보니까 한국에서 제일먼저 추수감사절을 추석으로 지킨 교회가 경동교회다라고 나와 있었는데 지금은 제일교회와 향린 교회도 지킨다고 나와 있습니다. 슬픈 것은 25년이나 지났는데도 우리가 분명하게 신문에도 다른 글에서 주장한 것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이 바로 한국교회가 가지고 있는 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역사는 여러분들이 점점 발전시키고 계승시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같이 생각해봐야하는 것은 왜 우리는 감사절을 지켜야하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이 감사절을 지키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 물질로 나타나나 것이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이 자연은 하나님의 사랑이란 것을 증명해주는 하나의 하나님의 물체화인 것입니다. 이러한 이 자연 속에서 적은 씨가 자연에 들어가서 그것이 두터운 흙을 깨고 하늘을 향해 솟아 올라 왔습니다. 그것이 몇백배 열매를 맺어서 그래서 우리의 입까지 들어오게 하는 여기 하나님의 사랑이 그대로 나타나게될 뿐 아니라 농사를 지은 농민들, 그 농사가 우리 집에 밥이 되어 들어오기까지 수고한 많은 우리 이웃의 사람 그것을 우리는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추수감사절을 지키는 우리들은 이것이 감사하니까 내목에 밥술 혹은 떡 한 개가 넘어갈 때 그것은 자연적인 단백질 얼마와 탄수화물 얼마가 넘어가는게 아니라 그것과 함께 하나님의 사랑과 우리 이웃의 사랑을 함께 먹는 것이 추수감사절 바로 우리들의 축제다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것을 감사하면서 나아갈 때 무엇을 어떻게 감사해야 됩니까? 구약성경에서는 농경시대에 전형적으로 이런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만 신약성경시대에 와서는 추수감사절이 없는 것은 아니고 감사는 꼭 추수감사절에만 감사하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데살로니가 전서에서 사도바울은 범사에 감사하라 그랬는데 이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이 오히려 영어에서 그 뜻이 더 명백하게 나타납니다. 영어로서는 "be thankful in all circumstances" 어떤 환경에서나 어떤 일이 있어도 감사하라는 말입니다.

우리들의 감사의 생활은 우리가 어떤 처지에 있던 신앙을 가지고 사는 한 정지될 수 없고 또 우리들이 함께 모여 이렇게 감사의 예배를 드리고, 이어서 축제를 지내고 같이 음식을 나눠 먹는 이 행사는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하신 종말의 날 그 종말의 날은 새하늘과 새땅에서 하나님나라의 큰 잔치가 벌어집니다. 우리는 바로 그 큰 잔치를 바라보면서 여기에서 그 잔치를 미리 맛보는 그것이 우리의 예배고 우리의 축제인 것입니다. 이것을 여러분께서 마음에 생각하고 참된 감사를 하는 삶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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