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보편적 가치 ‘인권’. 그러나 시대의 흐름 속에 보편성은 변화를 거듭했고, 그 시대의 보편적 가치를 기준으로 인권의 개념도 자연히 변화의 길을 걸었다.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강당에서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기념해 ‘인권재단 사람’이 ‘인권이야기 두 마당’을 열었다.
주최측은 “인권의 보편성은 성립 가능한가? 보편성은 약자에 대한 당파성을 내재하고 있는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보편성은 무엇이야 하는가? 등에 관한 인권담론을 논하고자 자유토론의 시간을 마련했다”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인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류은숙 선생은 “누구에 대한 침해와 고통은 부각시키고 누구의 그것은 무시할 때 배제된 특정인들의 인권은 침해받게 된다”고 전했다. 어떤 이익집단이 생길 시 그 집단에 속하지 않는 특정인들에게는 인권 침해가 발생할 소지가 농후하다는 얘기다.
여성이론의 임옥희 편집주간은 국가간 경계에서 발생하는 인권의 개념을 짚었다. 임옥희 편집주간은 “보편인권을 말하기에는 국가의 경계선, 국적은 아직 완강하다”며 “그러나 국가라는 경계선을 중심으로 그 바깥으로 내쫓은 타자들, 그리고 한겨레, 한민족을 외치기 위해서 성 바깥으로 내쫓은 타자들은 이미 언제나 우리의 내부에 들어와 있는 존재들이다”고 말했다.
‘나르시수스의 사랑’에서 나르시수스는 물에 비친 자신을 사랑하다가 죽어가게 되며 마지막 순간에야 비로소 나르시수스는 자신이 사랑한 소년이 바로 자신의 이미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르시수스는 이렇게 애통해 한다. “내가 죽은 것은 슬프지 않으나, 내가 죽음으로써 내가 사랑한 그 소년이 죽는다는 것이 슬프다” 임옥희 편집주간은 “(나르시수스의 이야기는)사랑의 구도 안에서 주체와 타자의 관계를 설명해 주고 있다”며 “내가 타자를 없애면 나 자신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타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동화시킨다면 타자도 잃고 나 자신도 잃는다는 것이다.
이어 전남대 김상봉 교수(철학과)는 인권의 실존적 문제를 다뤘다. 김 교수는 “어떤 누구도 자신의 권리를 홀로 지킬 수는 없다”며 “이익을 따라 집단을 형성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불가피하게 배제되는 개개인들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과거도 그렇고, 현재도 마찬가지로 이 이익집단으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이 권리를 되찾는 과정 속에서 ‘인권’이란 개념이 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듯 권리를 되찾는 과정이기에 필히 ‘인권’은 저항성을 수반한다. 김 교수는 “저항을 넘어 평화라는 차원에서 인권이 논의되기 위해선 저항의 대상을 남에서 자신으로 옮겨야 한다”며 “나를 낮추고, 비우는 그 자리에서 타인과의 참된 만남을 통해 인권이 다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회를 맡은 조효제 교수(성공회대)는 패널 토론의 내용을 종합하며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에 대한 논의가 앞으로 더욱 진지하게 다뤄져야 한다”며 “단순 특정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적 약자 그리고 사회를 구성하는 일원 모두를 아우르는 것으로 ‘인권’의 개념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