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무리 입에 쓴 약이 병에 좋다지만…

신간 『한국 종교를 컨설팅하다』

 

한국 종교를 컨설팅하다 ㅣ 이찬수 최준식 박영대 김진호 이병두 김경일 김용휘 지음 ㅣ 모시는사람들 ㅣ 총 254쪽 ㅣ 1만 5천원

종교가 일정한 지역에서 싹을 틔우고 뿌리 내리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진리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이 세상에는 많고, 아무리 올곧은 성직자라도 인간인 이상 ‘누구의 마음에도 쏙 드는 종교’를 만들기가 힘들다.

신간 <한국 종교를 컨설팅하다>는 국내 종교 지식인들이 한국의 주요 종교-개신교, 천주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책이다. 대화문화아카데미와 KCRP종교간대화위원회, 종교문화연구원 등 3개 단체가 공동 기획했다.

이찬수 종교문화원장은 “제도화된 종교들이 보여주는 교단 안팎의 문제는 심각한 정도를 넘어서 있다”며 “시대정신과 조화하지 못한 채 사회와 불화하는 한국 종교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진단하고…이들 종단이 종교 본연의 자리를 찾도록 방향을 제시”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최준식 종교문화연구원 이사장은 개신교와 불교에 대한 언론 보도를 인용한다. 개신교 : “대형교회 목사들은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세습하려 든다. 교인들에겐 권리 하나 없고 의무만 가득하다, 헌금 낼 의무 봉사할 의무 기도할 의무 등등.” 불교 : “그날 방송에서는 또 스님들이 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벤츠, BMW, 혼다 등. 1억 6천 7백만 원에 판매되는 포르셰를 타고 있던 한 주지승은…” 그러면서 그는 “위의 두 기사가 보여주고 있듯이 현대 한국의 종교들이 물신을 섬기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단정하고, “한국 종교계에 종교성(영성)이라는 것이 존재할까?”라고 묻는다. 그는 개신교도들에 대해 “그들의 선교 의식은 오만의 극치를 달린다. 그들에게는 타종교에 대한 배려나 존경감이 없다. 타종교는 무조건 타도 대상이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박영대 우리신학연구소장은 <한국 천주교회 성장의 빛과 그늘>이란 글에서 “한국 천주교회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 가톨릭 교회가 충실히 따라야 할 교회 가르침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이라며 그러나 “한국 천주교회는 반 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제대로 체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 일차적 책임을 “한국 천주교회, 특히 지도층인 주교들”에 돌렸다.

또 2005년 인구 센서스가 보여준 천주교의 놀라운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사실 천주교 내부 여건을 살펴보면 “실제 신앙 활동 인구는 늘지 않고 있다”며, “군종교구에서 20대 남성 신자가 크게 늘었지만 제대로 된 교리 교육이나 회심 과정 없이 세례를 받은 ‘초코파이 신자’가 많아 회의적이다. 여성 신자들은 크게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이탈하고 있다. 군종교구를 제외하고 세례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75세 이상만 늘어서 앞으로 고령화가 심각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대안으로 예비신자 교리 교육에서 시작하는 신앙생활 전반적 쇄신, 여성 사목 및 노인 사목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이병두 <불교평론> 편집위원은 <한국 불교, 문제와 발전 방향>이란 글에서 “특정 종단을 가릴 것 없이 현재 한국 불교계 전반에 상업화와 세속화 추세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불사’(佛事)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대형 불상 조성 및 불필요한 전각 건립 등이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스스로 문제를 자각해서 이 움직임을 멈출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문화재 보수비 명목의 정부 지원금 등에 대한 사찰의 의존도가 너무 높다”등 재정 문제와 교단의 자정 기능 상실 문제, 승려의 자질 문제, 불교의 토착화 문제 지적했다.

7명의 필진은 한국에서 적게는 100여 년 많게는 16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종교들을 너무나 쉽게 ‘컨설팅’하고 있다. 입에 쓴 약이 병에 좋다고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선행하고 있는 성직자들과 신자들마저 나쁘게 인구에 회자될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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