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거리에서 만난 민중 곁에서 예수를 보다”

들꽃피는마을 김현수 목사 인터뷰

1980년대 사회과학이 마르크스주의를 대폭 수용하던 시절 계급적 개념에 입각한 '민중'은 계급적 구성으로서 노동자, 빈민, 도시빈민을 가리켰다. 독재 정권 아래 사회변혁을 추구한 진보 기독교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사회과학과 계속적으로 소통을 시도한 진보 기독교 역시 민중을 노동자 등으로 정의하고, 도시 산업 선교 일선에 뛰어든 것이다.

   ▲김현수 목사

그러나 다문화, 다원화 사회로 접어든 2천년대 세상은 달라졌고, '민중'을 단순히 노동자, 빈민, 도시빈민 등으로 규정 짓기에는 어폐(語弊)가 있을 정도로 그 테두리가 넓어졌다. 이는 시대 변화에 따라 민중에 대한 개념이 새롭게 정의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흥미롭게도 민중에 대한 재발견은 목회 현장에서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었다.

기독교에서 민중하면 대게 민중신학을 먼저 떠올리지만, 차 순위에는 항상 '민중목회'가 자리잡고 있다. 도시빈민 선교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거친 민중들과 어울리며 예수를 '증언'했던 목회자들이다. 언제나 그들은 민중 곁에, 민중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기에 민중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었다.

안산노동교회를 설립한 김현수 목사. 민중목회를 지향하던 그는 8년 간 목회 활동을 하던 중 거리에서 방황하는 새로운 민중을 만나게 되고, 특수한 환경에 처한 그들을 위해 교회를 사임하기까지 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현장에서 그가 만난 민중의 이야기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지역 사회 민중 목회에 대한 소견을 들어봤다. 다음은 들꽃피는마을 김현수 목사와의 일문일답.

- 민중목회를 꿈꾸셨던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들꽃피는마을에서 그 꿈을 이뤄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예, 1986년에 안산에서 안산노동교회를 개척해 8년 동안 목회를 하고 있던 1994년 여름에 가정의 해체로 거리생활를 하던 11살 내지 13살의 어린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있었습니다. 2년 정도 아이들의 형편을 알게 되고 아이들의 세계야말로 복음과 복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회 목회를 사임하고 거리 아이들 속에 대안가정을 꾸리고 대안교육을 모색하는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제 16년째가 됩니다. 지금은 '민중목회'라고 굳이 말을 붙이지는 않습니다만 우리 사회 속에서 방임과 소외의 지대에 놓여있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세계에 주님이 먼저 가 계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체험해오고 있습니다. 목회자로서 그것을 증언하는 것이 제 삶이라고 믿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증언’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것은 입을 가지고 말을 한다는 의미보다는 아이들 속에서 함께 살아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되어지는 그 어떤 것입니다.” 

- 들꽃피는마을에는 공동체적 특수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곁을 떠나 방황하는 아이들. 그들과 함께 한 공동체 생활은 어땠나요?

“제가 처음에 만난 아이들이 남자아이 6명, 여자아이 2명 등 8명이었습니다. 남자 아이들은 제가 교회에서 데리고 자고, 여자 아이들은 사택에서 저희 가족들과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는 50여명에 이르는 거리 아이들 집단의 아지트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먼저 함께 지냈던 11∼13살의 어린 아이들이 교회 일대에 50여명에 이르는 거리 아이들 집단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야생마 같은 거리 아이들 속에 빠져 있자 어느새 아이들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초창기의 저희가 아직 공동체로서의 틀을 갖기 전에 거리 아이들의 세계를 만나게 된 것은 들꽃피는마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들꽃피는마을이 어떤 독자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거리 아이들의 세계 자체가 중요합니다. 저는 신앙고백적으로는 주님께서 지금도 아이들의 세계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오늘도 거리를 방황하고 계시고 굶주리고 외롭고 절망하고 계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아이들의 친구가 되시고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을 찾아가고 계시다고 믿습니다.
 
들꽃피는마을이라는 어떤 틀을 가진 공동체로 아이들을 받아들이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들꽃피는마을은 거리아이들의 세계로 향하는 문이 되길 원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들꽃피는마을의 대안가정에서 아이들은 생활의 안정을 찾고 대안학교를 통하여 배움을 얻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방향은 다시 거리의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거리학교에서 아이들이 길잡이 교사를 하는 것은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모습이겠지요.” 

  ▲청소년들과 사과 따기 체험을 하고 있는 김현수 목사

- 기성교회의 권력화. 그리고 그로 인한 부패 현상 때문에 기성교회에 싫증을 느낀 양식있는 목회자들이 대안교회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가 지역 사회에 활짝 문을 열고, 융화되는 것을 추구하자는 취지에서 최근엔 그와 관련된 전문 연구소가 설립되기도 했습니다. 오랜 시간 지역 사회와 소통해 온 목회자로서 그와 비슷한 노력을 기울일 후배 목회자들에게 조언을 해주실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 지역사회 속에서, 또는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관심이 ‘프로그램’차원에서 되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3년 프로젝트, 또는 5년 프로젝트 이런 식이지요.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서 재정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입니다.


거리 청소년, 또는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것도 이렇게 프로그램으로 접근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이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정말 지역사회 속에 민중 속에 거리 아이들 속에 들어가서 관계를 형성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시간 지속적으로 지역사회의 가난한 이웃들 속에서 함께 지지고 볶는 삶이 필요합니다. ‘끈끈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필요한 프로그램도 연결할 수 있겠지요.

목회적 관점을 가지고 그렇게 접근하는 분들이 생기고 또 그런 분들이 뒷받침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 연장선 상에서 "지역과 하나되어 지역 구성원으로서의 교회가 되자"는 구호가 요즘 목회자들 사이에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지역을 위해서 교회는 무슨 일들을 할 수 있을까요?

“지역사회 속에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이 녹아있지 않습니까? 한 교회가 모든 문제를 다 맡아할 수도 없겠지만 전략적이지도 않습니다. 다문화 가정이든 거리 청소년들이든 장애인 선교이든 노동 선교이든 노인 선교이든 여러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선택하고 그 일을 하는 다른 기관들과 연대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속으로 녹아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 초대교회는 약하고, 억눌린 자들에게 관대했습니다. 그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지역 사회 내 외진 곳, 후미진 곳, 버려진 곳을 교회가 찾아 나서야 할 때라고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실 가난한 지역의 교회들이 이런 일들을 많이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어제 안산에서 초창기 우리 들꽃피는마을에 자원봉사를 하던 분을 만났습니다. 결혼을 했는데 남편분이 사업에 실패를 해서 참 어려움을 많이 겪었더라구요. 그런데 신앙으로 그것을 이기고 구역에서 우리 들꽃출신의 아이엄마들을 비롯해 정말 가난한 젊은 엄마들을 돌보고 있더랍니다. 감동을 받았습니다. 대학을 나왔고 결혼 하기 전에 나름대로 성공에 대한 꿈이 컸던 분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동안 정말 고생을 많이 했더군요. 가난한 아줌마가 되었지만 신앙의 힘으로 거듭나서 가난한 이웃들과 어울려 힘 있게 살아가는 것을 보고 많은 도전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런 일을 한다고 표가 많이 나지만 이렇게 숨겨진 분들이 한국교회를 지탱하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 '교회'보다는 '공동체'하면 떠오르는게 푸근함입니다. 밥을 같이 먹는 사람들은 식구이면서 동지입니다. 그런 공동체성에 이끌리어 목사님도 들꽃피는교회가 아닌 들꽃피는마을을 택하신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아무래도 생활공동체이고 배움의 공동체이다보니 교회와는 또 다른 성격이지요. 80여명의 아이들과 40여명의 교사들이 자율적으로 신앙을 갖게 되고 교회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교회에 다니는 것이 자연스럽게 의무사항처럼 되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교사들의 90%정도가 크리스천이다보니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신앙을 갖게 되지만 신앙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함께 공동체로 살아가다보면 여러 가지로 민감하게 서로 영향을 받지요.”

- 들꽃피는마을에서 저마다 사연을 갖고 있는 많은 소년 소녀들이 치유받고, 새 삶을 찾아 떠나는 것 같습니다. 고마움을 표시한 학생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편지나 글 또는 이야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얼마전에 박00라는 아이가 쓴 시를 읽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 글은 치유되고 고마움을 표시하는 글은 아니지만 약물로  들꽃피는마을에 와서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있는 내용입니다.


하루를 날고 일년을 헤매이네

박00(18세)

15살때 처음 만난 심심풀이
친구들은 이상하다고 다 버렸다
혼자 맛들인 날아가는 새처럼
나는 하게 되면 또 하게됐다
중독이 돼버린거다
그것으로 나의 사춘기 시절을 보내고
8개월이란 긴 시간 속을 법정에서 다 보내고
매일 나 때문에 아픈다리 걸으시며
경찰서고 법원이고 면회를 오시던
우리 할아버지
남한테 꿀리지 않게 잘 키워주셨는데
뭐하나 해드린 것 없고
나는 미안한 생각뿐
울고 싶을 정도로
죄송한 마음
잘하는 거 없고
음악밖에 모르는 나
말로만으로, 마음으로만 표현말고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움직이자!”

- 들꽃피는마을의 향후 비전은 무엇입니까?

“2014년까지 국내와 아시아 지역에 대안 가정과 대안 학교 총 5곳을 설립하는 것을 비전으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안산 서울 수원 세 지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비전을 외적으로 표현 하려다보니 이렇게 표현된 것입니다만, 전 셰계적으로 자신의 상처를 딛고 일어나야 할 거리의 아이들이 1억명에 이릅니다. 이들에게 세계 속에서 스스로 서게 하고, 그들 스스로가 세계를 변화시키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부모의 돌봄 조차 받지 못하는 아이들입니다. 그들 안에 버림 받고, 상처가 많은 아이들이 상처를 치유 받고, 건강한 사회 구성원이 된다면 세계사적으로 큰 기적을 일꿔내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 주님께서 거리 아이들 속에서 아이들을 돌보시고 일으켜 세우라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김현수 목사는 1974년 8월 고졸검정고시를 합격하고, 1975년 3월 한신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해 1983년 2월 한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했다. 다음은 경력 사항.


1984년 ~ 1985년 서울새밭교회 전도사
1986년 ~ 1996년 안산노동교회 창립목사
1994.10.09 ~ 현재 들꽃피는마을창립 現(사)들꽃청소년세상 공동대표/이사장
2002년 ~ 2006년 국가청소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2006년 ~ 2007년 안산시 사복복지협의체 대표위원
2007.05 ~ 현재 안산시평화로운학교지원협의회 공동대표
2008.09 ~ 현재 한국청소년상담원 정책자문위원
2009.03 ~ 현재 서울시대안교육센터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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