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불편’ 감수하는 사랑의교회가 되었으면…

한국교회 메가처치 신드롬 극복 못해

한국교회가 메가처치 신드롬(Mega Church Syndrome)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엔 교회 안팎의 비판에도 꿈쩍않고,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대형교회인 사랑의교회가 2천 억여원이 넘는 성전 건축을 강행하고 있다.

▲손규태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일찌기 성공회대 손규태 명예교수는 저서 『세계화 시대 기독교의 두 얼굴』에서 “1970년대부터 미국 자본주의 기업 경영 원리인 ‘교회성장론’이라는 반성서적인 사상이 한국교회를 장악해 감으로써 한국교회는 물신숭배, 성공주의, 경쟁주의, 샤머니즘으로 뒤범벅된 기괴한 집단이 되고 말았다”고 전했다. 메가처치 신드롬의 기원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이 아닐 수 없다.

‘교회 권력’과 ‘맘몬’을 동전의 양면이라고도 비유한 손 교수는 자본주의에 물든 교회를 향해 “하나님이 있어야 할 자리에 맘몬이 있게 됐다”는 주장도 폈다.

보수시민단체 <기독교사회책임> 공동대표 서경석 목사 조차 사랑의교회가 막강한 예산을 휘두르는 교회권력이 되지 않을까 우려했다.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suhkyungsuk.pe.kr/)에 ‘<사랑의 교회 새 성전건축 계획을 보고>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낸 서 목사는 “지금 한국교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다”며 “그리고 이러한 신뢰추락의 원인을 사람들은 초대형 교회가 성장제일주의로 치달으면서 물질만능주의, 상업주의, 개교회주의 등 소위 메가처치 신드로움(Mega Church Syndrome)이 만연하고 있는 데에서 찾고 있다”고 했다.

▲서경석 목사 ⓒ베리타스 DB

그러면서 사랑의교회가 메가처치 신드롬에서 자유로운지 스스로 자문(自問)해야 한다고 했다. 서 목사는 “<사랑의 교회>는 한국교회를 이끄는 초대형 교회라는 이유만으로도 우리사회가 한국교회를 향해 가하는 질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더욱이 지도적인 교회일수록 한국교회에 대해 더 책임적이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사랑의 교회>도 메가처치 신드로움에 빠져 있음을 정직하게 인정하고, 이 죄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지 않을까?”라며 “<사랑의 교회>에 문제가 있다면 파이프라인이 아닌 물탱크가 되려 하거나 서초구에 큰 교회를 새로 지어서가 아니라 예수님처럼 살겠다는 치열함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서 목사는 앞서 잠실중앙교회를 예로 들어 교회 분립 사례를 소개, 사랑의교회가 성전 신축 대신에 분립의 길을 택하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그는 “故 김준곤목사님은 평소에 한국교회가 파이프 라인이 되려고 하지 않고 물탱크만 되려 한다며 안타까와 하셨다”면서 “그래서 잠실중앙교회처럼 열심히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는 교회도 있다. 이 교회는 벌써 네 번째로 교회를 분립시키는 중인데 이러한 모습은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이라고 했다.

▲김동호 목사 ⓒ베리타스 DB

교회 강단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도 비판적이었다. 교회 분립을 추진하고 있는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는 지난달 29일 주일예배에서 “한 교회가 예배당 건축을 위해 2,500억 원의 어마어마한 금액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세상은 놀라고 있다. 하지만 그 방향성에 대해서 세상은 공감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리 교회 우리 뜻대로 한다는데…”라는 대답을 할 사랑의교회를 향해 “우리 예배당 짓겠다는데 너희가 왜 그러느냐는 생각은 위험한 생각이다”라며 “그 정도 큰 교회가 되면 세상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도 했다.

김 목사는 사랑의교회에 성전 건축 대신에 사회 봉사를 위한 3,000억 원의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도 “되돌릴 수 없다면 건축이 끝나고 몇 년쯤 지난 후에 다시 힘을 모아 2,000억, 3,000억 원이 되는 일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라고 했다.

사랑의교회의 대규모 건축 공사를 바라보는 교회 밖의 시선도 곱지만 않다. 성장제일주의 원칙 하에 교회가 해야 할 역할 중의 하나인 ‘분배’는 찬밥 신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언론들은 사랑의교회 건축을 둘러싸고, 교계 인사들이 사랑의교회가 땅값과 건축비를 선교와 나눔, 봉사에 사용해야 하지 않느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요지의 보도를 했다.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도 유독 성전 건축을 고집하는 사랑의교회는 교인들의 ‘편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교계 인사들 그리고 교회 밖에선 내심 사랑의교회가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결단을 내리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성전 건축을 위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월 지하철 2호선 서초역 앞 사거리 7,533.4㎡(약 2,278평)에 달하는 부지를 구입하는 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지난달까지 총 1만 4,259세대가 1,300억여원의 건축 헌금을 약정하기까지 했다. 교회 측은 내년 착공을 시작해 2012년 9월 말 입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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