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사건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이하 인권위)가 조사 결과를 기초로 입장을 밝혀 주목을 모으고 있다.
인권위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에서 발생한 철거민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재정신청 사건이 진행 중인 서울고등법원에 당시의 경찰권 행사는 경찰이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해 경찰 비례의 원칙에 어긋난 과잉조치였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9일 밝혔다.
인권위는 첫째, 진입 계획을 수립한 경찰 지휘부는 당초에 진입계획을 세울 때 농성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시너, 화염병 등 위험 물질의 종류와 양을 파악하고 있었고, 그에 따른 예방책도 마련했으나 정작 진입작전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이런 위험성을 도외시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제1차 진입을 수행하는 경찰특공대원 및 소방관에게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 교육 또는 정보제공을 하지 않았기에 경찰특공대원들은 이러한 점을 모르거나 도외시한 상태에서 망루에 투입되어 시너 및 화염병으로 인한 화재발생의 가능성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며 “진압작전을 시행한 현장지휘부 및 현장에 투입된 경찰특공대원들이 이러한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고려했다면 화재 발생을 미리 방지했거나 화재가 발생했을 때에도 신속하게 대응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둘째로 경찰의 제 2차 진입을 문제 삼았다. 인권위는 “경찰은 이미 제1차 진입 시에 제1차 화재가 발생한 점과 망루 내·외에 다량의 시너가 뿌려졌고 망루 내부에는 가연성 유증기가 가득 차서 아주 작은 화원이라도 생길 경우 대형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따른 작전의 변경을 하지 않고, 제2차 진입을 시도했다”며 “이처럼 화재의 위험성이 매우 높고 강제진압을 할 경우 농성자들의 분신과 방화를 비롯한 돌출행동이 예견되는 상황 아래에서는, 작전에 투입된 경찰과 농성자들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해 더욱 신중히 공권력을 행사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하였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인권위는 “(경찰에게는)최대한 안전하고 평화로운 방법으로 농성진압을 하여 진압과정에서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불필요한 위해를 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한 채 합리적이고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서 농성자들의 체포에만 주력해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음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인권위는 “이 사건 재정 신청에 대한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해 공권력은 어떻게 행사되어야 하는지에 관한 사법적인 기준을 설정 해주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