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 교수 |
김흥수 교수(목원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장)는 아시아교회에 애정이 깊은 한국교회사가(史家)다. 그는 작년에 안식년을 맞아 10월부터 올 1월까지 태국, 홍콩, 싱가폴을 여행했는데 아시아교회사 연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교회사 정리 작업이 “기억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을 전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선교”라고 말했다. 아시아선교의 중심이자 세계선교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교회가 아시아교회사 정리를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김 교수를 이메일로 인터뷰해 보았다.
각 방문지에서 어떤 연구를 하셨는지요?
“이번에 방문한 싱가폴의 트리니티신학교 도서관, 태국 치앙마이의 파얍대학교 아카이브, 홍콩의 침례회대학교 도서관은 미국의 예일대학교 도서관과 함께 동남아시아 기독교문서를 정리하기 위한 콘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트리니티신학교는 주로 동남아시아교회사 자료, 파얍대는 태국기독교단 자료, 홍콩의 침례회대는 홍콩 및 중국교회사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이 기관들에서 아시아 각지서 간행된 책과 논문을 읽으며 지금까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방법으로 동남아시아교회를 연구해왔는지 살폈다. 치앙마이에서는 아시아교회협의회(CCA) 자료실도 방문하여 CCA 문서의 정리 상황도 보았다.”
현 한국 신학계의 ‘아시아교회사’ 연구 실정은 어떻습니까?
“이장식의 『아시아 고대기독교사』, 전호진의 『아시아 기독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있는 정도이다. 동아시아를 제외한 동남아시아나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교회사 전문가는 없다고 할 수 있다. 번역서로는 사무엘 마펫의 『아시아교회사』와 나이난 코시의 『아시아 에큐메니컬 운동사』가 있다.”
한국 신학자들이 ‘아시아교회사’를 연구해야 하는 필요성은 무엇입니까?
“아시아는 이제 한국교회의 선교지가 되었다. 현재 5천 명이 넘는 한국선교사들이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 아시아의 기독교 역사를 가르쳐주지 못했다. 이런 이유 외에도, 우리는 아시아 사람들의 신앙체험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서양교회사만을 공부했다.”
▲태국 파얍대학교 아카이브 ⓒ사진제공 김흥수 교수 |
이번 학습여행을 바탕으로 향후 어떠한 연구를 하실 예정이신지.
“아직 아시아 여행을 끝내지 않았다. 곧 일본, 인도네시아, 그리고 아시아 교회사 연구가 가장 활발한 인도를 방문해 교회사 연구의 패러다임과 방법을 관찰할 계획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점을 한국의 신학자들과 나눠 주신다면.
“동남아시아의 경우 서구 선교사들과 서구 역사가들이 이 지역의 교회사 연구를 주도해 온 것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교회와는 달리, 자국 교회사를 기억하고 연구하는 일을 서구 사람들에게 맡기고 있는 동남아시아 교회의 현실을 발견하고 많이 놀랐다. 자국인 연구자도 드물고, 교회사를 공부하는 학회도 없고, 심지어 자국어로 쓴 교회사 통사가 없는 나라도 있다. 이런 나라들에 비해 우리나라의 교회사 연구 역량은 지난 80년대 이후 상당히 앞서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한국선교사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선교활동을 기록하고, 활동자료들을 보관하는지 문의했다. 이런 작업 없이는 앞으로 한국교회사의 일부인 해외선교 역사를 서술할 수 없을 것이다. 기억을 통해 하나님의 은총을 전한다는 점에서 교회사 정리도 선교사업의 일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