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초기의 예수운동 과정, 당시 사회상이 궁금하다면

도서출판 동연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사’ 출간

▲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사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가 주최한 출판 기념회에서 초기 그리스도교의 사회상을 한 눈에 간파할 수 있는 반가운 책이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였다. 기념회는 22일 오후 서울 장충동 만해NGO교육센터에서 진행됐다.

볼프강 슈테게만과 에케하르트 슈테게만 형제가 함께 쓴 방대한 저작 ‘초기그리스도교의 사회사’(도서출판 동연)가 김판임 교수(세종대학 교수)와 손성현 강사(감신대)의 번역, 그리고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의 기획으로 출간된 것이다.

예수를 계승한 다양한 예수운동들이 지리적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정치적으로 동일하지 않은 배경 속에서 전개되었음을 정교하게 밝히고 있는 이 책은 예수 사후 1세기와 2세기 초 예수 운동의 다양한 전개를 사회사적으로 다뤘다.

‘예수 따름’(Jesusnachfolge)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 슈테게만 형제들은 예수를 계승하면서도 다양한 사회사적 맥락과 상호소통하면서 발전한 후속의 예수운동들의 다중성을 강조했는데, 이 용어는 그리스도교 정통주의적 신앙방식인 ‘예수를 모방(Imitatio)하는 신앙’이 아닌 ‘따름(Nachfolge)의 신앙’을 강조하기 위해 독일 신학계에서 종종 사용되어 왔다.

예수를 따르는 이들은 당시 사회상과 맞물려 다양한 방식으로 운동을 전개했다. 생전에 그를 모셨던 다수의 제자들은 스승의 행동양식이나 말을 그대로 모방하는 방식으로 운동을 계승했고, 지중해 각 지역에서 전파했던 예수운동의 주역들은  또 다른 사회적 맥락과 조우하며 운동을 펼쳤다. 그런 점에서 저자들은 ‘모방’과는 다른 함의를 지닌 ‘따름’이라는 용어로 초기그리스도교의 사회사를 보고자 했던 것이다.

이 같은 다양한 ‘예수 따름들’은 고대로마제국 치하 지중해 연안 지역의 사회사적 맥락 속에서 해석된다. 또 사회구조와 변동에 관한 최근의 수정주의적 거시이론들이 사용되고 있어 탄탄한 해석의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예수 따름 공동체들의 행태를 곧바로 거시이론을 통한 사회사적 배경의 결과로 직결시키기보다는 사회적 행태에 관한 다양한 미시이론을 활용하여 설명의 정교성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1차 문헌들의 인용과 거시이론, 미시이론이 정교하게 결합하여 매우 참신하면서도 탄탄한 초기그리스도교의 사회사적 연구가 이 책을 통해 제시됐다고 볼 수 있다.

제1부에서 저자들은 고대로마제국의 사회사를 기술수준, 권력구조, 인구, 도시들, 노동분화와 분배, 화폐, 저작들, 사회적 불평등 등의 부분에서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 관한 북미의 많은 논평들이 한결같이 말하고 있듯이, 독자들은 항목마다 마치 사전을 보는 것과 같이 잘 정리된 묘사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세밀화를 통해 저자들은 권력을 중심으로 복잡하게 얽힌 사회사적 배경에 관한 고대세계 인식을 제공한다.

제2부에서는 ‘예수 따름’의 다양한 전개를 소개한다. 여기에는 앞장에서 소개한 고대로마제국의 사회사적 체계가 어떻게 예수 따름 현상과 연계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한 전개에서 중요한 변수는 유대교의 운동이다. 특히 기원후 66~70년에 벌어진, 실패로 귀결된 반로마 유대항전의 역사는 지중해 연안 지역의 도시들에서 펼쳐진 유대주의의 전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제국 중심부의 유대교에 대한 인식과 정책들, 그리고 제국 각 지역 엘리트들의 정책들, 여기에 각 지역 주민들의 유대인에 대한 태도들이 연계되면서, 디아스포라 유대교갸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예수 따름 공동체들의 족적에서 기원후 70년 이전과 이후의 시기구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곧 제2부에서 예수 따름 공동체들은 고대로마제국 사회에서 기원후 70년 이전과 이후를 체험하면서 유대주의 분파의 하나이자 유대주의 분파의 일탈자 집단으로 다중적으로 형성되었다.

제3부는 이들 초기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의 사회사를 다룬다. 여기서도 사전과도 같은 세밀한 정리가 빛을 발하며 공동체들의 존재 양태가 해석된다. 특히 공동체 내의 사회적 계층구조의 문제가 앞장에서 얘기한 고대로마제국 치하의 유대교의 역사와 연계되며 해석된다.

그런데 제3부에서 가장 신선하며 가장 빛나는 해석은 이들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박해에 관한 논의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고대로마제국 내의 도시사회는 제국적 모순구조와 얽히면서 사회적 고통이 넘쳐나고 있었고, 이는 도시 대중으로 하여금 분노를 투사할 대상, 곧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사회심리를 낳았다. 반로마 항쟁을 일으킨 바 있던 유대교가 그 분노의 대상의 하나인데, 유대교에서 배제된 일탈자 집단인 초기그리스도교 공동체들은 보다 공격적이거나 보다 우회적인 사회적 배제를 체험하게 된다.

로마제국 중심부는 때로 유대인의 위험성에 대한 과잉의 경각심을 정책화하였고, 종종 제국의 모순으로 인한 대중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유대인을 공격의 표적으로 삼곤 했다. 또한 제국 내 각 지역의 엘리트들도 대중의 분노를 이용하여 도시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유대인에 대한 공격, 구체적으로는 그 대체물인 그리스도인에 대한 공격을 실행에 옮기곤 했다. 이것이 박해의 실상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박해 과정에서 보다 직접적이거나 혹은 보다 간접적인 사회적 배제를 체험하는 그리스도인 공동체는 이른바 ‘자기 낙인찍기’로서의 아웃사이더적 주체화를 이룩하는데, 이것이 바로 초기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신앙적 양식 속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오늘날, 초기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신앙양식을 ‘모방’하고 있는 우리의 신앙적 관행이 얼마나 전통과 괴리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즉 오늘 우리의 ‘예수 모방’은 진정한 ‘예수 따름’과는 괴리된 것이라는 얘기다.

마지막 제4부는 이러한 초기그리스도교 공동체들에 대한 여성주의적 해석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저자들은 초기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여성의 역할과 지위에 관해 상세히 다루면서, 고대로마제국 도시문화의 그것과 어떻게 연관되고 어떻게 다른지를 묘사한다.


그리고 오늘 우리 시대 여성주의적 시선에서 그 가능성과 한계를 논평하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초기그리스도교 공동체의 여성의 역할과 지위는 동시대의 그것에 비해 보다 많은 평등성을 담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제한적이나마 이러한 평등성은 후대의 그리스도교 발전 과정에서 더욱 침식된, 오늘의 그리스도교적 신앙 관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저자들의 논지이다. 

800여 쪽에 이르는 방대한 사회사적 저술을 통해 우리는 초기그리스도교의 사회사에 관해 사전과도 같은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시대의 교회 양상에 대한 자성과 성찰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도움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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