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부지법이 28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모(76,여)씨의 가족들이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고 병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환자의 회복 가능성이 없어 생명유지 치료가 무의미하고 환자에게 고통만 준다고 판단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 서부지법 민사12부(부장판사 김천수)는 판결문에서 “김 씨는 고령으로 식물인간 상태 발생 후 8개월이 지나도 의학적인 개선의 변화를 보이지 않고, 환자의 기대 생존기간이 3, 4개월에 불과해 인공호흡기 부착의 치료행위는 의학적으로 무의미하다고 판단된다”며 “김 씨는 평소 자연스러운 사망을 원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바 있어 피고 세브란스병원은 김 씨에게서 인공호흡기를 제거해야 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또 “개인의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10조에는 환자가 자신의 생명과 신체의 기능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며 “인공호흡기 치료가 의학적으로 무의미하고 환자의 치료중단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생명유지보다 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김씨는 폐 조직검사를 받던 중 폐 혈관이 터져 뇌가 손상된 뒤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뒤 현재까지 산소호흡기를 이용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었다. 이에 가족들은 김씨와 가족 명의로 지난 5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 달라’며 소송을 낸 바 있다.
인간의 존엄사(尊嚴死)를 처음으로 인정한 이번 판결은 소극적 안락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이를 둘러싼 법조, 의료, 종교계 등의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