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9시 30분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사령부 내 안보공원에서 천안함 46 용사의 영결식이 거행됐다. 해군장으로 치러진 이날 영결식은 천안함에서 살아 돌아온 천안함 갑판부 사관 김현래 중사의 추도사로 시작됐다.
김 중사는 천안함 침몰 당시 함수에 있다가 구조된 58명 중의 한명이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자 유가족들은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고, 장내는 더욱 숙연해졌다.
김 중사는 "2010년 3월 26일 밤! 경비작전 임무를 수행하던 우리의 일상은 끔찍한 굉음과 함께 산산조각 났습니다"라며 "우리의 모든 것인 천안함은 순식간에 침몰되었고, 정겹던 전우들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고 추도사의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몸과 정신이 마비되는 가운데서도 서로를 격로하며 한 명 두 명 구조선에 올랐지만, 당신들의 애끓는 영혼에는 미처 닿지 못했습니다"라며 "미안합니다. 그리고 또 미안합니다. 그대들을 천안함 속에 남겨둬서 미안합니다. 그대들과 함께 끝까지 하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추도사를 마쳤다.
이어 불교, 개신교, 천주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강보승 법사 등 3명의 불교의식이 끝나자 유영승 목사(전 해군본부교회 담임목사)가 성경구절을 읽음으로 의식을 이어갔다.
“아담안에 모든 사람이 죽은 것 같이 그리스도안에서 모든 사람이 삶을 얻으리라. 보라 내가 너희에게 비밀을 말하노니 우리가 다 잠 잘 것이 아니요 마지막 나팔에 순식간에 홀연히 다 변화되리니. 나팔 소리가 나매 죽은 자들이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나고, 우리도 변화되리라. 사망아 네가 쏘는 것이 어디있느냐"
성경 봉독을 마친 그는 천안함 46명의 장병들을 위한 기도를 올렸다. 유 목사는 "오늘날 엄청난 시련 속에서 선하신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해 당황스럽다"며 "인간의 모든 생각과 지식을 뛰어 넘는 통찰과 지혜로 우리를 바른 길로 인도하소서"라고 했다. 그는 특히 "천안함 46명을 주님의 품에 앉아 주시고, 저들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게 하소서"라며 "오늘 장례 의식이 위로와 소망의 시간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유가족들을 위한 위로의 기도도 했다. 유 목사는 "사랑하는 아들을 국가에 보내고, 또 시련을 겪은 유족들에게 다시금 희망과 새로운 용기 그리고 부활의 소망을 갖게 해달라"며 "다시는 이런 아픔과 고통이 재현되지 않게 이 나라를 주님의 평강과 뜻으로 지켜달라"고 했다.
한편, 천주교 종교의식은 서하기 신부가 진행했다. 서 신부는 고인을 위한 기도에서 "사랑하는 벗들을 위하여 조국 수호의 사명을 다하다 목숨을 잃은 이들을 인도하셔셔 당신 안에서 영원히 안식하게 하옵소서"라며 "천안함 승조들과 이 땅의 호국영령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여 주소서"라고 했다.
이어 유가족들 및 대통령, 정부 주요 인사들의 헌화 및 분향 순서가 있었고, 고인을 기리는 조총 발사·함대의 기적 소리로 영결식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