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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 칼럼] 누군가에게 하나님을 보여준 사람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린 故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영화 <울지마 톤즈>가 지난 명절 연휴 기간에 TV에서 방영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극장에서도 작년 9월 개봉이래 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였다고 합니다. 이태석 신부는 의대를 졸업한 후 부와 명예가 보장된 편안한 의사의 길을 가지 않고 다시 신학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해 사제가 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2001년 6월 로마의 살레시오수도회에서 사제서품을 받은 이태석 신부는 그 해 11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아프리카 수단에 의료선교사로 나갔습니다.

수단은 정치와 종교적 갈등으로 북수단과 남수단으로 갈라져 이십년 가까이 내전(內戰)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나라로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태석 신부는 남수단의 톤즈라는 작은 마을에서 유일한 의사이자 사제로, 또한 교육자로서 8년 가까운 세월을 수단사람들의 아픔과 절망을 보듬고 그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태석 신부는 하루 3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였고 그 중에는 의사인 그를 만나기 위해 100km를 걸어서 찾아온 환자도 있었습니다. 또한 톤즈 인근의 80여개 마을을 직접 차를 몰고 찾아가 순회 진료를 하였습니다. 그는 환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손수 벽돌을 찍어 12개의 병실을 갖춘 병원을 짓기도 했습니다.

또한 변변한 교육의 기회조차 갖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학교를 세우고 케냐에서 선생님들을 모셔와 가르쳤으며 손수 수학과 음악을 가르쳤습니다. 무엇보다 이태석 신부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을 보였습니다.

그들은 절망의 한복판에 버려진 사람들이었습니다. 같은 수단사람조차 찾지 않는 한센병환자들의 마을을 찾아 그들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뭉개진 그들의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맨발로 거친 땅을 밟고 다니느라 상처투성이인 그들의 뭉개진 발을 위해 맞춤형 신발을 제작해서 나누어주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이태석 신부는 그대로 ‘아버지(Father)’였습니다.

톤즈사람들에게 ‘쫄리(John Lee)’ 신부로 불리던 이태석 신부는 2010년 1월 14일 대장암과 간암으로 48세의 짧은 나이로 선종(善終)했습니다. 그의 죽음을 전해들은 톤즈마을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흐느껴 울었습니다. 눈물 흘리는 것을 나약함의 상징으로 여겨서 아파도 울지 않고, 배가 고파도 울지 않는, 좀처럼 울지 않는다는 톤즈사람들(딩카족)이기에 그들의 흐느낌과 눈물 속에는 이태석 신부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과 사랑이 녹아있었습니다. 어느 한센병 환자는 이태석 신부를 가리켜 ‘그는 우리에게 하나님과 같은 분이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과연 그랬습니다. 이태석 신부는 절망의 자리에 앉아있던 그들에게 곧 하나님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은 이태석 신부에게서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가족에게조차 버림받는 한센병 환자들을 찾아가 그들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손과 발을 어루만져주었던 사람, 그는 곧 하나님이었습니다.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체 야생동물처럼 들판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고 셈(수학)을 가르치고 음악을 가르쳐주었던 사람, 그는 그들에게 곧 하나님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다”(요14:9)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심을 믿으라 그렇지 못하겠거든 행하는 그 일로 말미암아 나를 믿으라”(요14:11)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은 예수에게서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배고픈 자에게 먹을 것을 건네주고, 병든 자를 고쳐주고, 문둥병자의 집을 찾아가 함께 식사하셨던 예수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하나님을 보았습니다. 예수께서 ‘행하는 그 일’을 통해서 사람들은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만난 하나님은 바로 사랑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는 사랑을 우리가 알고 믿었노니 하나님은 사랑이시라. 사랑 안에 거하는 자는 하나님 안에 거하고 하나님도 그의 안에 거하시느니라”(요일4:16) 1세기 갈릴리의 버림받은 사람들이 예수님에게서 하나님을 본 것처럼 21세기 수단 톤즈의 버림받은 사람들은 이태석 신부에게서 하나님을 보았던 것입니다.

이태석 신부는 자신의 삶을 수단으로 이끈 몇 사람의 삶의 향기가 있다고 말합니다. 가장 먼저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고 말씀하셨던 예수님, 그리고 자신처럼 의사이면서 아프리카 의료선교를 했던 슈바이처 박사, 그리고 삯바느질로 10남매를 키우신 자신의 어머니, 이들이 하나같이 보여준 사랑과 희생의 삶이 주는 향기가 자신을 수단의 톤즈로 이끌었다고 고백합니다. 전쟁과 기아, 질병과 죽음의 땅 한복판에서 절망 가운데 버려진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보여주었던 이태석 신부의 짧았던 삶과 죽음은 예수의 이름으로 삶의 평안과 안락, 치병(治病)과 구복(求福)만을 주문처럼 외는 우리를 부끄럽게 합니다. 

누군가에게 하나님을 보여주는 사람, 그 사람이 진정 오늘의 예수가 아닐까요?

 

글: 김성 목사(강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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