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민중신학, 남미의 해방신학과 맥을 같이 하는 인도의 달리트 신학. 인도 계급사회의 최하위 계층인 달리트(Dalit)들의 해방을 말하는 이 신학은 1980~90년대에 크게 유행했으나 이후로 인기가 급감했다.
달리트 신학의 진화를 시도한 신간 <21세기 달리트 신학>(Dalit Theology in the Twenty-First Century)이 인도에서 출간돼 학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 책은 기존의 달리트 신학의 한계를 지적하고 달리트 신학을 재구성했다. 계급 차별의 압박에 놓여 있는 달리트들의 다양한 모습을 살피는 것은 물론, 사회적 지위, 민족, 종교에 근거한 차별과 폭력에도 주목했다. 달리트 신학과 달리트 페미니즘, 여성신학의 만남과 같은 독특한 시도도 특징이다.
자와하를랄 네루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서린더 S. 조드카(Jodkha) 교수는 이번 책이 일반 학자들과 신학자들이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했다. 달리트 신학이 신학의 테두리를 넘어 인도 사회 전반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사회시스템연구센터(Centre for the Study for Social Systems) 로웨나 로빈슨(Robinson) 교수 역시 “달리트 신학을 일반 학계의 주류 무대에 등장시켰다”고 평했다.
디나반두 만찰라(Manchala) 박사를 비롯한 15명의 글 16편이 담겨 있다.
달리트는 카스트 계급 제도의 그 모든 계급보다 아래에 속하는 하층민을 뜻하는 말로서, 그 뜻은 '압제 받는 사람들'이다. 인도에서 1억명을 웃돌고 있으며, 3천 5백년 동안 '불결하고 오염된 존재' 정도의 취급을 받아왔다.
달리트 신학은 하나님이 달리트들의 해방을 위해 함께 일하고 계신다는 것에 기반했다. 인도교회의 한 지도자는 “이 신학은 달리트들의 잃어버렸던 인간으로서의 자존심을 되찾아 줄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인도의 달리트 신학자들은 한국의 민중신학자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해오고 있다. 2009년 인도에서 열린 제8차 달리트-민중 신학 대화(Dalit-Minjung Theological Dialogue)에는 한국의 권진관, 김희헌, 노정선, 임태수 박사 등이 참석해 민중과 달리트의 과제를 논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