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폐연 상임대표 문장식 목사가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베리타스 |
80년대부터 사형수들의 교화를 위해 헌신한 한국기독교사형제폐지운동연합회(사폐연) 상임대표 문장식 목사가 입을 열었다. 그는 흉악 범죄로 수감 중인 사형수들에게 회개를 권하고, 세례를 주며 교화시키는 일을 해왔다.
사형제 위헌제청과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앞둔 사폐연이 14일 기독교회관 7층 NCCK 예배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문장식 목사는 인사말에서 “헌법의 정신은 생명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기독교를 비롯해 여타 다른 종교들 역시 생명을 살리자는 것에 이견이 없다”고 했다.
헌재의 판결을 긍정적으로 내다 본 문 목사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의 정신을 위배하는 판결을 하지 않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 기독교 연합기관 한기총 총무를 역임한 바 있는 박영률 목사의 발언이 있었다. 박 목사는 “최근 한기총 내부에서 몇몇 인사들이 독단적으로 사형제 폐지 존치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한기총 정관 절차에 따른 결의라기 보다는 각 개인의 신앙의 표현에 가깝다”며 “기독교 보수 진영에서도 역시 생명을 살리자는 데 매한가지로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목사는 “생명을 살리자는 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어디있겠느냐”며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사형제 폐지에 뜻을 모으는 일은 매주 온당한 일”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성서 교리적으로 사형제 폐지의 온단성을 주장했다. 박 목사는 “구약에 보면 도피성 제도라는 것이 있다”며 “죽음 앞에서 도피하는 자들에 대해선 형벌이 가해지지 않는 제도를 말한다”고 했다. 신약 만큼, 구약도 생명을 존중하고 있음이 도피성 제도를 통해 드러난다는 얘기다.
사형제 위헌제청에서 헌재의 판결의 있기까지 NCCK 정의평화위원회 황필규 국장의 경과보고에 이어 사폐연 공동대표 김수진 목사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기자회견문에서 사폐연은 “사형제도는 하나님이 주신 인간 생명의 존엄을 간과한 제도이며 동시에 국가에 의한 사법 살인으로서 매우 반인권적인 폭력일 뿐”이라며 “인간의 역사 속에서 끊임없는 죽임의 역사가 있었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지만, 21세기 문명사회에서는 사형폐지를 통해 생명의 가치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통해 희망세상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폐연 공동대표 김수진 목사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베리타스 |
사폐연은 또 “이에 헌법 재판소가 올 12월 말에 있을 사형제 관련 판결에서 반생명적이고 반인권적인 형벌인 사형제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림으로써, 유엔 인권이사회 회원국이며 독립적 국가인권위원회 설립국이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인권선진국의 자리매김을 위해 적극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2007년 12월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되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해 광주고등법원이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제청 신청을 했으며 헌법재판소는 연말 최종 판결을 내리기로 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1948년부터 1997년까지 50년동안 총 902명, 연 평균 19명이 사형집행을 목숨을 잃었다. 게 중에는 인혁당 사건, 민족일보 사건처럼 수사기관의 지독한 고문과 치밀한 조작이 수십년 후에나 밝혀져 재심을 통해 무죄가 선고되어 진실이 밝혀진 사건들도 있다.
사형제 폐지는 국제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법률상 사형제도를 폐지한 국가는 139개국이며 OECD 가입 국가 가운데 일본과 미국을 제외한 나라는 모두 사형제도를 폐지했다. OECD에 가입한 우리나라가 인권 후진국이란 지탄을 받을지, 인권 선진국이란 반열에 오를지 연말 헌재의 판결에 사형제 폐지 운동가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