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식 한신대 명예교수 ⓒ베리타스 DB |
조국이라는 말은 과거에 조상들이 같은 국토에서 역사와 전통을 공유하면서 같이 살아온 운명공동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따라서 후손들에게도 그 조국이 사랑과 충성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국제화 시대에는 국가들의 이민정책과 국제결혼 등으로 조국 개념이 많이 희박해가고 있다. 특히 우리 한반도에서는 과거에 하나로 생각했던 조국이 둘이 된 상태이다. 일본에서 소위 ‘조선인총연맹’에 속한 사람들은 이북을 조국으로 생각하여 조국 방문으로 이북으로 가고, 소위 ‘민단’에 속한 사람들은 반대로 이남을 조국으로 생각하여 조국 방문으로 이남으로 온다.
초대교회 시대 그리스도인들이 극심한 박해 아래서 살아갔는데, 그들이 조국, 또는 모국, 또는 고향에서도 박해를 받고 살아가기 힘들었을 때는 조국을 타국같이 생각하고, 그리고 타국과 타향에서도 신앙의 자유를 누리고 살 수 있을 때는 타국을 조국처럼 생각하고 살아갔다. 그리하여 그들은 이 지상 어디에서나 “나그네와 행인”처럼 살아갔다. 초대와 중세 교회시대에 북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한때 번영했던 그리스도교 국가들이 이슬람에 정복되어 멸망했을 때 그들에게는 조국도 없어졌던 것이다.
소련의 공산주의 혁명으로 러시아를 비롯하여 동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공산정권 아래 있었을 때 그리스도교가 박해를 받았으나 그 박해는 이슬람정권의 종교적 박해와는 달리 러시아와 동유럽의 교회들이 살아남고 그들의 조국도 건재하게 되었다. 지금 동남아의 여러 나라에 공산정권 아래서 자유의 제약을 받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지만 최소한 예배와 전도의 자유만 있다면 그들은 자기들의 나라를 조국으로 생각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 이북에서는 공산정권이 그리스도교의 자유를 불허하고 있다. 그곳에 교회가 있다고 하나 교인 수가 늘거나 교회 수가 늘지 못하므로 있다고 하는 그 교회도 공산주의 정권의 일종의 전시용이라는 의심을 사게 된다. 이북에서 지하에서 숨어서 예배를 드리는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북이 조국같이 여겨질 수 없을 것이다.
반면에 이남에 살고 있는 좌익 인사들은 이남이 조국같이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이남 사람들이 이북을 ‘북한’이라고 부르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북조선’이라고 부를 것이고 이남을 ‘남조선’이라고 부를 것이다. 현실적으로 말한다면 남조선이 아니라 ‘한국’이고, 북한이 아니라 ‘조선’이다. 양편이 다 아직까지도 조국은 하나라는 생각으로 그 조국을 각자의 이상대로 통일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조국은 하나로 생각하는데 머리가 두 개 달려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그 두 머리가 두 다른 체질을 가져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다르다. 뜨거운 물을 함께 끼얹어도 같은 느낌을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탈무드의 그 이야기는 우리의 조국이나 현실의 문제에 해답을 줄만한 이야기는 못 된다.
남한에서는 남한의 머리 되는 정권과 국민이 이북에 사는 사람들을 한 동포 곧 한 몸뚱어리로 생각하고 그들의 고통을 아파하여 온갖 원조를 하고 있으나, 이북의 머리 되는 공산정권은 남한 정권만이 아니고 남한의 국민까지 미워하여 생명과 재산을 해치고 있다. 남한의 정권은 국민의 총선거를 통해 세운 정권이어서 국민 즉 몸뚱어리와 일체가 되어서 국민에 의한 또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권이지만, 이북의 공산정권은 몸뚱어리가 되는 이북의 민중이 세운 정권이 아니어서 그 민중의 인권과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
남한의 소위 종북(從北) 인사들은 이북공산정권과 이북민중(동포)을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여 이북 정권을 보호하거나 변호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남한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원들 그리고 그리스도교 지식인들 중에서 그동안 천안함 침몰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 때 진실과 상식을 외면하고 이북 정권을 비호한 사람들은, 이북정권과 이북동포를 동일시하였기 때문이다.
남한의 교회는 그동안 선교의 자유를 만끽하여 교회 성장을 이루었고 선교대국을 만들었다. 그리스도인들은 정권을 장악한 정당이 어떤 것이든지 일단 나라를 위하는 정권으로 생각하고 협조하고 기도하면서, 잘못하는 것은 충고와 함께 시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지금 해외에 흩어져 사는 동포가 700만이며, 그들이 한국을 조국으로 생각하고 IMF 위기 때도 막대한 원조금을 보냈고 작년 1년만 해도 해외동포들의 성금이 2조원이라고 한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처럼 한반도가 자유와 인권과 정의가 살아있는 하나의 조국이 되는 날을 위해 기도할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