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권오성 목사(NCCK 총무),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대표), 최희범 목사(한기총 총무) 등을 포함, 1백명의 기독인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조건부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 그 정책의 변화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김명혁 목사가 남북관계 경색을 우려하는 기독인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 베리타스 |
이들은 최근 경색국면에 있는 남북관계에 우려를 표명하며 이명박 정부에 ▲ 북한주민들을 위한 인도주의적인 지원 ▲ 정부예산의 1%를 한반도 통일을 위해 사용할 것 등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특히 이날 기자회견서 얼마 전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납북자가족모임 등 보수단체들의 ‘삐라살포’에 대한 심각한 우려의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삐라살포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김명혁 목사는 “‘삐라살포’가 남북관계에 득보다 실이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 악화는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운명에 관계되는 중대 사항으로, 일부단체에게 위임된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김 목사는 “이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는 납북자 송환과 북한인권 개선 등 일견 이해할 만한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북한주민이 변화되는 것은 대북 전단이 아니라 차분하게 진행되는 개성공단 등 남북교류협력에 의해서라는 점도 유념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전체 국민이 신성한 안보의무에 입각해서 진중하게 검토하고 결정해야 할 중대 사항을 국민과 국회의 동의 없이, 일부 단체들이 강행하는 것은 더 이상 방임되어서는 안된다”며 정부가 보수단체들의 대북 선전용 ‘삐라살포’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밖에도 이들 기독인들은 성명서에서 북한에 끌려다니지 않고, 퍼주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 당국에 ▲ 분열이 아닌 통합정책 추진할 것 ▲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을 과장되게 강조하기보다 협력 지향적으로 대응할 것 ▲ 오바마 정부 출범에 앞서 한반도 정세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 ▲ 균형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주력할 것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한편, 이들은 추운 겨울을 앞두고, 기근에 시달릴 북한 동포들과 관련해 정부의 즉각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정부는 그동안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정치적 변수에 의해 영향 받지 않고 실행하겠다고 천명해 온 만큼, 북한의 선지원 요청이라는 조건을 달지 말고 이 추운 겨울의 문턱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을 즉각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성명서에서 우리 정부에만 남북 외교정책의 변화를 촉구하진 않았다. 우리 정부의 변화와 더불어 북한 당국에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남정책의 변화를 요청한 것.
이들은 성명서에서 “북한 당국 또한 남북이산가족의 인도적 문제에 대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줘야 하며, 북한주민의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에 대해서도 더욱 경청하기를 촉구한다”고 전했다.
이날 성명서 발표를 마친 1백명의 기독인들을 대표하는 김명혁 목사 등 8인은 서울시 종로구 정부중앙청사별관으로 곧장 이동해 통일부에 정부의 대북정책에 관련된 의견을 담은 성명서를 접수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