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이하 종교인모임)이 오는 26일 판문점을 건너가 북한 주민들을 돕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오는 26일 운전기사와 실무자 몇 명이 판문점을 건너가서 밀가루 300여톤을 내려놓고 올 계획"이라고 했다.
종교인모임은 앞서 지난 9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방문했고, 현 장관으로부터 방문 일정을 26일로 연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그렇게 하기로 합의했다. ‘종교인모임’은 그러나 16일 통일부 실무 관계자로부터 "30여명의 종교인 방문은 어렵고 서너 명 또는 대여섯 명의 실무자들이 밀가루를 싣고 판문점을 건너가서 내려 놓고 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에 종교인모임은 "아마 종교인들의 방북이 바람직하지 않고 위험스럽게 보였던 것 같다"며 "독일 통일에 있어서 종교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했었던 지를 모르는 것 같다. 과거 군사정부 때도 그랬지만 남북 교류와 협의를 정부 당국자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종교인모임은 그러나 정부의 불허 방침을 수용하기로 했다. 북한 주민을 향한 인도적 지원만 이뤄진다면 목적을 달성한 것이라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모아진 것. 종교인모임은 "우리 종교인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도모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식량난으로 곤경에 처한 우리의 동족에게 사랑의 식량을 보내는 일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남한에 하늘이 내려주신 풍성한 양식을 기아선상에 있는 북한 동포들과 함께 나누는 일이야말로 하늘의 뜻에 따르는 일이고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 정부 안에 인도주의적인 나눔과 사랑의 바람이 속히 불어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염원한다"고 밝혔다.
종교인모임은 1997년 김수환 추기경, 강원용 목사, 송월주 스님을 공동대표로 해 시작한 ‘민족화해를 위한 북한동포 돕기 100만인 서명운동’에서 비롯됐다. 이어 2009년 3월 1일 경동교회에서 5개 종단의 지도자들 300여명이 ‘3.1정신을 어떻게 계승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한 것이 조직화의 밑거름이 됐다.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 모임’에는 김대선(원불교 교정원 문화사회부장), 김홍진(천주교 문정동 성당 주임신부), 김명혁(강변교회 목사,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 법륜(평화재단 이사장, 정토회 지도법사), 박경조(전 대한성공회 서울대교구 교구장), 박남수(동학통일운동협의회 상임대표), 박종화(경동교회 당회장,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인명진(갈릴리교회 담임목사)을 비롯해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등 5대 종단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