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
한국일보 2009년 12월 17일자 연예면에서는 전문가의 평가로 MBC 사극, “선덕여왕”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에 성공하려면 폭력이 어떤 모양으로든 들어 가야한다고 들었지만, IRIS는 잔인무도한 정치 폭력, 복수와 음모, 국가수반 암살 기도, 서울 광화문 광장 복판에서 핵폭탄 테러에 이르기 까지, 무시무시한, 그러면서도 스릴 만점의 흥행 거리였다.
이 드라마에 200억 원이라는 거액을 퍼부었다니, 그 규모도 대단했거니와 출연자들의 연기와 연출 그리고 대본 등 “삼위일체”의 성공이었다고 칭찬을 받을만 한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설정은 간단하지만 도전적이었다. 주제는 남북관계이고, 남북 정상회담이다. 남과 북의 정상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남과 북의 평화 공존과 통일을 원하지 않는 국제 비밀 조직이 남북정상회담을 방해하기 위하여 남과 북의 정보기관에 하수인들을 심고 조정한다.
북에서는 군사 쿠데타를 획책하고, 남에서는 광화문과 청와대에 핵 테러를 감행해서, 북과 남에 정치적 혼란을 야기 시키고, 반통일, 반 평화 정부를 수립하여, 분단을 영구화시키고, 군사적 적대관계를 지속시키려는 이른바 국제적 “군산(軍産)합의체”와 세계화 신자유주의 자본이 지배하게 한다는 것이 궁극적 시나리오였다.
드라마 IRIS는 결국 남북정상회담도 성공했는지 보여 주지 않았고, 광화문 광장의 핵 테러도, 북한의 쿠데타 정권 박탈도 성공하지 못했다. 남한 정보기관에서 평화를 위해서, 개인의 복수를 위해서 싸우던 젊은 남녀 요원의 사랑도 이루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아마도 현실은 남북 정상회담은 진행 중이고 동시에 국제적 평화 통일 저지 세력은 계속 한반도 정치와 신자유주의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교훈”이 숨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역사의 진보를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을 감내해야한다”는 극중의 정치지도자의 말에 대해서, “역사의 진보가 개인의 생명 보다 더 중요한 것인가”하는 젊은이의 항의를 되새기게 한다.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남북관계와 분단의 현실을 담은 드라마를 보아 왔다. 그러나 이번 IRIS를 보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싫어하고 반대하고 방해하는 세력이 나라 안과 밖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심각한 질문을 품게 한다. 나라 안의 세력은 어떤 세력일까?
북한은 소련이 망하듯이 스스로 폭삭 무너져 내리기까지 기다리면 된다든가, 핵폭탄을 더 개발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군사 제재를 도발해서 통일을 앞당겨야 한다든가 하는 “평화 공존”을 위한 남북 대화와 협력, 화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우리 가운데, 우리 이웃들 가운데, 정부 지도자들 가운데 있는 것일까를 묻게 된다.
국제적으로 6자 회담에 가담하고 있는 한반도 주변국가들, 미국,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 정부들은 진정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 체제가 수립되고,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으로 공존하면서 통일을 향한 길을 가게 될 것을 원하는 것일까? 60여 년 전, 한반도를 분단 할 때와 다름없이, 자국의 이해를 우선하여, 남북 분단과 갈등을 조장하고 획책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우울하고 답답하다.
2009년 한해가 저물었다. 지난 한해의 남북관계는 험난하기만 했다. 답답하고 시원하게 뚫어지는 구석이 보이지가 않았다. 미국의 대통령 특사가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과 만나고 왔지만, 새해에는 한반도에 “평화체제 구축”과 이에 따르는 핵 폐기와 경제협력의 희망 찬 드라마가 우리 힘으로 실제로 전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 모두의 크리스마스의 기원이며 2010년 새해, 호랑이 해의 간절한 희망이다.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