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규 교수 ⓒ이지수 기자 |
이원규(61) 감신대 교수는 한국 교회의 문제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해온 중진 종교사회학자다. 최근 잇따라 출간한 <한국교회의 위기와 희망>, <힘내라 한국교회>는 그간의 비판적 분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안’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에서 그는 한국교회가 다원주의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좀더 ‘사회화’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22일 인터뷰에서 이 교수는 “한국의 크리스천들이 종교성이 강하고 이것이 한국교회의 성장을 가져온 것은 사실이지만, 종교성에 비해 ‘사회성’은 너무 약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교회의 세습 문제와 여성 목사 안수 반대논란 등은 일반인의 눈에도 ‘비상식적’이라며 ‘상식적인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회가 ‘상식 이하’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거세다.
“지금 한국교회는 상식 이하이기 때문에 문제다. 대표적으로 ‘세습’ 문제는 일반 기업에서도 쉽게 용납되지 않는다. 여성 목사·장로 안수 반대, 지나치게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태도도 교회 바깥에서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사회는 교회에 일정 수준의 도덕성을 기대하고 있는데 거기에 못 미치니 개신교가 타 종교에 비해 공신력이 두드러지게 낮아지고 있다.”
-근래 들어 개최된 수많은 기독교 학술대회와 세미나의 주제가 교회 개혁이었다. 비판의 범람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문제의식이 생겼다는 것은 좋은 사인(sign)이다. 대안을 모색하는 전환점이 되기 때문이다. 예전엔 비판이 나오면 일축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아예 쓴소리를 들을 자세가 없었던 거다. 그런데 요즘은 개신교에 대한 사회적 정서가 너무 안 좋고 ‘안티 기독교’까지 등장하다보니 위기에 처했다는 게 피부로 다가온다. 뭔가 달라져야 되겠다는 생각을 목회자들이 하기 시작했다.
일련의 비판들을 한국교회 전체에 일반화 적용해서는 안 된다. 대다수 교회는 건강하게 자라나고 있으며, 한국교회의 사회봉사는 타 종교에 비해 압도적으로 활발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대형교회다.
-그렇다면 한국교회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 교회는 교인들만 모여서 구원의 축제를 벌이는 집단이 아니라, 이 세상 속에 하나님의 사랑과 의가 넘치게 하기 위해 선택된 사람들의 모임이다. 하나님의 사랑과 의라는 게 뭔가? 경제적으로 빈곤하고 사회적으로 불평등하며 소외된 자를 돌보는 것이다. 그것을 국가나 시민단체가 할 수도 있지만 교회와는 그 동기와 방법에 있어서 차원이 다르다고 본다. 교회가 그 일을 할 수 있다.
문화에 있어서도 그 배타성을 줄여 나가야 한다. 전통 유교식 제사에 대해 개신교 목사의 무려 92%가 반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제사 드리는 사람들 가운데서 조상의 혼백이 강림하여 음식을 먹고 절을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제사는 귀향의 날로서 친척들이 혈연의 정을 나누고 친교하며 선조와의 연대감을 느끼게 한다는 순기능이 있는 만큼, 제사의례를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기독교식으로 승화시키려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교회를 위해 성도 개개인이 가져야 할 정체성은 무엇인가.
“자신이 ‘종교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이 두 가지 정체성을 분리하지 않아야 한다. 주일에만 종교인, 주중에는 사회인으로 사니까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다를 거 하나 없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한국 성도들이 ‘빌리프’(belief, 믿음)는 좋은데 ‘라이프’(life, 삶)가 못 따라간다. 교회도 성도들에게 헌금과 기도, 전도만 가르칠 게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치열하게 가르쳐야 한다.
이제 말로 전도하는 시대는 끝났다. 몸(행동)으로만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이 시대에서 ‘뭔가 다르다’는 평가를 크리스천들이 주위 사람들로부터 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