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주재용] 만우 송창근의 성빈의 삶과 사상(5)

본지는 만우 송창근 목사의 납북 60주년을 맞아 그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고자 주재용 박사(한신대 전 총장)의 기고글 ‘만우 송창근의 성빈의 삶과 사상’을 총 12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경건과신학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는 주 박사는 그의 제자 장공 김재준과는 달리 연구 및 평가에 있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송창근을 오랜 기간 연구, 지난 2008년 말에는 송창근 평전 『벽도 밀면 문이 된다』(송우혜 저·생각나눔)를 펴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편집자주


Ⅲ. 사  상

▲주재용 한신대 명예교수(한신대 전 총장)

송창근의 신학사상을 한 마디로 규정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 같다. 그만큼 그의 신앙적 삶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획일적이고 교리적이 아니었다. 그는 신학을 형성하려고 살지 않았다. 서정민은 송창근의 ‘참된 신학자’론을 소개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기독교의 생명인 하나님의 객관적 계시와 그 객관적 계시로 말미암아 불꽃같이 일어나는 신앙을 조직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그 사람이 내가 말하는 참된 신학자다.’
  한편 그의 신학자로서의 풍모는 신학 교육가로서의 역할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신학의 관념과 이론에만 빠진 냉철한 학자이지는 못했다. … 그 외 개별적으로 제자를 육성하고 인재를 기르는 면면으로 뜨거운 신앙가로, 신학의 생활자로서의 면모가 강하게 드러난다.
 
그의 신학은 곧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무엇이 더 논리적으로 합당한 것인가’에 있지 않고 철저히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사는 삶과 행위와 실천이 하나님의 뜻인가’를 머리보다는 가슴과 손발로 산 그런 신학이다.”

그의 신학은 그가 살고 외친 것을 우리가 체계화하는 데서 드러나는 것이라 하겠다. 물론 그의 신학을 규정한 것이 있다. 민경배는 송창근의 신학을 “근대주의적인 경건 신학”이라 했다. 이 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밝혀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단언하기는 어렵겠으나, ‘교리주의적 경건 신학’을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 보수 신학 계통의 사람들은 송창근의 신학을 ‘자유주의적 신학’의 범주에 넣고 있다. 김광수는 그를 “자유주의적 신학 노선을 가졌던” 사람이라고 하였다. 『아빙돈 단권 주석』번역에 참가한 것에 대해서 총회가 그 책임을 묻자 송창근이 교회에 위배되는 것이 있다는 이유로 사과를 하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며, 총회의 그와 같은 결의는 신학의 자유를 억압하고 독단적인 것이기 때문에 응할 수가 없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그의 입장에 대해서 김양선은 “이것은 실로 한국교회에 있어 자유주의 신학사상의 보수주의 신학사상에 대한 도전의 효시였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송창근의 신학이 과연 ‘자유주의 신학’이었는가? 여기서 우리는 세계 신학 사상사에서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고찰을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다.
 
그러나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이해는 사람에 따라서 같지 않다. 예를 들면 김득룡은 자유주의 신학을 ‘구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로 나누면서 전자는 슐라이에르마허와 리츨 등에 의해 시작되어 미국의 사회복음 운동까지 포함하며 후자 속에는 K. 바르트, E. 브루너, R. 불트만, P. 틸리히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결국 김득룡에 의하면 자유주의 신학은 17세기 정통주의 신학의 전통에 반립하는 신학의 총칭인 것이다. 그러나 바르트나 불트만, 틸리히의 신학을 자유주의 신학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세계 신학사에 있어서 자유주의 신학은 슐라이에르마허의 경험신학과 헤겔의 철학 또는 신칸트주의, 즉 계몽주의, 합리주의, 관념론의 전제 아래 19세기 중엽에 생성된 신학적 입장을 말한다. 이 신학은 정통주의적 신학에 반대하여 인간의 주체적인 사고와 활동과 의의를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대체로 기독교를 현실적이고도 윤리적인 관점에서 파악하려고 한다. 따라서, 성서는 이신론적 신 인식을 하며 인간적이며 역사적 예수를 강조하고, 성서를  역사적 문서로 철학적, 역사적, 문학적 비판 방법에 의해서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성서의 문자영감설을 배척한다. 자유주의 신학의 거장으로 알려진 리츨은 “종교는 인간 심정에 내재하는 독자적인 영역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황정욱의 비판은 매우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자유주의 신학은 신약 성서, 일반적인 종교사, 기독교 교리사 및 신학사 연구를 통해서 중요한 학문적 기여를 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주의적 신관, 관념론적 인간론, 종교적 개인주의, 자유주의적 교회사상, 진보 사상에 근거한 역사 신학, 세속화된 종말론은 신학적으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자유주의 신학이 역사주의적 전통을 비판하고 교리적 법정으로서의 도그마를 거부한 것이 정당하였다면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오해한 것은 도그마와 교회의 신앙 고백이 신앙 체험의 열매로서 이단과 거짓 교회에 대한 필연적인 경계막으로서 기독교 신앙의 중심 내용을 왜곡됨이 없이 보존하기 위한 보호기능까지도 가졌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자유주의 신학은 보수 교권주의자들에 의해서 정통주의와 근본주의 신학에 맞지 않고 반대하는 모든 신학에 확대 적용되었고 신신학과 동의어로 사용되었으며, 신학적 이단으로 정죄되었다. 이와 같은 한국적 신학계의 상황에서 송창근의 신학은 자유주의 신학으로 비판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신학은 엄격한 의미에서 자유주의 신학이 아니었다.
 
물론 송창근의 신학사상은 그의 사람 됨됨이가 그러했듯이 진취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폐쇄적, 독단적인 사람이 아니라 개방적이었고 진리에 의한 자유로운 사람이기를 원했다. 그는 1930년대 초에 이미 조선교회가 폐쇄적인데 대해 그 위기를 느끼고 있었고 화석화된 형식적인 교리싸움에 대해서 강한 비판을 가하고 있었다. 그의 신학은 그의 신앙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에게 있어서 신앙 없는 신학은 불가능하였다. 건전한 신앙은 건전한 신학에 의해서 가능하며 건전한 신학은 건전한 신앙에 뿌리박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형식적인 신앙은 생명이 없는 죽은 신앙이고 이것은 논리를 위한 논리의 체계화인 신학을 형성할 뿐이다. 그와 같은 신학은 ‘생명 있는 신학’(living theology)이 아닌 것이다. 그에 의하면 참된 신학은 “철저한 예언자적 직관과 강한 신앙을 가지고 성서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참된 신학자는 참된 설교가라고 했던 것이다. 신학자는 “역사적 사실을 지적으로 조직하여 기계적으로 설명하는 데 능한 사람으로는 부족하고 거기다가 예언자적 영적 강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 송창근은 소위 정통파(正統派)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의 신성, 동정녀 탄생, 육체적 부활, 삼위일체 등 몇 가지 교리를 승인하는 것이 정통파라면 그것은 죽은 정통파요 바리새주의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는 신앙의 정통파냐 말만의 정통파냐? 우리는 절대자요 객관적 실재자의 뜨거운 경험자로서의 정통이냐 그렇지 않으면 정통파라는 미명의 간판을 걸어놓고 밥 벌어먹는 영업적 정통파” 가 아닌가를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또한 그는 미국에서 직수입한 극단의 보수주의를 그대로 가져다가 진리나 기독교인의 신덕(信德)보다도 당쟁만을 일삼고 있는 것은 진정한 보수주의가 아니라 말만의 보수주의라고 하였다.
 
그러나 송창근은 동시에 같은 입장에서 자유주의, 신진주의(新進主義)도 비판한다. 그에 의하면 자유주의, 신진주의는 합리적이고 자연주의적이며 실증적이고 공리적이다. 그것은 신 중심이 아니라 인간 중심이며 성서를 근본으로 하고 조직한 신학이 아니라 근대철학이나 심리학 또는 사회학에 근거하여 조직한 신학이다.
 
송창근의 신학사상은 열린 마음으로 성서에 계시된 살아 계신 하나님의 말씀을 오늘의 역사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내려고 하는 그리스도 중심의 영성 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을 몇 가지에서 밝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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