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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사법부 독립은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재판할 때에는 공정하지 못한 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하여 두둔하거나, 세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여 편들어서는 안 된다. 이웃을 재판할 때에는 오로지 공정하게 하여라. (레위기 19:15)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최근 시국 사건들에 관한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환영하면서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에 대한 정부 여당과 검찰, 그리고 보수 언론의 행태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지난 1월 20일 서울중앙지법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발병 가능성에 대한 보도로 불구속 기소된 MBC ‘PD 수첩’ 보도진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그 이전에도 사법부는 용산참사 수사기록 미공개분을 공개하라는 결정을 내렸고, 시국 선언에 참가한 교사들에게는 무죄를 판결하였습니다. 이 모두가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한 정당한 의견 표현권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정당한 행위임을 사법부가 인정한 것입니다. 이는 사법부가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정의로운 판단을 내린 것이기에  격려와 지지를 보냅니다.

우리는 이 사회의 부정을 제어하고 정의를 세우는 검찰 또한 존중합니다. 그러기에 검찰은 엄격한 자기 규준에 의해서 신중하게 기소 권한을 사용해야 합니다. 만약 검찰이 기소권을 사회적 공의가 아니라 권력의 이익을 위해서 그릇 사용할 때, 검찰은 오히려 우리 사회의 정의를 구부리는 악역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근래 검찰이 기소한 시국 사건들에 대하여 법원이 연이어 무죄 판결을 내림으로써 검찰이 무리하게 정치적으로 기소했다는 오명을 쓰게 되었고 검찰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어 안쓰러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이 하루빨리 권력의 시녀라는 눈총에서 벗어나는 길은 검찰의 자체 논리에 따라 기소를 결정하는 길 밖에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지금 위험에 빠진 검찰은 개혁 대상을 자신에게로 향해야 합니다. 사법부와 대결을 조장하는 그릇된 분위기를 자제하고 검찰 자신의 존재 이유와 방식에 대해서 진중히 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사법부의 독자적 판결에 격하게 반응하는 정부 여당, 보수 언론, 극 보수 단체들의 행동을 보며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3권 분립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라는 교과서적 원칙을 아주 쉽게 무시한 채 감정적 여론몰이를 감행하고, 담당 판사에게 위협적인 언사를 가하는 비상식적인 현상에 탄식하며 분노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정부 여당이라면 사법부의 독자적 권위를 당연히 인정해야 하며 미디어법에 의한 언론 장악에 이어 사법부까지 장악하려는 저의라고 의심받는 소위 ‘사법부 개혁’ 논의를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어떤 경우라도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없습니다. 이 원칙이 무너지는 순간 이미 민주주의는 위험에 처합니다. 그러므로 어느 때보다도 지금 국민은 3권 분립 원칙에 따라 사법부 독립을 지켜내야 합니다. 법원의 1심 판결이 그릇되었다고 판단하면 법에 따라 검찰이 상급심에 항소하는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되는 것이지, 이렇게 권력-언론-보수 단체가 결합하여 여론몰이를 하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을 참담하게 만드는 행위입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사법부의 독립적 판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우리 사회 일부의 기현상을 예의주시하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기도의 행진을 이어갈 것입니다.


 2010년 1월 22일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총무 배태진
교회와사회위원장 전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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