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존엄사(尊嚴死), 제도적 장치 있어야”

기윤실, 2일 서울서부지법 존엄사 판결에 공식입장 발표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 우창록, 이하 기윤실)이 2일 기독교단체로는 처음으로 서울서부지법의 존엄사 관련 판결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기윤실은 이날 ‘11월 28일 법원의 존엄사 첫 인정에 대한 기윤실의 입장’이란 성명서에서 서울서부지법 민사12부(김천수 부장판사)가 내린 김모씨(78,여)에 내린 ‘연명치료 중단’ 결정에 대해 먼저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기윤실은 “법원의 소극적 안락사로서의 존엄사 인정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11월 28일의 법원이 내린 존엄사에 대한 판결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많은 환자 가족들의 소송을 유발할 것인바 혼란의 여지가 많다”고 예측했다.

기윤실은 또 “이와 같이 존엄사가 인정될 경우 인간의 생명을 경시여기는 풍조가 야기될 것인 바, 결국에는 생명존중의 입장을 후퇴시키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염려가 깊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윤실은 존엄사와 관련해 환자의 상황 그리고 주변여건에 따라 유연성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기윤실은 “무의미한 치료를 하며 겪게 되는 환자 자신과 환자 가족의 정신적이며 경제적인 문제 고통, 그리고 혼수상태로 삶의 질이 떨어진 상태로 침상에서 계속 생명을 지탱하여야 하는 환자 자신의 어려움 등 많은 문제들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러한 경우엔 환자 자신의 사전 의사 및 추정의사의 자율성과 환자 가족들의 어려운 상황 등을 고려해 나름의 판정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물론 어려움을 감수하고라도 계속 연명치료를 하고자 하는 가족들이 있다면, 그들의 자율적 의사결정도 인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의료보험 차원의 지원도 요청된다”고 기윤실은 덧붙였다.

이밖에도 기윤실은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에 관해서는 의사들과 가족들 그리고 환자간의 지속적인 논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따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기윤실은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게서 연명장치를 제거한다는 것은 환자 가족만이 부담할 짐은 아니며, 의사들도 어느정도 함께 짐을 져야 한다”면서 “정말 무의미한 치료라면, 의료진과 환자의 가족들의 신중한 의논을 통해 중지될 필요도 있다. 그러나 무의미한 치료임을 서로가 논의할 수 있는 합당한 제도적 장치나 합리적 협의과정이 없이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많은 문제점을 안게 된다”고 경고했다.


기윤실은 특히 병원 내 의료진과 환자가족, 자원봉사자로서의 법률전문인 및 종교인 등으로 구성된 병원윤리위원회(존엄사위원회) 등의 활동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이러한 병원 내 제도적 장치를 통해 존엄사가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윤실의 존엄사에 관한 입장발표는 기독교단체로 처음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독교내 존엄사 논의가 미미한 수준이라며 보다 적극적인 논의와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천주교와 불교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존엄사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계는 그동안 카톨릭대의 ‘카톨릭생명윤리연구소’ , 서강대의 ‘생명문화연구소’,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 서울대교구의 ‘생명위원회’ 등에서 존엄사에 대해 논의해 왔다.

불교계도 2005년 ‘불교생명윤리 정립을 위한 심포지엄’등을 열어 생명윤리란 큰 주제 아래 존엄사 문제를 집중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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