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의 밝은 면을 부각시킨 영화 ‘소년, 소년을 만나다’ 포스터 |
얼마 전 군사법원이 군대 내 동성애 문제와 관련, 군 형법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한 데 이어 최근엔 동성애 코드로 흥행을 기록했던 ‘왕의 남자’ 이후 동성애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이 스크린 전면에 나서면서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어느때 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개봉을 앞둔 ‘서양골동양과자점’과 ‘소년, 소년을 만나다’ 등의 동성애 영화들은 동성애의 어둡고, 우울한 면을 다루기 보다 오히려 일상적이고, 밝은 면을 부각시켜 동성애가 이제는 어두운 뒷골목 문화가 아니라, 마치 사회의 일반적인 문화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것을 은연 중 암시하고 있다.
이 같이 동성애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기독교인들 사이에도 동성애를 바라보는 올바른 시각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성경에는 동성애가 죄라고 하는데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에서 단순히 그런 논리로 상대방을 억압하고, 무시만 할 수 있을까?
기윤실, “차이 인정하지만 옹호는 할 수 없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양세진 사무총장은 동성애 문제와 관련, 동성애자들의 성적 취향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동성애를 옹호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양세진 사무총장은 “동성애에 대한 부분은 성경에 명백히 나와있다”면서 “일종의 죄라고 볼 수 있으며 술, 담배와 같다고 생각한다. 술, 담배를 한다고 해서 죄인이라고 몰아부쳐서는 안되지만 해도 좋다. 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양 사무총장은 또 “마찬가지로 동성애 자체를 성경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해도 좋다고 한다거나 권면할 수는 없다”강조했다.
그러나 양 사무총장은 동성애자들을 향한 기독교의 포용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하지만 그들을 배려하고 포용하며 존중해야한다. 또한 외면하고 억압당하지 않도록 케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대 내에서의 동성애 뿐만 아니라 트레스젠더, 외국인 근로자, 탈북자, 장애인 등도 같은 차원에서 사회적 소수자들이다. 인종이든 성이든 종교든(일례로 양심적 병역거부) 다원화되고 변화되는 과정 속에 있다”면서 “가치적 다원화, 문화적 다원화, 종교적 다원화 상황을 직면한 한국 사회는 다른 것을 존중하고 포용하고 배려하는 새로운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국교회언론회, “보편적 가치관 벗어난 동성애 용인불가”
하지만 한국교회언론회 이억주 목사는 동성애는 죄라는 입장을 분명히하며 동성애를 고쳐야 할 병으로 분석했다.
얼마 전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군대 내 동성애 문제와 관련, 동성애의 법적 제도화 움직임에 반기를 들기도 했던 이억주 목사. 최근 그는 메일 한통을 받아 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당신이 경멸하는 사람’이란 제목의 메일이 와서 열람해 보니 이억주 목사 자신이 매우 독선적이고, 편협한 사람이라는 내용이 담긴 글이었던 것.
이억주 목사는 “본인은 동성애자를 경멸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동성애를 드러내 놓고 인정하고, 자랑스럽게 여겨서는 안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목사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하는 것은 성경적이고, 현실적이며 윤리적인 일”이라며 “저마다 성적 취향이 다르다고 할 수 있으나 동성애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성 정체성에 문제를 보이고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치료를 권장하기도 했다. 이 목사는 “저는 이성보다 동성이 좋다고 느껴지는 사람에겐 적극적인 케어가 필요하다”면서 “필요하다면 정신과 치료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올바른 성 정체성을 찾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끝으로 “무조건 자유라고 해서 모든 일이 다 허용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사회의 보편적 가치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인권이고 자유다. 사회의 규범과 윤리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음을 망각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얼마전 한국레즈비언상담소에서 주최한 ‘레즈비언 기독교인들과 종교인들의 미래’란 주제로 강의한 전직 목사이자 동성애자 크리스씨(女·한국인·국내 모 신학교 졸업)는 “개신교가 유독 레즈비언 문제에 관해 포용성이 부족하다”며 “특히 보수적 신학계에서 레즈비언 문제가 터부시되고 죄로 정죄당해 레즈비언들이 고통받고 있다. 공개적으로 말하면 더 꺼리고, 뭔가 어두운 곳에 있는 사람 취급을 한다”며 억압받는 교회 내 동성애 문제를 고발하기도 했다.
기독인으로서 절대 양보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성경적 가치관에서 바라본 동성애는 분명히 죄지만, 동성애자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방식에 때론 강압적인 요소도 없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언이었다. 동성애가 죄라고 교육 시키는 것을 넘어 성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이들에 대해선 전문적인 케어와 치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교회 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