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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식 칼럼]종교다원주의 시비

▲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요즘 한국교계의 보수진영 또는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WCC(세계교회협의회)가 2013년에 총회를 한국에서 여는 것을 비판 혹은 저지하려는 논리와 운동을 전개하는데, 몇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그 중의 하나는 WCC가 다원주의(종교)를 표방하는 단체라서 기독교의 복음에 배치된다는 이론이다.

그동안 한국 신학계에서는 일부 신학자들이 종교다원주의를 내세우고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하여 찬반양론을 논쟁하기도 했다. 어느 한 교단의 교수가 불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친 일이 그 교단의 목회자들 사이에서 문제가 되어 그 교수가 물러나기까지 한 일이 있었고, 그 교수와 보수주의의 한 신학자가 기독교사상지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논쟁했다.

WCC와 같이 오늘날 세계화 시대 또는 평화지향적인 시대에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평화적으로 공존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타종교와 타문화와 전통을 부정하거나 멸시하지 않으려 한다.

옛날 제4, 5세기에 북아프리카 교회에서 도나투스파를 교회분열파 또는 이단으로 규정한 로마가톨릭교회의 감독 키프리아누스가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고 말하였는데 그 말은 정통교회인 로마가톨릭교회 밖에 다른 기독교 종파에는 구원이 없다는 말이었고, 다른 종교의 구원에 대한 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날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는 말을 타종교를 두고 하는 말처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데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정확하게 또는 분명하게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첫째 타종교에도 기독교와 같이 구원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면 ‘같이’라는 말의 의미를 분명하게 규명해주어야 한다. 즉 짐승에게도 사람같이 먹는 음식이 있다고 할 때 짐승도 사람처럼(like, as) 먹는 음식이 있다는 말인가 아니면 짐승이 먹는 음식이 사람이 먹는 음식과 꼭 같다(same)는 말인가? 분명한 것은 짐승도 사람처럼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그 음식이 꼭 같은 것은 아니란 것이다. 이것이 ‘짐승에게도 음식이 있다’고 말할 때 우리가 가지는 일반적인 또 공통적인 이해이다.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할 때 그 구원이 기독교 구원과 꼭 같다는 말인지 아니면 기독교에 구원이 있는 것처럼 타종교에도 그 나름대로의 구원이 있다는 말인지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WCC가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말한 적은 없고 타종교에도 그 나름대로의 구원이 있다고 인정할 뿐이다. WCC는 타종교의 구원의 질이나 가치를 논하는 종교비교는 하지 않고 다만 인류사회의 평화를 위하여 종교간 친교와 협력을 모색해왔다. 그리하여 필요하면 대화도 시도하였다.

기독교와 꼭 같은 구원이 타종교에도 있다고 말하는 종교다원주의자가 있다면 그는 학자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혹시 어떤 종교를 믿든 믿어서 구원감을 얻으면 되는 것이 아니겠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물론 그럴 수 있다. 유교를 믿어서 윤리적으로 원숙해져서 선한 사람이 된다면 그것을 나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또 불교를 믿고 마음이 세욕에서 떠나게 된다면 그것도 좋게 생각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기독교는 그 정도의 구원감으로 만족하지 않고 인간 영혼의 거듭남과 전인적인 변화를 원한다. 불교에도 기독교와 같이 기도가 있지만 누구의 이름에 의지하는 기도인지가 다르다.

오늘날 다원적인 종교와 문화 속에서 또 여러 민족과 종족들이 섞여 사는 이 시대에 평화를 깨고 분쟁을 일으키는 사람은 근본주의자들이다. 예를 들면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반세기 이상 살생과 파괴를 일삼는 전쟁을 계속하고 있는데 그것은 유대교의 시온주의 근본주의자들과 팔레스타인의 최고 근본주의자들 사이의 싸움이다.

이들은 다 같은 ‘신의 전사’들이다. 즉 유대인은 ‘야훼’의 전사, 팔레스타인은 ‘알라’의 전사들인데 한 하나님의 두 다른 근본주의자들이다. 미국 등지의 기독교도 중에도 이들 근본주의자들 싸움에 끼어든 사람들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다. 모슬렘들도 알 카에다와 이란의 모슬렘 같은 근본주의자들과 미국과 유럽 등지에 귀화해서 사는 대부분의 온건한 모슬렘 사이에는 차이가 있다.

기독교 신학에서도 근본주의는 다양성 가운데서 일치를 찾는 평화주의가 아닌, 차이점을 찾고 부각시켜서 분열을 조장하는 폐단이 있다. 복음주의에도 근본주의적인 부류가 있고 화해와 일치를 희구하는 부류가 있다. 한국 장로계의 부끄러운 그 많은 교회 분열은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이제는 다시 하나로 합하거나 아니면 다양성 속의 일치를 찾아 평화롭게 지내야 할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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