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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흡영 칼럼]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묘소 앞에서

▲김흡영 강남대 신학과 교수 ⓒ베리타스 DB
얼마전 인도 캘커타를 방문했다.마침 초청한 인도신학연합대학원(SCEPTRE Centre)이 마더 테레사의 집 바로 옆에 있었다. 그사이에는 스탈린 초상화가 걸린 빌딩이 있었고, 바로 그 옆에 내가 묵던 SCEPTRE Centre가 있었다.

또한 그 센터 앞에는 이슬람 모스크가 있었다. 한 흥미로운 조화였다.(종교다원주의를 함부로 말하지 말라.)

아침에 앞 모스크에서 알라하며 크게 외치는 스피커 소리에 잠을 깼다. 알라(신)라는 말을 얼라(어린이)라고 들은 이를 연상했다. 그 소리는 시가지에서 시끄럽게 들려오는 자동차들의 빵빵 소리와, 서로 어울려 소리의 환상교향곡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사람사는 소리, 역사가 흘러가는 소리, 생명의 아우성, 메아리이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 성테레사 묘소에 참배했다. 그곳에서 너무나도 강한 inspiration을 받았다.

성 테레사가 기거했던 방을 살펴봤다. 검소한 좁은 방, 침대 하나와 책상 두 개만 있을 뿐. 한 책상 옆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그 책상 앞에는 요한 바오르 2세의 사진, 다른 책상 위에는 성모상. 그것뿐, 단출한 성인의 작고 좁은 방이었다. 그러나 그곳에는 영광의 빛이 분출되고 있었다. 마치 성자가 태어난 마구간과 같이…

그의 기념관에 가보았다. Nationalism은 그리스도 앞에서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Almanian으로 태어났지만 가난한 자를 위해 인도 시민권을 택한 하나님의 시민 테레사의 일생을 통하여. 그의 초상화, 그의 푹패인 뺨엔 생명의 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패널들의 제목들이 눈을 끌었다.
“Darkness에서 참 믿음을,”
“Call within call”(1946.9.10),
“Voice within voice,”
“Terrible darkness within,”
“I have come to love darkness sharing the sufferings of our poor,”
“Hands to serve, hearts to love,”
“God uses our nothingness,”
“Jesus in the Eucharist,”
“Jesus in the poor,”
“Blessed be Jesus in the most holy Sacrament of the alter,”
“Blessed be Jesus in the poorest of the poor.”

요즈음 나는 다석 사상을 중심으로 몸의 예배, 곧 몸신학을 구상하고 있었던 중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들을 해 보았다. 다석의 몸제사와 테레사의 몸예배 중 누가 더 헌신한 것일까? 다석은 참삶을 이루는 道를 밝히는데, 테레사는 가난한 자들을 구제하는데. 테레사가 다석을 만났다면 다석에게 물었겠지,

“너는 누구를 위하여 몸제사를 드리고 있느냐고?”

그것이 성인과 도인의 차이인가? 그래서 테레사기념관 방명록에 나는 이렇게 기록했다.
 
“성인은 도인에게 물었다.
‘너는 네 몸을 누구에게 바치려 하느냐고’
도인은 대답한다.
이제 당신의 몸제사를 보고 깨달았느라고
A Saint asked a sage:
‘For whom you are sacrificing your body.’
The sage answered:
‘Now, I have realized what I should do,
After seeing your sacrifice.’”

점심을 먹은 후 근처 거리를 산책했다. 불결한 거리, 짜징스러운 소음, 늘어져 짜바져 자는 병든 개들, 길가에서 손으로 점심을 먹는 사람들, 어떤 이는 길가 우물에서 몸에 잔뜩 비누칠하고 목욕을 하고 있었다. 예쁜 모습에 젊은 여인이 길가에 길가에 누워있고 그 아이인듯한 어린애가 나를 보고 손을 벌리며 달려든다. 돈을 달라고.

그러나 내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다. 머리는 돈 계산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내 맘속에 소리가 들린다. “네가 얼마나 타산적 생각에 의지하고 살고 있는지를 알겠냐고?”

그러나 동시에 이런 장면이 연상되었다. 이번에는 도인이 성인에게 묻는다.

“너는 성인이 되었지만, 근본적인 가난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가난한 그들은 결코 구원되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결국 너만의 큰 ego만이 성립된 것이 아니냐고, 거리에 가난한 사람들을 없게 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옆에서 듣고 있던 선비는 속으로 생각한다.

“결국 모든 이들이 스스로 올곧은 사람이 되는 길을 가르쳐줘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성인은 아무 말없이 또다시 가난한 자를 찾아 떠나간다. 도인도 홀연히 사라진다. 선비만 홀로 남아 생각에 잠긴다. 캘커타의 마더 테레사 묘소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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