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헌법재판소가 광주 고등법원이 제청한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리자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들이 헌재의 판결을 규탄하며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김정현 기자 |
헌법재판소가 광주 고등법원이 제청한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사건에 대해 25일 5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당일 오후 사형폐지범종교연합과 시민단체들이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재의 판결을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형폐지범종교연합과 인권단체연석회의,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사)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가 주최해 헌재의 판결에 대한 법적 해석과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의 입장을 발표했다.
먼저 김형태 변호사(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 운영위원장)가 헌재 금번 결정에 대한 법적 평가를 내리며 “사형제도는 인간의 본질적 인권 침해다”고 규정했다. 김 변호사는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사형은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기 때문에 헌법 위반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헌재는 14년 전 사형제도 위헌여부에서 7대(합헌) 2로(위헌)로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사형제도는 ‘필요악(必要惡)’이며, 사회·문화적 여건이 성숙하기 전까지는 폐지할 수 없다는 ‘시기상조론’을 주장했는데 오늘의 결정은 지난번 결정을 번복한 시대착오적 판결이라고 규정했다.
종교계에서도 헌재의 판결에 규탄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 정상복 목사(NCCK 정의평화위원장)는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귀한 존재임을 강조하며 “이념, 제도 법률로 침해할 수 없는 것으로 이번 판결에 대해 종교인들 모두는 납득할 수 없다. 구시대적 법리해석으로 판결한 잘못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교계에서 진관 스님(조계종 사형제도폐지위원회 위원장)은 “사형집행이 오늘날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불교인들은 경악한다”면서 “부처도 999명의 살인자들을 용서했다. 사형폐지는 국제적 대세인데 시대적 흐름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판결이다”고 규탄 성명을 냈다.
국제앰네스티국제집행위원으로 있는 고은태 위원은 헌재의 결정을 규탄하며 “오늘 우리는 헌재의 합헌 판결에 깊은 실망감을 표한다”며“2010년 법률적 또는 실질적으로 139개 국가가 사형제도를 폐지하고 있고 58개국뿐이라며 사형제도 폐지는 전 세계적 대세임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허일태 교수(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 공동회장)는 ‘사형제도가 생명권 제한에 있어 헌법상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할 수 없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규정한 헌법 조항에도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헌재의 판결에 대해 “헌법은 인간존엄의 불가침을 천명하고 있다. 헌법 어디에도 본질적 인간의 기본권인 생명의 침해를 언급한 곳이 없다”고 반론을 폈다. 그는 헌재의 용기 있는 결단을 보지 못했지만 현재 사형제도폐지 법안이 국회에 올라간 만큼 국회가 국제사회의 공의를 주목해 입법적으로 사형폐지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이후에는 헌재의 판결을 규탄하며 최기산 주교(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의 성명서 낭독이 있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1997년 23명의 사형수에 대한 형을 집행한 이후 13년째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어 국제앰네스티에 의해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