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해, 보여요… 진짜로 보여!”
2년 전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은 뒤 한쪽 눈으로 세상을 봐야 했던 서지원 양(18, 부산)이 지난 달 양산부산대학교병원에서 각막이식 수술을 받았다. 두 눈으로 보는 세상이 어떤 모습인지 기억마저 희미하다는 서 양은 붕대를 풀던 날 조심스럽게 눈을 뜨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어떡해, 보인다”고만 반복했다.
▲각막 기증자와 모금자 등 수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시력을 되찾게 된 서지원 양. 그는 “평생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
서 양에게 각막을 기증한 이는 십 년 동안 희귀병을 앓다가 올 초 하늘나라로 떠난 동갑내기 남학생 이모 군이다. 오랜 기간 투병생활을 하며 아픈 사람들의 심정을 공감하게 된 이군이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 장기기증을 서약했고 이를 통해 서양이 각막을 이식받게 된 것이다.
서양은 원추각막질환으로 오른쪽 눈이 거의 보이지 않아 늘 왼쪽 눈으로 생활해야 했다. 왼쪽 눈만 보이기 때문에 원근감이 떨어져 사람들과 부딪치거나 헛손질을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지만 육남매의 맏딸로 늘 씩씩하고 밝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수술 전에는 왼쪽 눈마저 질환이 진행되고 있어 그대로 두면 머지 않아 실명할 처지였다. 각막이식수술밖에 답이 없는 가운데, 국내에서 이식 받을 확률이 매우 낮고 개척교회 목사인 부친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라 수술비 마련도 막막했다.
기증자는 일주일 만에 기적처럼 나타났다. 수술비도 금방 마련되었다. 서 양의 사연을 듣게 된 사랑의장기기증운동 부산경남 본부에서 제 일처럼 모금에 나선 것.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새 각막을 얻게 된 서 양은 “평생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꿈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회복지사다.
각막을 기증한 이군의 아버지 이태복씨(54, 부산)는 “이식 받은 분의 쾌유를 빌고, 새롭게 더 넓은 세상을 보시길 바란다”고 전해 잔잔한 감동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