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 유치보다 전지구 기후변화행동을 위한 리더십이 먼저다
- COP 유치를 원한다면 그 이전에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4대강 사업, 핵발전 등 위선적인 녹색가면부터 벗어라. -
COP 18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정치적 홍보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12/14일 새벽 국내 언론들은 일제히 이명박 대통령이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COP 15에 참가해 2012년 아시아에서 진행될 COP 18의 유치를 선언할 것이라고 일제히 타전했다. COP 회의는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전지구 논의의 장으로서 이명박 정부가 기후변화대응에 있어 적극적인 국제리더십을 보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심각한 상태의 기후변화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저탄소 녹색성장’의 실체가 핵발전 확대와 자연하천의 파괴인 것이 드러난 마당에 또 다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끼로 전세계를 기만하는 것은 아닌가 두렵기까지 하다. 정부가 COP 18을 유치하겠다면 그런 국제적 리더십에 상응하는 정책을 ‘먼저’ 보여주는 것이 합당한 수순이다.
한국은 COP 18 유치를 선언할 만큼의 전지구 기후변화 리더십을 보인 적이 있는가
한국정부는 지난 11월에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고작 4%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했다. ‘COP15 공동대응단’이 누차에 걸쳐 밝혔듯이 이는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이 공약한 수치에도 미치지 못한다. 세계 9위의 CO2 배출국이자 유럽보다 1인당 CO2 배출량이 높은 우리나라의 감축목표로서는 초라하다 못해 참담한 수준이다. 또한 이마저도 상당부분은 국제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핵발전에 의존해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전지구 기후변화대응에 기여하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족쇄 역할을 할 뿐이다.
한국정부가 COP 18 의장국으로서 위상을 갖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보다 더 적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 그런 노력도 없이 COP를 유치하겠다고 나선 건 ‘남의 돈으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COP 18 유치 선언 이전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부터 상향조정하며 COP 유치 의지에 걸맞은 리더십부터 보여야 한다.
4대강 사업이 기후변화 적응 정책이라고?
기후변화대응의 한축인 적응분야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위태로운 위선책이 여실히 드러난다. 생태계 보전의 핵심인 4대강을 콘크리트로 뒤덮어 버리겠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 적응 정책의 핵심이다. 그것도 모자라 강 유역을 몽땅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가지고 있다. 자연형 하천을 콘크리트로 덮는 것이 기후변화정책이라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것도 온실가스 감축이다.
COP 유치국은 그만큼 국제적인 기여를 했거나 합리적인 기후변화대응정책을 가지고 타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을 잘 포장해 참가자들의 뱃놀이용으로 쓰자고 나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콘크리트 범벅의 강이 타의 모범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하나는 분명하다. COP 유치신청 이전에 4대강사업부터 백지화하라
이명박 정부의 COP 18 유치 선언에 진정성이 있다면 행동으로 보여라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과제로 꼽히고 있다. COP는 그만큼 전 인류에게는 공동의 노력을 도출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특히나 2012년은 교토의정서가 효력을 다하고 Post-2012체제를 출범시켜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갈등이 대립에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고 회의를 주재해야 하는 의장국이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다면 그 회의의 결과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명박 정부가 COP 18의 중요한 위치와 그 의미를 수용한다면 먼저 그에 걸맞은 국제 리더십을 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이에 ‘COP15 공동대응단’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 이명박 정부는 난항을 겪고 있는 COP 15 회의를 진전시킬 수 있는 리더십을 보여라. 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보다 훨씬 강화된 공약을 내세워 각 당사국의 입장 전환을 유도하여야 한다.
―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국내정책들은 과감히 폐기하고 합리적인 기후정책을 재창조하라. 4대강 사업이나 핵발전 확충 등 낡은 개발 패러다임을 버리고 시민․노동․농민 등과 함께 기후변화정책 전반을 재창조하여야 한다.
― COP 의장국에 걸맞은 국제리더십을 보여주기 위해 큰 폭의 개발도상국 기후변화지원 기금을 공약하라. 기후변화에 있어 차별화된 책임을 갖는 ‘기후정의’의 문제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위와 같은 정책을 선행하지 않고 COP 18 유치만 선언한다면 그건 국제적인 망신이자 부끄러워할 일이다. 회의장 안의 만 명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박수를 친다고 그것이 민의라고 착각하지 마라. 회의장 바깥에서 70억 인구가 우리나라를 지켜보고 있다.
2009년 12월 14일
COP15 공동대응단
국제노동자교류센터, 민주노동당, 민주노총(건설산업연맹, 공공운수연맹, 발전산업노조, 가스공사지부, 환경관리공단지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에너지시민회의(기독교환경연대, 녹색교통, 녹색연합, 부안시민발전소, 불교환경연대, 생태지평, 여성환경연대, (사)에너지나눔과평화, 에너지정의행동,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과공해연구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전농, 전여농,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한국노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