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표정으로 지지 측과 반대 측 총대들의 충돌을 지켜보고 있는 길자연 당선자. ⓒ김태양 기자 |
제22회 한기총 정기총회가 도중에 정회되고 새 대표회장 인준이 거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새 대표회장으로 선출된 길자연 목사의 당선자 자격 논란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문제 제기와 더불어 심각하게 불거지자 이광선 대표회장이 정회를 선언했다.
인준을 거부하는 총대들과 인정해야 한다는 지지 측 총대들 간에 고성이 오가고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자 이광선 대표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더 이상 회의 진행이 안 된다"고 선언하고 회의장을 나선 것.
이날 인준 거부 사태의 불씨로 지목되고 있는 이광원 목사(예장 중앙)를 비롯한 한기총 소속 교단의 일부 총무들은 길 당선자가 선거법 위반을 한 것으로 적발한 내용을 담은 선관위 회의록을 실행위 때 낭독하지 않고, 비리를 묵인한 채 투표를 강행한 선관위에 책임을 추궁했다.
이광선 대표회장도 실행위 때 선관위 회의록을 낭독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기총회 회의록에 낭독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점을 지적해 사실상 인준 거부 입장을 나타낸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있다.
이날 개회예배에서 설교를 담당한 이 대표회장이 채택한 본문인 열왕기하 5장 26~27절이 이 대표회장의 입장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설교의 제목은 '지금이 어찌.' 이에 길 목사에 대한 인준을 허용해야 한다는 지지 측에서는 이 대표회장의 정회 선언과 진행 발언에 담긴 미묘한 입장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부 교단 총무들 뿐 아니라 선관위원이 참여해 주목받고 있는 '한기총개혁연대'(가칭)는 정회 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수개월 전부터 길 목사를 후보자에서 배제하려고 했던 움직임이 있었다는 지지 측의 발언은 근거 없는 것"이라고 일축하고, 비리 인사의 당선에 강한 반발을 표명하며 당선 무효론을 주장했다.
이들은 이광선 대표회장이 재임 시 추진했던 한기총 개혁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으나 이 발언이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는 지지 측의 ‘이광선 대표회장 배후설’을 뒷받침하는 게 아니냐는 추가 의혹을 낳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민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현재 이광선 대표회장은 서기를 통해 27일 오후 2시에 속회를 하자고 통보했으나 공동회장들은 임시의장을 선출해 길 목사를 차기 대표회장으로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초유의 정회와 인준 거부 사태를 겪고 있는 한기총의 갈등상이 쉽게 봉합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시의장의 선언이 갖는 법적 효력을 두고 대립이 재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한국교회의 한 연합기구 대표 선출을 둘러싼 비리 의혹과 극한 대립 자체가 보수교회들이 염원해 온 '위상 제고'와 거리가 멀지 않느냐는 윤리적 비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소식을 접한 한 에큐메니컬 인사는 "이 모든 상황이 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게 아니겠냐"면서 기독교 성직자로서의 기본이 무엇인지 돌아볼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