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고교 학생 선수들의 폭력 및 성폭력 피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지난 5월 2일부터 11월 1일 6개월간 전국 중고교 남녀 학생선수 1,139명을 상대로 진행한 ‘운동선수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19일 공개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중·고교 학생선수들 중 10명 중 8명이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또 10명 중 6명은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조사결과 응답자 중 78.8%가 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폭력을 경험한 학생 중 56.4%는 폭력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훈련과 상관없이 욕설 또는 폭력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상당해 학원 내 코치와 선수들 그리고 선수들 간 폭력 사태가 우려할 수준임을 나타냈다.
주된 폭력 행위자는 코치, 선배 순으로 나타났는데, 인권위는 “지도자의 폭력이 학생선수들간의 폭력과 구타 문화를 재생산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 폭력의 주된 발생 장소는 훈련장과 합숙장소인 것으로 조사됐으며 “앞으로 학원 스포츠 폭력의 개선을 위해서는 선후배간의 위계질서와 군기 잡기’ 등 비공식적 형태의 폭력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인권위는 전했다.
학생 선수들의 성폭력 실태도 우려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대상자의 63.8%가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고 응답한 것. 유형별로는 △ 언어적 성희롱이 58.3%로 가장 높았고, △ 강제추행도 25.4%로 높았으며 △ 심지어 강간 및 강제적 성관계 요구 사례도 각각 1%(12명)와 1.5%(17명)로 나타났다. 특히 훈련 자세 등을 핑계로 여학생 선수들과 신체적 접촉을 시도하는 파렴치한 감독들이 있다는 것도 심층면담 결과 확인됐다.
피해 장소는 주로 합숙소나 기숙사였으며, 특히 친구, 선후배간 성폭력 문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이에 대한 별도의 조치가 필요하디고 인권위는 전했다.
성폭력 피해에 대한 질문에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가 46.7%, △“화가 난다”가 45.9%, △“수치스럽고 모욕감을 느낀다”가 41.8%로 나타났으며 남학생은 “화가 난다”는 응답이 53.1%로 가장 많은 반면 여학생은 “운동을 그만두고 싶다”는 응답이 54.7%로 여학생이 성폭력 피해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성폭력에 대처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질문엔 △33.2%가 “불만을 말하면 선수생활에 불리할 것 같아서” △16.3%는 “그런 이유로 운동부를 그만두고 싶지 않아서”△31.9%는 “수치스럽고 당황해서” △29.7%는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서” △29.5%는 “말해도 바뀌지 않을 것 같아서”라고 응답했다. 인권위는 “피해 현장에서 학생선수들이 적절한 대응 방식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며, 문제제기를 하더라도 제대로 된 해결책이 없다는 현실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밖에도 학습권 실태 조사결과 학생선수들의 학습 여건이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에 따르면 고교 학생선수들의 정규수업 참여시간은 시합이 있을 때 평균 2시간, 시합이 없을 때는 4,4시간 정도로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82.1%의 학생들이 수업결손에 대한 보충수업은 받지 못한다고 응답하는 등 학습권 침해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학생 선수들의 폭력, 성폭력 예방, 학습권 보장 등 인권 개선을 위해 지난 2007년 국가인권위 권고안에 기반한 △최저학업기준인정제 △체육특기자제도 개선 △수업 결손 금지 △합숙소 개선 전국(소년) 체육대회 개선 및 유소년 축제로 전환 △학교스포츠클럽 활성화 등의 강력한 집행이 요구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