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정교회, 가톨릭, 성공회, 복음주의교회, 오순절교회에서 온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영국 에든버러2010에 WCC 총무 울라프 F. 트베이트(Olav F. Tveit, 49) 목사도 참여하고 있다.
지난 9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CC 중앙위원회에서 총무로 선출된 울라프 목사는 당시 에큐메니컬 센터에서 본지가 제기한 "에큐메니컬 운동의 부흥을 위해 WCC가 할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카톨릭과 관계를 맺어온 WCC는 이제 오순절교회들(Pentecostals)과 복음주의교회들(Evangelical churches)과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거의 모든 교회들이 참여한 이번 대회에서도 울라프 목사는 다양한 기독교인들이 참여한 데 대해 "건강한 변증과 창조적 긴장이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같은 일을 위한 WCC의 역할에 대해, 울라프 총무는 4일(현지시간) 에든버러 폴락 홀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다시 WCC의 중재자적 역할을 상기시켰다. 그는 WCC가 세계교회의 모든 목소리를 들어야 하며, 세계교회의 대표들과 함께 기독교의 보편성을 확인하고 연대와 협력, 교류 방안을 논의해 갈 것임을 재확인했다.
인터뷰에서 울라프 총무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세계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도 다룰 예정임을 밝혔다. 아울러 오는 10월 한국을 방문해 한국 파트너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교회, 한국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2013년 10차 총회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총회 개최장소인 부산 벡스코를 둘러볼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 총회에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이 참가할 가능성에 대해 울라프 총무는 "당연히 북한 교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남북관계가 변수가 될 수 있는 만큼 한반도 정세에 밝은 한국의 교회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먼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문제는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한국 교회들이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는 점이다. 남북 관계에 대한 인식과 대응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여서 ‘누가’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따져야 할 상황이다. 작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울라프 총무는 정교 분리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어 온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교회가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은 중요하며 평화와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나아가 평화와 정의에 관한 이슈는 한국교회에서 매우 중요하며 많은 이들이 에큐메니컬 운동에 강력히 헌신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에든버러에서 연합뉴스에도 울라프 총무는 2013년 부산 총회가 “이 시대의 평화와 정의를 위해 기독교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재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을 천명했다.
그러나 울라프 총무가 한국교회에 거는 기대와 달리, WCC를 기점으로 한 한국교회의 분열은 남북의 갈라섬 만큼이나 뿌리 깊다는 현실은 WCC 측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WCC를 반대하는 보수 교단이 회원 교단의 80%를 차지하는 한기총 실행위원들에 대한 조사 결과 과반이 2013년 WCC 부산총회를 찬성한다고 밝힌 선례가 있지만, 지난달 31일 한국기독교WCC반대대책위원회(위원장 홍재철 목사)는 160개 교단의 교단장과 28개 단체장이 모인 자리에서 다시금 WCC 한국 총회 반대 입장을 내놓아 혼란을 예고하고 있다.
10월 방한 시 WCC가 총회 준비만을 도모할 것이 아니라 먼저 한국 교회를 하나로 아우르는 방안을 모색하며 그 필요성을 일깨우기 위해 수혈하는 '새 피'가 돼야 한다는 견해도 진지하게 제기되고 있다.
남북 간의 국가 간 평화 뿐 아니라 교회의 평화부터 말해야 하는 부끄러운 현실에 대해 한국교회가 감추거나 덮어놓고 갈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회 참여를 지속해 온 NCCK의 존재나 부흥 성장을 상징해 온 한기총의 규모만을 각각 내세울 것이 아니라, 오는 10월이 세계교회를 하나로 품으며 오이쿠메네(oikumene)를 지향해 온 WCC의 역사를 경청하고, WCC의 존재를 명분으로 보다 진지한 대화와 일치에의 노력을 해나가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WCC 총무의 발언을 연합뉴스를 통해 전달받아야 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한국교회가 이 같이 어려운 분열상 가운데 2013년 부산 총회를 힘겹게 준비해가고 있는 NCCK 등에 먼저 힘을 실어주어야 하지 않겠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 WCC가 발언을 하는 가장 우선적이고 신뢰할만한 창구가 한국교회 자신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나로 일치된 교회의 존재감만큼 확실한 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