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성공적인 목회를 하겠다는 비전. 개개인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에게는 접근할 수 없는 마치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지역 내 대형교회에 주도권을 빼앗긴 오늘날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서로 힘을 합한다면, 그 결과는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전영철 사무총장이 ‘호프킹 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 ⓒ베리타스 |
대전 지역에서 작은 교회 목회자들의 실험이 있었다. 그들은 각각 ‘장학위원장’이란 직함을 갖고, 지역 사회 구성원들과 만나며 대화를 나눴다. 태권도장, 미용실, 신발가게를 비롯한 각종 지역 업체들 그리고 학교 등을 찾아가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을 했다. 학교에서는 소년·소녀 가장이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소개 받았으며 지역 업체들에게는 이들에 대한 후원을 부탁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호프킹 시스템’은 작은 교회 목회자들과 지역 업체들 그리고 위기가정 청소년들의 관계를 끈끈히 결속시켜 주었다.
‘호프킹’의 원 뜻은 꿈(Hope)과 왕(King)이 결합된 말로 꿈을 꾸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무능력 또는 불가항력적 환경 때문에 꿈을 상실한채 살고 있는 위기가정 청소년들에게 요셉처럼 ‘꿈 꾸는 자’가 될 수 있도록 총체적 지원을 하는 복지 프로그램이다.
대전에서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목회자들과 함께 실제 지역 사회에 구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전영철 사무총장이 10일 서울을 찾았다. 대전에서 붙은 불이 전국구로 옮겨갈 수 있도록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 사업 설명회를 갖기 위함이었다. 이제까지 280여 명의 작은 교회 목회자들과 800여 개 지역 업체들이 위기가정 청소년 돕기란 공통의 목표 아래 손을 잡았다.
이 단체에서 실시하고 있는 ‘호프킹 시스템’의 주된 관심사는 생계지원 보다는 생활지원에 더 가깝다. 많은 사회단체와 정부가 미자립 가정에 지원하는 쌀과 연탄 등은 분명 위기가정 청소년들의 생계에는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불우 청소년들의 낙담과 탈선의 배경이 되는 것은 ‘생계’ 보다는 ‘생활’이다.
전영철 사무총장은 “다른 이들이 모두 학원으로 향할 때 불우 청소년들의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며 “가정으로 향하지 못하는 이들. 생일에는 외식은 커녕 케익 한 조각 얻어 먹기 힘들다”고 했다. 그렇지만 사실 생활지원은 생계지원 보다 훨씬 막대한 비용이 든다.
▲서울 지역 목회자들이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에서 진행 중인 ‘호프킹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베리타스 |
전 사무총장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시스템화를 시도했고, 고심 끝에 만들어 낸 것이 ‘호프킹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학원을 운영하는 학원 원장은 매일 무료로 5명은 가르쳐 줄 수 있고, 미용실 원장은 매일 무료로 10명의 머리를 깎아 줄 수 있다. 치킨집 사장도 매월 치킨 5마리 정도는 무료로 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지역 업체들과 불우 청소년들, 즉 ‘양지’와 ‘음지’를 연결해 주는 역할을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하게 된 것이다.
‘장학위원장’이란 직함을 갖고, 위기가정 청소년을 위한 봉사 활동을 줄기차게 전개 하다보니 지역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거부감이란 것은 생길리 만무했다. 오히려 존경을 받아 작은 교회 목회자들 사이에서는 새로 등록한 교우들 탓에 입가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지역사회 봉사’와 ‘성공적인 목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10년 후 밝은 사회를 바라며 (사)한국청소년육성연맹은 그 목표를 전국 10,000개교, 100,000여명의 불우청소년, 10,000명의 성직자, 100,000여 지역업체, 3,000,000명의 후원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