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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재 칼럼] 님을 위한 행진곡과 방아타령 논쟁

숨밭 김경재(한신대 명예교수/ 삭개오작은교회 전도목사)

  ▲숨밭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그리스도교의 신학적 인간학의 내용 중, 일반인들에게 특히 휴머니스트에게 인기가 없는 한 가지 명제는 “인간은 모두 죄인이다. 원죄아래 있다”는 것이다.  현대신학은 그 점을 반성하면서 ‘원죄’ 못지않게 중요한 다른면의 진실 곡 인간의 ‘원복론’을 강조하게 되었다. 죄업이 아무리 크다 해도, 하나님이 피조물 인간에게 축복하신 태초의 생명축복, 하나님형상, 피조물 안에서 빛나는 하나님의 영광, 사랑하는 응답능력을 모두 없앨 수 없다는 긍정적 인간론이다.
  
어거스틴 같은 위대한 교부는 인간의 ‘원죄성’을 동물적인 ‘성욕’과 결부시켜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었고, 20세기 기독교 윤리학자 라인홀드 니버는 ‘원죄성’이란 인간본성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자기중심적 이기심’이라고 갈파했다. 오늘 이 칼럼 란을 통해서 필자는  현대적 원죄성 이해를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와  사도바울의 ‘다메섹 회심체험’ 이야기를 통해서 보다 현실적으로 이해하고 싶다.
   
‘동굴의 비유’는 플라톤의 작품 『국가』라는 작품 속에 들어있는 비유적 이야기 이다.  어느 깊고도 기다란 동굴이 있었다고 가정한다. 그 동굴 안에는 일단의 노예들이 쇠사슬에 묶인체 동굴 한쪽 벽만 보면서 평생 노동하고 그렇게 살아간다. 그들은 태어나기를 동굴 속에서  태어났고, 그 안에서 자랐고, 그 안에서 보고 듣고 해서 그들의 시력과 청력은 어두운 동굴에 적응되었고  희미한 조명도가 더 편하게 느껴진다. 동굴 밖에 태양이 빛나는 다른 세상이 있는 줄을 그들은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용감한 노예한명이 쇠사슬을 끊고, 동굴입구 까지 다가가서 동굴밖에 딴 세상이 있음을 알고 놀랐다. 되돌아와서 그 사실을 동료 노예들에게 말해주었지만, 믿지도 않고 마음을 심란하게 만드는 놈이라고 ‘왕따’를 시키며,  마침내 불이익을 당하고 고난을 겪게된다.
   
‘다메섹 도상의 회심체험’(행9:1-19)은 그리스도인들이라면 누구나 다 잘 안다. 그러나, 바리세파 유대인 청년 사울이라는 사람이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다가  다마스커스로 가는 행로에서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소명체험을 하고서, 회개하여 위대한 사도가 된 ‘기적이야기’로서만 읽곤 했다. 더 중요한 물음은 왜 청년사울은 스데반을 돌로 쳐 죽이는 현장을 보면서 “그가 죽임 당함을 마땅이 여기었던가”(행7:60)라는 물음이다. 청년사울은 유대인 율법준수자로서, 로마식민치하에서 시달리는 피 식민 국가 국민으로서, ‘예수 믿는자들을 다 잡아 없애는 일’이 양심상 옳은 일이요, 정의로운 일이요, 애국하는 일이요, 하나님께 충성하고 영광 돌리는 일이라고 확신 했던 것이다.  그의 눈에 ‘비늘 같은 것’이 떨어지기 전에는 ‘예수사건’의 진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현대 지식사회학 이론이나 인문학의 꽃이라고 부르는 ‘해석학’ 이론에 의하면,  바로 플라톤의 ‘동굴비유’와 사도 바울의 ‘다메섹 회심’ 이야기가 “인간은 모두 원죄아래 있다”라는  신학적 인간학의 핵심명제가 말하려는 불변한 진리성을 잘 밝혀주는 사례라고 본다. 다시말해서, 인간 원죄성의 근본문제는  성범죄, 도둑질, 거짓말, 욕심부림, 이간질, 우쭐거림등 구체적 범죄행위 이전에, 동굴에 갇힌 노예처럼, 눈에 비늘이 덮힌 눈뜬 맹인 사울처럼, ‘진리와 진실’을 바로보지 못하고 독단과 독선의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이다. 이 눈을 덮은 ‘비늘’는 상징적으로 말하면, 정치적 사상이념, 신학적 도그마. 계급의식, 권력욕과 명예욕 등등으로 구성된다.
   
세계현실과 한국사회는 평생 동굴 속에서 자랐기에 다른 세계가 있는 줄도 모르는 닫힌 동굴의 집단무리들, 그리고 내가 믿고 확신하는 것이 애국이요, 정의요,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이라고 스데반을 돌로 쳐죽이고, 다메섹으로 달려가는 어리석은 청년사울집단이 너무나 많다는 비극을 앓고 있다.   문제는 그들의 인간성이 특별하게 나빠서 그런 것이 아니란 점이다.  그들의 ‘보는 관점’이 고정되어 있고,  요즘 말로하면 사물과 가치판단의 ‘패러다임’이 사팔뜨기 눈처럼 한쪽으로만 쏠려 바로보지 못한다는 비극 때문이다. 일찍이 함석헌이라는 야인이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라고 갈파한 그대로 이다. 
  
광주 5.18민주항쟁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올해, 대통령은 국정에 바빠서, 국무총리가 대신 참석했다는데, ‘5.18민주항쟁 기념식 날’에는 의례히 불러왔던 ‘임을 향한 행진곡’을 식을 주관하는 국가보훈처가 부르지 못하게 아예 식순에서 빼버리고, 회갑잔치에서 흥겹게 부르는 ‘방아타령’을 대신 연주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바꾼 변을 들어보면, “국가 행사에서 주빈이 입장하고 퇴장 할 때 분위기를 북돋우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곡이 방아타령이라는 것”이고, 금년도 4.19행사 때도 수유리 국립묘원에서 이대통령이 입장 시에 같은 곡을 청중에게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4.19기념식이나 5.18 기념식 같은 행사에서는, 그 기념식의 주빈이란  희생자요 열사들이요 유가족이지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아닌 것임을 분별하지 못하는 주관부처가 안쓰러울 뿐이다.
  
국가보훈처 예식담당자의 과잉충성하려는 수준이하 의식이 문제가 아니다.  현 정권이 아무리 아니라고 부정한다고 해도, 현 정권은 1980년 광주 5.18민중항쟁에서 분출된 것 같은  불의한 국가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권, 민중의 주권,  역사의 정의 바로세우기, 역사진실규명작업등이 싫은 것이다. 그래서  촛불시위도 싫고, 4대강 반대시위도 싫은 것이다. 그런 행동에 동참하는 자들은 애국심이 없을 뿐 아니라,  사상이 의심받을 좌파경향성이 충분하다고 맘대로 단정하는 것이다.
  
국민주권 대의기구인 국회에서 ‘4.3제주사건 특별법’과 ‘5.18특별법’이 합법적으로 제정되고, 그 법에 준하여  이 땅에 ‘진실과 화해와 사랑’이 입 맞추는 새 시대를  열어가려는 역사의 전진의 바퀴를 바윗돌로 중단시키고, 1980년 이전시대로 되돌리려는 형국이다.  한국 기독교는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생명 ․ 평화 ․ 정의>라는 삼색기를 꼽은 민주주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전진시키는데 힘을 보탤 것인가, <안정 ․ 보수 ․ 양극화>라는 삼색기를 꼽은 퇴행적 사이비 민주주의를 지원할 것인가? 결단은 각자의 신앙 양심에 맡긴다. 그러나, 2010년 광주망월동 국립묘소에서 부르지 못하게 한 ‘임을 향한 행진곡’의 가사만이라도 함께 읽어 보아야 할 의무가, 지금 이 땅에서 삶을 누리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 동지는 간곳 없고  
깃발만 나부껴 /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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