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내전 막으려면 종교지도자들이 협상 주선해야

태국 가톨릭, 정부에 대화·인내 주문

▲ 2008년 옐로 셔츠(Yellow shirts)의 반정부 시위를 막고 있는 왕립 태국 경찰. 왕실과 군부 등 엘리트 계층을 옹호하는 세력인 옐로 셔츠는 2008년 5월부터 격렬한 반정부 시위를 벌여 친탁신계 당시 정부를 추축시키고 현 아피싯 정권을 출범시켰다 ⓒwiki

태국 가톨릭교회의 수장이 현재 충돌 중인 정부와 반정부 시위대 양측이 진지한 교섭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태국은 내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종교 지도자들이 개입해 협상이 보다 매끄럽게 진행되게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태국 주교회의 의장 루이스 참린(Louis Chamniern) 주교는 종교와 사회 분야를 주로 담당하는 바티칸 통신사인 피데스 뉴스 서비스(Fides News Service)를 통해 "우리는 대화가 유일한 해법이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무기를 버리고, 이 위기 상황에 대한 폭력적 해결방안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는 이 나라가 내전에 휩싸일까봐 몹시 두렵다. 만약 이러한 충돌이 멈춰지지 않는다면, 결국 파멸로 치닫게 될 것이다."

참린 주교는 "종교 지도자들의 중재는 대화와 조정이라는 새로운 수단을 납득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고, 현재의 위기 상황에 대한 평화적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렇게 된다면, 정치 지도자 뿐 아니라 종교지도자들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보다 깊은 신뢰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유혈참사를 막기 위해 이 나라를 위해서 보다 선한 일을 시작할 것이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현재 태국 수도 방콕은 반정부 시위대 "레드 셔츠(Red shirts)"의 지도자인 카티야 사와스디폴(Khattiya Sawasdiphol)이 13일 외신과의 인터뷰 도중 저격당한 이후 최악의 폭력 사태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13일부터 쇼핑몰이 집중되어 있는 방콕 라차프라송(Ratchaprasong) 거리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로 총 37명의 희생자를 낸 반정부 시위대는 2006년 군부 쿠데타로 탁신 치나왓(Thaksin Shinawatra) 전 태국 총리가 실각한 후 도시 빈민층과 태국 북부 지역의 가난한 농민층을 지지기반으로 등장한 반정부 세력. 레드 셔츠는 가난을 상징하는 붉은 셔츠를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인 탁신 전 총리의 추종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사와스디폴이 저격당하기 전, 레드 셔츠는 아피싯 웨차치와(Abhisit Vejjajiva) 현 총리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해 태국을 긴장에 휩싸이게 한 바 있다. 당시 레드 셔츠는 아피싯 총리가 군부의 힘을 빌어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피싯 총리는 오는 11월에 있을 총선 결과를 따를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 대치 상황 하에서의 군대 철수는 반정부 시위대가 해산된 이후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레드 셔츠는 정부가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한 군대를 철수시켜야 시위대를 해산하고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공언해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참린 주교는 정부가 이러한 폭력 사태를 종결시키고 협상 테이블로 복귀해야 한다고 탄원하며, 폭력 사태가 지속된다면 "대량 학살"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계속해서 참린 주교는 피데스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부가 인내를 갖고 반정부 시위대와 마주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히며, 작년까지만 해도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하려 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달라졌는가? 우리는 정부가 그들과 더 많은 대화를 하며, 더 많은 희생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참린 주교는 말했다. "미력하나마, 우리는 태국의 비폭력과 평화, 화합을 위해 계속해서 기도할 것이다."

현재 태국 군부는 아피싯 총리의 시위대 강경 진압 방침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지난 몇 차례에 걸쳐 군부가 개입한 쿠데타로 총리가 교체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던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국왕이 이번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어 결말에 대한 예측은 쉽지 않은 전망이다.

18일 상원의회의 화해 제안에 반정부 시위대가 응하기로 하면서 향후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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