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 켄터베리 대주교. 윌리엄스 대주교는 지난 3일 B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아일랜드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놓고 강도높은 비난 발언을 내놓아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archbishopofcanterbury.org |
지난 3일 아일랜드 가톨릭교회를 향해 “모든 신뢰를 잃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영국 성공회 수장이 이 같은 비난 발언에 사과를 표했다.
영국 성공회 수장인 로완 윌리엄스(Williams) 켄터베리 대주교는 3일 B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에 나는 사제복을 입고 아일랜드 길거리를 걷는 일이 꽤 어렵게 느껴진다는 아일랜드 친구와 대화를 나눈 바 있다. 성직 임명의 문제가 사회적 삶을 영위하는 문제와 너무 깊게 연루되고 있다. 갑작스럽게 그렇게 되었고, 모든 신뢰를 잃게 되었다. 이 문제는 비단 교회의 문제만이 아니라 아일랜드의 모든 사람들과 관련된 문제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윌리엄스 주교의 발언은 가톨릭 사제 뿐 아니라 성공회 사제들에게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더블린의 가톨릭 대주교 디어미드 마틴(Diarmuid Martin)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로완 윌리엄스 켄터베리 대주교가 아일랜드 가톨릭 교회에 대해 분명하고도 솔직한 발언을 해주었고, 특별히 '모든 신뢰를 잃었다'는 부분은 간담이 서늘했다"고 밝혔다.
마틴 대주교는 "더블린의 대주교로서 지내온 기간 동안, 오늘 아침 윌리엄스 대주교의 발언을 들었을 때만큼 개인적으로 낙담한 적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마틴 대주교는 곧바로 윌리엄스 대주교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발언에 대해 "깊은 슬픔과 유감"을 표명했다고 한다.
윌리엄스 대주교는 지난 일요일 BBC 프로그램에서 "아일랜드 교회의 수장을 포함해, 아일랜드 교회에 대해 다른 누구도 말하지 않은 것들을 내가 언급하는 일은 정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마틴 대주교와의 대담과 관련해 윌리엄스 대주교는 "위대한 지혜와 신실함을 가지고서 이러한 위기를 막아서고자 하는 더블린의 대주교와 그의 동료들의 노력과 삶을 더 어렵게 만든데 대해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더 타임즈 오브 런던(the Times of London)에 의해 "(영국 국교회와 가톨릭 간의)에큐메니컬 전례에 있어서 보기 드문 위반"으로 칭해진 윌리엄스 대주교의 사과 발언은 9월에 있을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영국 방문 어떤 호작용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영국인들이 갈수록 늘어가는 가톨릭 성직자의 성폭행 추문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소식통에 의하면, 지난달 엘리자베스 여왕에 의해 공식 발표된 교황의 영국 방문 요청은 (가톨릭)교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범죄에 대한 영적 지도자들의 (성추문을 일으킨 해당 성직자에 대한 징계)면제 방침에 반발한 1만 여명의 서명 운동에 기인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반면, 주요 언론들은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 주간 동안 발표한 공식 메시지 가운데 고위 성직자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교황의 "완고함"을 문제 삼고 있다.
바티칸 부활절 미사에서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성추문 스캔들에 대한 유감을 표명하고, 그 희생자들에 대한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는 아일랜드의 더블린 대주교를 포함해 전 유럽의 고위 성직자들을 가톨릭교회의 "반석"이라고 부르며 맞이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부활절 메시지는 죄로부터 자유함을 얻게 하는 복음에 깃든 자비의 필요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교황은 사회가 변화되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도덕적 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뿌리 깊은 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복음으로 말미암은 구원이 필요하다. 누군가 철저한 변화를 원한다면, 그는 먼저 양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또한 이라크와 파키스탄에 있는 크리스천 박해에 관하여 애도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가톨릭 사제의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