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구제역으로 인한 가축 생매장 현장 ⓒ한국동물보호연합 |
“경기도 파주의 한 돼지 매몰지 근처 도랑에서 핏물이 섞여 나왔고, 경북 영천에서도 침출수가 분출하면서 도로와 도랑에 흘러들어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다. 생매장된 돼지들이 발버둥치면서 침출수 유출을 방지하는 차수막이 찢겼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1월 13일자 한겨레 보도
구제역 사태로 매몰 가축이 급증하면서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축 생매장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이하 NCCK)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13일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구제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 토론회를 열고, 구제역과 같은 환경 재앙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신학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에 사태로 매몰된 가축은 140만여 마리. 김영주 NCCK 총무는 “매일 수천 마리의 가축이 감염되었거나 감염에 노출되었다는 이유로 살처분되고 있다”며 “이같은 해결방식은 생명경시현상과 환경오염 등 심각한 2차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인사말에서 밝혔다.
또 “인간의 내면과 생활 문화 속에 깊이 내재한 탐욕과 반생명적 삶의 태도, 온 생명을 돌보라는 창조주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죄를 고백하며 아프게 회개한다”고 말했다.
김기석 교수(성공회대 신학과)는 <동물 사육과 살육에 관한 신학적 성찰> 발제에서, 수많은 가축을 생매장하는 이번 사태가 “단기적으로 보면 구제역의 발생으로 인해 벌어진 끔찍한 일”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자본집약적 공장식 축산업이 필연적으로 몰고 올 귀결”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죄의 문제라는 것.
▲NCCK 토론회 ‘구제역에 대한 한국교회의 대응’ ⓒ이지수 기자 |
그는 “공장식 축산방식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소한의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여 최대한의 살코기를 얻는 사육방법이다. 이 속에서 동물들은 자연적 본성이 완전히 억압당한 채 비좁은 우리에서 사육되다가 적정 체중에 이르면 육류가공업체로 직행하여 온몸이 분해됨으로써 생명이 마감된다”며 “과연 우리 인간은 동물들을 ‘반생명적’으로 사육하고 살육해도 괜찮은 것인가?” 문제 제기했다.
이어 신학적 성찰을 시도하며 “동물들도 하나님의 피조물(창세기 1장 24~25절)”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세기 1장 24절의 ‘땅에서 내어라’라는 구절이 “동물도 사람도 모두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서 흙에서 나왔으며 흙으로 돌아갈 존재임을 말해준다”며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점만 제외하고 인간과 동물은 똑같이 하나님의 창조의 말씀에 따라 땅에서 나서 땅으로 돌아가는 공동의 운명을 지녔다”고 말했다.
‘동물신학’을 제창한 앤드류 린지가 “모든 생명은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고 그가 우리 인간에게 청지기의 사명을 부여하셨기 때문에, 인간은 동물들을 존중해야 하며 동물들은 자신의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동물 대량 살육이 “하나님께 반역하는 범죄”라며 “속히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기적이고 반생태적인 욕심이 불행한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절제하는 식생활, 살림의 식탁문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번 토론회에서는 양재성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환경문제로 본 구제역 재앙>을, 유한상 교수(서울대 수의학과)가 <구제역과 축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