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교회

크리스마스 이브에 스님이 전하는 성탄메시지

24일 육조사 선방에서 현웅 스님 성경강해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성탄절 메시지가 서울 돈암동의 한 절에서 전해졌다 ⓒ베리타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절에선 스님이 법령 대신 성경을 들고, 또랑 또랑한 목소리로 성경 구절을 암송하고 있었다.

지난 11월 27일부터 현웅 스님은 ‘선심(禪心)으로 본 성경강의’란 주제로 육조사 선방에서 성경을 가르치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청강자들 중에는 불자도 있고, 기독교 신자도 천주교 신자도 있다. 성탄절을 하루 앞둔 이날도 50여 명 가량이 참석해 복음서 강의를 하는 스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25일이 성탄절이라서 그런지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현웅 스님은 예수의 탄생과 그 시대상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예수는 당시 유대인들이 생각과는 다소 거리가 먼 모습으로 오셨다. 그래서인지 유대 사회는 요상한 모습으로 온 예수를 거부했고, 훗날 예수는 그들에게 뭇매를 맞고 돌아가셨다. 이는 당시 예수가 유대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것을 반증해 준다”

예수와 유대인들의 소통 장애를 지적한 스님은 이어 “현재를 살아가는 예수교를 믿는 이들 역시 예수를 믿는다고 하지만 예수와 소통의 장애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성경의 말대로라면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하는데 개신교 성직자부터가 어떻게든 매스컴을 타게 하고, 알리려는 의도로 불우 이웃을 돕고, 성금을 한다는 것이다.

스님은 이어 마태복음을 펼쳐 보이며 산상수훈의 예수의 말씀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그는 강의 중간 중간에 “예수의 진리는 오갈 때 없는 (불교와의)한 식구”라며 예수의 말씀 하나하나가 진리임을 극찬하기도 했다.

이날 강해를 한 현웅 스님은 20여 년 동안 미국에서 현지인들에게 수행을 지도하다가 4년 전부터 서울 도심에 선원을 개설, 불제자들을 상대로 수행을 가르쳐왔다.

참선의 실제와 이론면에서 손꼽히는 수행자인 현웅 스님이 갑작스레 성경강해를 하게 된 이유는 뭘까? 다음은 현웅 스님과의 일문일답.

-‘스님이 하는 성경강해’,  독특하다. 기독교와의 인연은?

“집안에 교회 장로님이 계신다. 집안이 기독교 집안이다.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교회에 다녔고 고등학교 때에는 성경암송대회에 나가리 만큼 열심이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가 다시 보였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일상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 해서 세상의 답을 찾기 시작했는데 성경에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는데 거기도 없더라. 결국 불교에서 그 답을 찾게 되었다”

-‘현웅’이라는 스님의 법명은 무슨 뜻인가?

“검을 현에 영웅 웅자다. 검다는 것은 도의 성질이다. 검다는 것은 인간의 생각으로는 알 수 없는 깨달음의 깊은 경지를 뜻한다”

- 성경을 강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21세기에 예수와 석가가 살아있다면 어떠했을까. 서로간의 다툼을 조장했을까? 결코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지금은 예수를 믿는 자들과 석가를 믿는 자들은 서로 다투고 있다. 예수와 석가의 가르침 때문이 아니라 예수와 석가를 비뚤게 믿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예수와 석가의 가르침이 전혀 다른 것이 아니다. ‘사랑과 자비’, 서로가 같은 것을 말하고 있다. 내가 깨달아 보니 그것을 알게되었다. 그래서 기독교인들에게도 내가 깨달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 예수와 석가의 가르침이 다르지 않다는 뜻은 무엇인가?

“마태복음에 보면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마음이 가난하다는 것은 마음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 석가가 말하는 ‘빈 마음’과 같은 의미이다. 마음을 비우면 예수다 석가다 이런 것이 없다. 오로지 진리만이 있을 뿐이다”

- 성경의 어떤 내용을 강의하는가?

“전반적인 것이다. 역사적인 것도 가르치는데 구약 중 이스라엘의 역사,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세계사, 신구약의 중간사, 신약사, 루터의 종교개혁, 그리고 현재까지다. 이런 역사를 배우면서 종교를 잘못 믿으면 사람이 시끄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선자가 되기 쉽다. 기독교에서는 면죄부, 십자군 사건 등이 있을 것이고 불교에서도 그와 형태만 다를 뿐 똑같은 역사가 있어 왔다”

- 신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신 적이 있는가?

“예수가 깨달은 진리가 중요하다. 신학이란 학문적인 연구에 불과할 뿐이다. 신학을 아무리 연구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깨닫는 것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다. 깨달음이 없으면 사람 안에서 사랑과 지혜가 나오지 않는다. 사랑과 지혜란 사람안에 있는 어리석고 성내고 무자비한 것들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 다른 목사님의 성경 강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다른 목사님은 마음이 빈 경험을 하지 않고 믿을 뿐이다. 빈 마음을 깨닫는 사람이 아니다. 빈 마음을 깨달아야 한다. 자기가 없어져야 한다. ‘자기가 없어져야 한다’는 말은 기독교의 핵심인 ‘자기부정’과 맞닿아 있다. 자기 안에 있는 모든 정욕, 물욕, 탐심이 없어지면 거기서부터 사랑, 지혜, 인내 등과 같은 것들이 나온다. 자기 안에 있는 신성이 부활하는 것이다”

- 스님은 빈 마음을 언제 경험하셨는가?

“1986년도에 했다. 항아리 밑 둑이 툭 터져버리는 느낌이었다. 내가 붙드는 모든 것들이 터져버린 그 밑으로 빠져나가버렸다”

- 기독교와 불교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기독교는 유일신, 불교는 다신사상을 믿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여호와’라는 말의 뜻은 ‘THE LORD, 진리자체, 스스로 있는 진리’라는 뜻이다. 성경 사전에 나온다. 신성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용서’다. 구약성서에는 용서가 없었다. 그런데 예수가 여호와의 신성을 인간으로 살려놓은 것이다. 그 이후부터 인간에게 묻혀져 있던 신성이 살아났다. 성경 안에도 ‘GOD IS WITH IN YOU’라는 말씀이 있다. 신은 너 안에 있다는 말이다. GOD이 자기 안에 있는데 내 어리석음으로 등져버렸다.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표현할 때 미성숙했을 때는 종, 성숙했을 때는 ‘친구, 신부’라고 말한다. 종은 추종자다. 성숙했을 때는 하나님과 함께하는 친구다. 인간 안에 있는 신성이 성장하면 하나님과 같은 진리의 속성 자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은 신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 스님이 생각하는 구원이란 무엇인가?

“마태복음에 보면 ‘주여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갈 것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내 아버지 집에 들어갈 것이라’는 말씀이 있다. 이는 믿는 것보다 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교회 다니는 사람들 중에 하나님 뜻은 안 행하고 ‘주여주여’하는 자들이 많다. 하나님의 뜻대로 행할려면 마음 속의 욕심, 성내는 것, 어리석음 등이 멸해지면 된다. 이런 것들이 멸해지려면 마음이 비워지면 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하나님 뜻을 행할 수 있는 것이다. 구원이란 예수의 말을 믿고 행해야 하는 것이다”

- 빈마음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오직 한 길만이 있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신성과 대화하는 영적 체험을 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참선이 있다. 기독교와 카톨릭에는 그와 비슷한 것이 금식기도와 묵상기도가 있다. 불교의 참선이 빈 마음을 경험하기 위한 더욱 효과적인 방법이다. 금식기도와 묵상기도는 자기와의 대화 이것이 많이 부족하다. 참선을 하면 자기 안의 신성이 깨어날 수 있다”


“윤회란 사랑,인내심, 복수심,질투심 등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
 

- 기독교는 죽으면 하나님 나라가 있다고 믿고, 불교에서는 윤회사상이 있다. 차이가 크다.

“석가가 인도에서 깨쳤을 때, 인도에서는 힌두교의 많은 사상들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 많은 사상 중 윤회사상도 있었을 뿐이다. 나는 현재 생애가 죽고 내생이 어떻다는 말은 망상이라고 생각한다. 현생도 정확이 모르는데 어찌 내생을 논할 수 있겠는가. 헛생각은 깨버려야 한다. 다만 윤회라는 것은 사람들이 품는 생각 즉, 복수심·질투심·사랑·인내심 등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국 소설에서 보면 집안이 대를 이어 끊임없이 복수에 복수를 하는 것, 이런 것이 윤회다”

- 성경강해를 기독교인들이 많이 듣는 편인가.

“불자들이 많이 듣는 편이다. 그 중에 기독교인들도 다소 오는 편이다. 목사님, 장로님, 집사님들도 많이 오신다. 나는 종교를 가르치기 위함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개종을 하기 위함도 아니다. 믿고 있는 그 자리에서 깨우치는 것, 내가 바라는 바다. 그렇다고 내가 성경을 강해하고자 하는 것은 기독교인을 불교인으로 바꾸려 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가 믿는 그 자리에서 진리를 깨닫는 것, 내가 추구하는 것이다”

현웅 스님은 20세에 조계종 승보사찰인 전남 순천 송광사 구산 스님(1901∼1983) 문하로 출가, 구산 스님으로부터 수행의 기초를 닦았다. 71년 통도사 극락암에서 월하 스님을 은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인천 용화사 선원을 거쳐 대중 선방 생활을 뒤로하고 산중 토굴에 들어가 6년 동안 수행하다가 1984년 스위스 제네바 불승사의 초청을 받아 서양인에게 한국 선불교를 지도하기 시작했다. 86년 캐나다로 건너갔고, 89년 미국으로 옮겨 시애틀 돈오선원과 버클리 육조사를 각각 창건했다. 2004년 5월 서울 가회동에 육조사 한국 분원을 개설, 2005년 7월 지금의 돈암동으로 이전했다. 스님은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동서양을 아우르는 지혜로 참선을 지도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선문답집 ‘묻지 않는 질문’(민족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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