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 탔을 때나 내렸을 때나 전도지를 늘 품에 안고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전도왕 할머니의 뒷모습.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해 뒷모습만 남겼다 ⓒ김진한 기자 |
할머니는 기자에게도 전도지를 내밀었다. 혼쾌히 받으니 “젊은이 꼭 성공하라”는 말을 남기고, 또 다른 사람을 찾았다. 그렇게 지하철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쉬임없이 걸어가며 전도지를 돌리던 할머니는 막 열차에 오른 외국인을 보더니 서슴없이 다가가 전도지를 내밀며 간단한 대화를 나눈 뒤 포옹하고 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개신교의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진 것은 전철 내 분위기에서도 묻어나 할머니의 전도활동에 장애가 되는 듯 보였다. 어떤 이는 전도지를 내미는 이 할머니에게 “싫어요!”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어떤 이는 “저런 일을 하니까 기독교가 욕을 먹지.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믿고, 교회가면 되는 것을 뭐하러 저렇게 할까”라고 쑥덕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매섭고, 날선 비판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른 사람에게 전도지를 내밀었다. 막 내리려는 사람에게도 서슴지 않고 다가가 전도지를 내미는 할머니는 마치 지하철 내 한 사람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가 있는 듯 했다.
제기동역이 가까워지자 목도리를 풀어 헤친 할머니는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고, 한 아가씨에게 “제기동에 가려면 얼마나 남았죠?”라고 물었다. 아가씨가 친절하게 답했으나 잘 알아듣지 못했는지 여러차례 묻고 확인한 끝에 지하철 한켠에 자리잡고 앉았다. 기자가 다가가 “할머니 많이 힘드시죠?”라고 물으니 벌떡 일어나 기자의 손을 덥석 잡은 할머니는 “내가 귀가 잘 안들려서 다시 말해달라”고 했다.
기자는 제기동에서 내린 이‘전도왕 할머니’를 만났다. 실명공개를 꺼리는 이 할머니는 올해 87세로 서울 중구 남대문교회(담임 조유택 목사) 권사로 있었다. 지하철 선교 경력이 25년째라는 이 할머니는 이제껏 15만장의 전도지를 뿌렸다고 한다. 시장 그리고 교회갈 때. 그렇게 일주일에 두번씩 뿌렸던 전도지였다.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할머니는 “예수 믿으면 힘이 절로 나죠”라고 답했다. 20년전 부터는 귀가 잘 안들려 보청기를 낀 할머니는 10년전 부터는 눈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눈과 귀가 안보이고, 안들려도 말할 수 있는 입 그리고 두 다리가 멀쩡하니 전도하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어요. 엊그제도 전도지 1만장을 받았습니다”
이 전도자는 교직자 출신으로, 교장까지 봉직하다 현재는 은퇴했다. “외국인들을 보면 오히려 반갑고, 더 많은 대화를 나누죠” 유치원 때부터 다녔던 교회는 자기 집처럼 편안하고, 좋았다고 했다. 할머니의 한가지 소원은 지금의 교회들이 그 때 그 시절처럼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다.
“두 다리가 멀쩡하고 말을 할 수 있다면 전도를 계속 하려고 해요. 그게 90세가 될 수도 있고, 100세가 될 수도 있겠죠. 듣든지 아니듣지 우리 복음 전도하는 사람들은 전해야 하니까요” 할머니는 제기동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지막으로 “장을 본 뒤엔 또 지하철에서 전도를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서 총총 걸음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