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죽음' 그리고 평소의 전례대로 한국정교회 110주년

평범하나 평범하지 않은 한국정교회 선교 110주년 기념 성찬예배

30일, 영국 그리고리오스 대주교 등 공동집전 성찬예배

▲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국의 그리고리오스 대주교 ⓒ김태양 기자

올해로 한국선교 110주년을 맞은 한국정교회가 전한 메시지는 여느 교단과 달랐다.

29일 서울 아현동에 있는 성 니콜라스 주교좌 대성당의 지하예배당에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채택된 주제는 '죽음'이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발제를 맡은 페리 하말리스 박사(미국 노스 센트럴 대학)는 "그리스도교의 복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 죽음에 대한 사실과 의문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정교회에서 죽음은 전반적인 신학적 그리고 도덕적 사고를 형성하며 죽음을 정면으로 다룸으로써...부활을 이해하고 죽음을 '좋은 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부활을 강조하는 정교회의 '죽음'에 대해 설명했다. 암브로시오스 한국 대교구장도 한국 사회의 높은 자살률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죽음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음날 대성당에서 열린 <한국정교회 선교 110주년 기념 성찬예배>에서 전해진 세계 각지의 정교회 대주교들의 메시지도 110주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감안할 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간소했다.

영국에서 온 그리고리오스 대주교는 바르톨로메오스 세계 총대주교의 메시지를 전하며 "잊지 못할 선교사들을 위해 기원하며, 한국에 선교의 목적인 성당들과 수도원을 세운 것이 주 안에서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주님의 풍성한 은총과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키릴로스 모스크바 총대주교의 대리인으로 온 블라디보스톡의 베니아민 대주교도 동 대외 교회 외무국장 일라리온 볼로람스크 대주교의 메시지를 전하며 1세기 전 한국정교회를 개시한 신부들을 기렸다. 아울러 "앞으로 할 일과 수고할 것이 많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하느님의 말씀이 좋은 땅에 뿌려지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번영하고 성공적으로 성장하기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성 요한 크리소스톰 리뚜르기아(전례)에 따라 드려진 이날 성찬예배에서 마지막으로 메시지를 전한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역시 지난 한국정교회 110주년 선교 역사를 회고하며 수고한 모든 사제들과 신도들의 노력과 희생을 잊지 않고 있다고 되새기며, 한국정교회에 관심을 가져주고 있는 세계 각지의 정교회 대주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특별히 암브로시오스 대주교는 "앞으로 200주년을 맞이할 때까지 하느님 마음에 드시는 방법으로 한국 사회에 정교회 믿음을 전파하고 한국에서 정교회가 발전할 수 있기"를 기원했다.

부활을 강조하며 초대교회의 원형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정교회는 스스로의 역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거나 원대한 비전과 포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신학을 밝히고 고난 가운데 명맥을 이어온 한국정교회의 뿌리내림 자체를 감사하는 것으로 110주년을 맞았다.

성찬예배 후 만난 한 신자는 "정교회의 전례는 가톨릭보다도 더 복잡하고 어렵다. 그래서인지 처음 정교회를 방문한 이들은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못하게 하는 것도 많다. 그러나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정교회 전례는 같기 때문에 언어가 달라도 정교회 성당에 가서 예배드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달리 말해, 110주년이 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다른 예배를 드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국내에 이어 세계 복음화의 원대한 비전을 갖고 열정적인 선교를 해내가고 있는 한국의 보수적 개신교계의 주류적 시각으로 한국정교회의 110주년을 일방적으로 평가해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정교회는 천 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세계 선교를 해오며 보편적 전례까지 확립했기 때문이다.

한국정교회 산하 특별 기구에서 일하고 있는 한 신자는 오찬 중 본지에 "복음주의적 정체성을 고수하며 타 종교 뿐 아니라 같은 기독교 종파와의 대화도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는, 근본주의에 가까운 한국 보수 기독교계도 여성 사제 임명 등에 있어서 못지않게 보수적인 정교회와 여러 가지 면에서 대화가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드러냈다.

그러한 정교회를 WCC는 껴안았다. 2013년의 부산이 한국 기독교가 세계교회와 더불어, 갈라져 있는 서로를 껴안는 자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과연 누가 먼저 상대를 껴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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