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 에이레네실에서 노숙자 에 대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김진한 기자 |
노숙인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한국교회가 노숙인 복지 및 선교에 관한 실질적 논의를 진행해 이목을 끌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서울시노숙인복지시설협회(이하 서노협)와 NCCK 선교훈련원(원장 이근복)의 공동주관으로 열린 노숙인 간담회에선 노숙인 복지 현황과 대안 모색을 비롯해 노숙인 문제에 관한 종교계 참여 현황을 짚어보고, 향후 정책 방향을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 종교계를 대표해 발언한 대한성공회 여재훈 신부(서울시 노숙인 다시서기상담보호센터 소장)는 먼저 기독교가 노숙인 복지에 큰 관심을 갖고, 활동을 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전국 67개 쉼터, 11개 상담보호센터, 10개 쪽방상담소 등 민간인 노숙인 복지시설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여 신부는 "기독교는 시설의 62.8%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이 분야에 대해 독보적 관심과 참여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설적이게도 인적·물적 자원이 풍부한 대형교회보다 오히려 소형교회가 노숙인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함께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노숙인 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교회 중 전체 교인 수가 100명 미만인 소형교회가 53.8%를 차지하고 있으며 성도 300~600명 미만의 교회가 5.1%, 1000명 이상의 교회가 2.6%에 불과했다. 여 신부는 "인적, 물적 자원이 여유롭지 못한 중소형 교회들 위주로 한국 기독교에서 노숙인 복지사업을 펼치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재정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대형교회가 노숙인 사역을 기피하고 있는 것에 여 신부는 "노숙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양가감정이 한국교회에도 지배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교회가 노숙인 사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여 신부는 "한국 기독교계에서 인적, 물적 자원이 풍부한 대형교회들이 직,간접적으로 노숙 영역에 많은 재원이 투자되는 프로그램을 현장의 도움을 받아 직접 운영한다면 그 영향력은 대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 신부는 이어 개교회주의에 머문 교회들이 노숙인 복지사업을 실행할 때 파생되는 문제들을 고려, 노숙인 문제에 관한한 초교파적인 연합 활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노숙인 복지사업을 펼치는 기독교 시설 사이의 연합체 결성을 제안한 그는 자활연계사업, 주거지원사업, 정서치료, 영성과 인성강화 등과 같은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노숙인 협력을 위한 네트워크의 형성 및 강화의 중요성도 알렸다. 여 신부는 "노숙인 복지실천을 위해서 서비스를 전달함에 있어 네트워크 구축이 중요한 이유는 조직간 연계관계 형성을 통해 자원활용을 극대화함으로써 지역의 노숙인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보다 효과적으로 충족시키자는데 있다"며 "그렇게 될 때 한국교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개교회주의의 극복과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노숙인 복지사업을 통해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서노협을 대표해 발언한 서정화 사무국장은 표면상 잘 드러나지 않은 여성 노숙인 문제를 거론, 특별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서 사무국장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실태조사 결과 여성 거리 노숙인은 58명으로 집계됐다. 서 사무국장은 "여성이 거리 노숙을 할 경우, 폭력에 노출될 위험이 있어 거리 잠을 자지 않도록 응급 보호를 할 필요가 있으나 현재 여성노숙인을 위한 상담보호센터가 없다"며 여성노숙인을 위한 응급잠자리 제공, 노숙인 쉼터 및 전문 시설로의 연계 등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