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에는 농부로 더 유명한 목사가 한 명 있다. 26일 오후 3시 강화도 양도면 도장리에 도착했을 때 그는 눈 덮인 논밭 사이에 아담하게 지어진 비닐하우스에서 마중을 나왔다. 차림도 영락 없는 농부였다. 흙 묻은 신발, 먼지가 뽀얗게 내려앉은 잠바, 덥수룩한 머리.
▲김정택 목사 ⓒ이지수 기자 |
바로 김정택 목사(61)다. 그는 감리교 농촌선교훈련원의 파송을 받아 1996년에 이곳 강화도로 들어왔다. 그는 처음부터 유기농업을 시작했는데 그게 강화도에서는 거의 처음이었다고 한다. 생명을 사랑하는 목사의 마음으로 그는 인체에 해로운 제초제 대신 청둥오리와 우렁이를 사용했고, 손 쉬운 화학비료 대신 음식물찌꺼기와 가축의 배설물, 농사 부산물을 거름으로 사용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강화도에서는 총 600 가구가 300만 평을 친환경 농법으로 일구고 있다.
젊었을 때 운동권에 몸 담았던 경험을 살려 시민사회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인천 지역의 학생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제공하기 위한 민관 협력 단체인 ‘인천시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추진단’ 공동단장을 맡아 강화도와 인천 시내를 자주 오간단다.
이곳 저곳에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김 목사는, 그러나, “먹거리 개혁에 교회가 앞장서야 한다”며 “교회부터”를 외쳤다.
그는 “하나님께서 인간만 위대하게 창조하신 게 아니라 자연 모두를 평등하게 창조하셨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연을 잘 돌보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연이 인간을 적대하게 된다”며 인간과 자연의 관계부터 정립했다. 그 관계는 지배자-피지배자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섬기는 관계’ 비슷한 것이다.
이 관계가 잘 되어 있는지는 먹거리 문화에서부터 드러난다. “땅이 없으면 생산이 안 되니까 땅이 제일 중요하죠. 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훌륭한 땅을 만들어서 최고의 농작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그런 땅에서 나는 위대한 농산물은 인간의 육과 정신 그리고 영을 키우는 역할을 합니다…정성을 들인 것과 덜 들인 것은 먹을 때 느낌부터가 달라요. 정성 깃든 음식에서는 기가 느껴지고,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죠.” 이렇듯 자연과 인간이 식탁 위에서 하나되는 먹거리 문화가 한국교회 교인들 사이에는 ‘사라졌다’고 또는 ‘희미하다’고 그는 보는 것이다.
향긋한 흙 냄새가 나는 비닐하우스에 앉아, 그는 한국교회에 대한 요청을 이어나갔다. “교회공동체가 먹거리 개혁을 이끌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오히려 욕심을 조장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육류 덜 먹기 운동’, ‘검소한 소비 운동’ 같은 걸 펼쳐야 해요.” “먹거리에 대한 총체적이고 새로운 접근이 설교, 예배 등 모든 것에서 나타나야 합니다.”
보다 손 쉬운 방법으로는 ‘요리대회’나 ‘요리품평회’ 같은 행사를 교회에서 열어볼 것을 제안했다. 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요리 행사를 통해 유기농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는 것이다.
최근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같은 가축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도 “다 인간이 자연을 파괴해서 자연이 인간을 공격한 것”이라며 하루 빨리 각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김정택 목사의 바람은 “정성 깃든 음식을 통해 하나님의 은혜를 맛보았다고 고백하는 ‘은혜의 식탁’이 한국교회에 넘치는 것”이다. 그 바람이 너무도 소박하여 긴박해진다.
*김정택 목사 약력
1950년 제주도 출생
1971년 감신대 입학
1978년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회장
1989년 인천지역주민회 회장
1990년대 인천민족민주운동연합 의장, '민자당 장기집권 음모분쇄 및 민중생존권 쟁취 국민연합 인천본부' 공동의장
1999년 강화환경농업농민회 창립
現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농촌선교 목사, ‘인천시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추진단’ 공동단장,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