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은 기름 태안 앞 바다 삼킨지 2년…피해주민 실태는

피해보상 못 받은 주민들 가슴에는 멍만

검은 기름이 태안 앞 바다를 집어 삼킨지 2년. 정부 관계 부처 및 해당 기관의 노력에도 피해지역 주민들의 가슴에 멍은 커져만 가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회장 김삼환)은 3일 서해안 원유유출사고 2주기를 맞아 피해주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발표 및 보고회를 가졌다. 어느덧 잊혀지고 있는 태안 주민의 어려움을 파악하고자 한국교회봉사단은 지난 11월 4일부터 23일까지 태안주민 206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오상렬 목사(기독평화센터 소장)가 발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해안 원유유출 사건 2년 경과 후 사건 이전과 가장 변화된 모습은 경제적인 어려움(41.3%)이었고, 정신적 스트레스(18%), 지역주민간의 관계가 나빠짐(14.6%), 건강문제(4.4%) 순이었다.

  ▲ ‘서해안 원유유출사고’ 피해주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발표 및 보고회에서 오상렬 목사(기독평화센터 소장)가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베리타스

특히 주민 소득 변화와 관련, 설문 조사에 참여한 전체 응답자의 73%가 ‘감소하였다’고 답했다. 또 지역주민간 사이가 나빠진 이유로는 정신적 스트레스(60.2%)가 가장 높았고, 잘못된 정보와 소문(41.3%), 각 직업군 사이의 이해관계(34%), 방제작업이나 공공근로에 참여하지 않고도 일당을 받는 일(24.3%), 보상액을 부풀리는 등 비양심적 행위(23.7%), 구호물품 분배과정에서의 소외(21.4%) 순이었다.

필요한 외부지원을 묻는 질문에는 생태계복원(26.7%), 지속적인 정서적 지원(20.4%), 가해자들의 사과(18.9%), 관계회복프로그램(18.9%) 순으로 응답했다.

서해안원유유출사건 피해주민 정신건강 실태 양적조사에 이어 질적조사도 있었다. 성백걸 교수(백석대 기독교학부)가 발표했다. 이 조사에선 피해 주민들이 여전히 몸의 통증, 정신 건강의 악화 등 심각한 사고 후유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지역의 한 주민의 말이다.

“건강이 많이 나빠졌죠. 병원에 안 다니는 날이 업다 시피 해유. 허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고 목도 아프고, 기름을 얼마나 많이 먹었다구유. 입으로 먹다 시피 헌 걸. 계속 병원 다녀유. 그때는 허리 아픈 줄도 몰랐어유”

또 다른 후유증으로 마을 공동체의 붕괴가 있었다. 성 교수는 “주민들 개인 건강의 악화와 마음의 상처는 곧바로 마을공동체 붕괴로 이어졌다”며 “주민들의 신경이 예민해져 있고, 서로가 믿지를 못해 신뢰 관계가 깨져 있으며 각자 자기 입장에서 주장만 하고 전체 합의 된 의견으로 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 서해안 태안 유출 사고 당시 피해지역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한 한국교회 성도들이 ‘서해안 원유유출사고’ 피해주민 정신건강 실태조사 발표 및 보고회에 참석했다 ⓒ베리타스

관계 부처에서 보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주민들의 주름살을 더 깊게 패이게 만들었다. 국토해양부 허베이스피리트 피해보상지원단(www.mltm.go.kr)에 따르면 2009년 11월 30일을 기준으로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 전체 피해추정금액은 약 6,000억 원이나 피해보상한도는 3,400억 원에 불과했다.

신고된 피해건수는 12만 6천 건(법원집계- 3조 5975억 원, 국제기금집계- 1조 3574억 원). 이 중 피해보상청구건수는 1만 229 건이었으나 국제기금 사정 완료 건수는 2139 건, 보상지급완료 건수는 891건(약 900억 원)에 그쳤다.

이 조사에서는 한국교회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생각도 반영됐다. “교회가 그래도 구심점이 되었어요. 고생은 많이 했지만 긍지도 느끼고, 저 같은 경우는 참 보람이 있었어요. 여기는 90프로 이상이 크리스천이라고. 참 하나님께 감사했어요. 아직은 그래도 한국이 살만한 세상이구나. 새벽예배 끝나고 나가 보면 주차장에 차가 가득 와 있는데, 대구에서 부산에서 제주도에서 오더라구요. 시간 들여 잠 못 자. 그 마음이 감사했어요. 대단하구나. 몇 번씩. 3번씩 오기도 하고. 금요철야 예배 마치고 차에서 잠자고 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식구들끼리도 많이 오고...” 피해 지역 주민의 말이다.

단 기간에 양적 팽창을 한 껏 이룬 한국교회는 교회의 여러 요소 중에서도 ‘디아코니아’를 분출구로 삼아 한국사회 내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곳에 정신적,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태안 원유 유출 사고 현장에서의 봉사 활동도 그런 흐름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국교회에 대한 아쉬움과 서운함도 주민들 사이에 묻어났다. 특히 다름 아닌 피해지역 교회 성도들이었다. 성 교수는 “피해 주민들의 교우들인, 그래서 누구보다도 더 현지 사정을 잘 아는 만리포교회와 목사와 성도들을 통해서 충분히 상의하고 일을 했으면 더욱 선교에도 효과적이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 결과 교회가 일을 엄청 많이 하고 엄청 갖다 주었는데 별 효력을 보지 못했고, 직접 전도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같은 교회 성도들이라면 적어도 피해 지역 교회와의 소통을 통해 정황 파악을 한 뒤 움직였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이는 교회가 떨어진 사회적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뛰어들어 봉사에만 급급한, 알리바이성 봉사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 했다.

끝으로 한국교회봉사단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명서를 발표했다. ‘검은 재앙, 서해안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는 제목의 성명서는 △정부는 서해안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사고의 책임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신속한 조치를 해줄 것을 촉구한다 △한국교회는 생태적 회심을 통해 지속적인 창조질서보전운동에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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