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12,174명, 하루 평균 33명이 자살로 죽어가고 있으며, 자살로 인한 사망율이 암, 뇌혈관 질환, 심장 질환에 이어 네번째로 높은 사회.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볼 때 자살율이 급증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이다.
무엇이 한 가정의 소중한 사람으로 태어나 사랑받고, 자란 사람들을 사신(死神) 앞에 서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길을 택하게 하는 것일까? 목회사회학연구소,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은 6일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라는 주제의 자살 예방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이 단체들은 기독교가 그동안 돌봄 사역을 게을리 했다는 데 공감, 향후 기독교가 사회 윤리적인 측면에서 자살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고 그 예방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기조발제에서 이영문 소장(수원시 자살예방센터)은 그동안 종교가 자살예방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우리사회에서 종교는 일생생활에 미치는 그 영향력이 매우 낮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불교 국가인 태국은 경제지표와 상관없이 자살율이 낮다”며 타국처럼 우리나라 종교의 사회 윤리적 측면의 영향력 증대를 주장했다.
이 소장은 특히 “자살이란 것은 단순히 뇌세포의 화학적 반응만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며 “문제는 주위에서 얼마만큼 관심을 갖고 환자를 돌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에게 필요한 건 약이 아니라, 따뜻한 관심과 배려라는 것이다.
우리사회내 한 개인을 따뜻하게 품고, 체계적으로 돌보고 관리할 만한 곳이 어디에 있을까? 물론 사회 구성의 1차적 집단인 가정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종교임에 틀림없다.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한일장신대 겸임교수)는 ‘기독교인 자살의 목회적 이해’란 주제로 △성경에 나타난 자살과 그 유형 △기독교인 자살의 원인으로서 우울증 △기독교인 자살과 목회적 문제 △기독교인 자살은 사고사 등의 소주제를 발표, 자살예방를 위한 기독교의 역할을 모색했다.
김 박사는 특히 발제문에서 기독교인의 자살과 관련 첫째, 신앙의 무기력 둘째, 체험적 신앙생활의 결여 셋째, 영혼돌봄의 결여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박사는 “(오늘의 교회가)교인의 숫자만 늘리는데만 급급하고 영혼을 돌보는 데는 전혀 체계적이거나 전문적이지도 못하다”며 돌봄사역에 있어 그 전문성이 배제된 우리나라 목회적 형태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교회가)자살을 사고사로 규정해 목회에서 영혼을 체계적으로 돌보는 전문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도 ‘한국사회 자살경향과 교회 공동체의 역할’이란 발표문에서 “자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필요하다”며 “자살충동을 강하게 느낀 적이 있는 사람들을 심층 면접해 본 결과, 이들은 스스로 '구원의 확신'이 있었고, 분명히 기독교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자살 예방을 위해 목회자가 설교를 통해 자살문제에 대해 직간접으로 언급할 필요가 있다”며 “교회의 공동체성을 회복해 공동체 구성원들이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지 않고 신앙 안에서 올바른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화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미나에서는 ‘자살에 관한 설교지침’에 서명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향후 자살을 대할 때 △자살에 대해서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유가족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자살의 방법이나 장소, 자살의 경위는 상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유명인의 자살을 미호하거나 영웅시하지 않는다 △자살을 고통해결의 방법으로 설명해서는 안된다 △흥미중심이나 흥미로운 예화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